▶공부에 미친 16인의 조선 선비들
(이수광 지음/해냄출판사/312p/1만3천800원)

홍대용은 연경에서 중국인 학자들도 만났다. 홍대용은 그들과 밤을 새우면서 토론하고, 중국과 서양의 역사, 풍속, 과학까지 공부하고 돌아왔다. 특히 그는 천문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조선에 돌아오자마자 사설 천문대를 만들고 <주해수용(籌解需用)>이라는 수학서를 집필하기까지 했다. <주해수용>을 살피면 홍대용이 오늘날의 수학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학책을 집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구구단을 조선에 소개했다는 사실은 놀랍다. 홍대용이 기록한 구구수(九九數)를 살피면 오늘날의 구구단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다만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되지 않았을 뿐이다. 홍대용은 구구단을 나열만 하지 않고 응용하는 방법까지 예시했다.('큰 의심이 없는 자는 큰 깨달음이 없다: 조선의 자연과학자 담헌 홍대용'중에서)
 
병인양요 때 조선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딘 프랑스 장교 주베르는 <1866년 프랑스군 강화도 원정기>라는 글에서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어느 곳에나 책이 있다"라고 기록했다. 조선은 책을 사랑하고 학문을 숭상하는 나라였다. 신분의 한계를 넘어 학문을 닥은 중인과 천민도 있었다. 이 책에는 주막의 종 신분이지만 밤낮으로 공부하고, 기생이지만 뛰어난 글을 지으며 선비들과 교유했던 조선시대 공부의 달인들이 소개되어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정치가, 문장가뿐 아니라 신분을 극복하고 학문을 탐구한 천민과 역관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달팽이 세상을 더듬다
(저우쭝웨이 글·주잉춘 그림·장영권 옮김/펜타그램/140p/1만6천원)

불쌍하게도 사람들은 늘 자기가 너무 '느리다'고 마뜩잖아 한다. 무슨 수를 써서든 조금이라도 '빨리' 하려고 한다. 자동차를 발명했으나 그들이 미처 몰랐던 건, 차가 암만 빨라도 저 우주의 '무상'을 앞지르진 못한다는 거다. 나는 이렇게 살아남았지만 저 빨리 뛰는 생명들은 오히려 피해를 모면하지 못했다. 재난 앞에서, 뜻밖에 그들은 느림보 달팽이만도 못했던 거다. (본문 112~114쪽에서)
 
세계적인 북디자이너 주잉춘과 교육자 저우쭝웨이가 3년을 공들여 내놓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140쪽밖에 안 되는 적은 분량 속에 인생과 세계에 대한 번뜩이는 사유가 시적인 문체에 담겨 있다. 그림 또한 눈을 현혹하는 화려함 대신 조용한 사색의 공간으로 우리를 이끈다. 저마다 주어진 삶의 속도가 있음에도 '빠름'에 치여 사느라,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는 우리에게 '느림'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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