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IO1750(김영현·손진희) 작가의 '빛나는 조각들'.
STUDIO1750(김영현·손진희) 작가의 '빛나는 조각들'.

 

대청천·무계헌 등 중심 작품 전시
회화, 놀이, 동화책, 창작곡 등 다채
마을과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 같아
짧은 시간 무계동 전체 둘러보는 듯
편하게 감상 가능… 31일까지 전시



김해시 무계동을 타고 흐르는 대청천 한편에는 붉은색과 노란색 천으로 만들어진 두 개의 조형물이 있다. 흡사 농구골대처럼 생긴 천 안에는 투박한 돌멩이 몇 개가 담겨 있다. 이 조형물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이 골대는 김해문화도시센터 웰컴레지던시에서 진행 중인 상반기 입주작가 결과전 '도큐먼트 무계' 속 작품 'Play Pray Dokata(놀이하고 기도하고 노동하다)'이다.
 
무계동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웰컴레지던시는 지난 17일 무계동 일원에 작품을 전시하며 시민들에게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혜진·STUDIO 1750(김영현·손진희)·띠앗·김도영·김등용·박우수리·이선옥·유행두·이지현 등 총 10인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한때 장유지역의 중심지였으나 지금은 구도심이 돼버린 무계동을 새로운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10명의 작가가 바라본 무계는 어떤 모습이고, 또 어떤 메시지를 품고 있을까.
 
전시 관람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이혜진 작가의 작품 '무계기행'이었다. '무계기행'은 서울에서 무계 마을로 찾아온 이혜진 작가가 대형 현수막에 프린팅해 제작한 작품이다. 이 작가는 무계동 아이들이 마을 답사를 통해 보고, 느끼고, 생각해 표현한 회화 작품과 기행문을 담아냈다.
 
울산에서 온 STUDIO 1750의 작품 '빛나는 조각'은 지역주민들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이용해 해양 생물체를 만들어낸 것으로, 환경 문제와 함께 반짝이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김영현 작가는 "장치만 마련했을 뿐, 주민들의 참여로 이뤄진 작품"이라며 "가족 모두가 함께 풀어가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띠앗 작가도 무계마을의 생태를 관찰 후 주민들에게 재활용품을 받아 작품 '무계가든'을 꾸며냈다.
 

띠앗 작가의 작품 '무계가든'.
띠앗 작가의 작품 '무계가든'.

 

김등용 작가의 '놀이하고 기도하고 노동하다'.
김등용 작가의 '놀이하고 기도하고 노동하다'.

김도영 작가의 '확장된 풍경'과 김등용 작가의 '놀이하고 기도하고 노동하다'는 대청천에 설치됐다. 김등용 작가는 주민들이 직접 돌을 가져와 건설한 장유중앙교회의 역사에서 착안, 돌멩이를 줍는 행위와 골대를 향해 '던지는 놀이'를 연결했다. 이 작품은 돌멩이를 던져 넣음으로써 소원을 비는 행위를 연상케 한다.
 
박우수리 작가와 이선옥 작가는 각각 실크프린팅과 린넨천프린팅으로 무계를 표현했다. 박우수리 작가의 '상상의 무계'는 무계마을의 모습과 이야기를 드로잉으로, 이선옥 작가의 '흩어진 정원'은 무계동 도시 틈새에서 발견한 자생식물들에 대한 기록을 섬세한 회화로 표현해낸 것이다. 무계 팽나무와 지석묘를 소재로 두 권의 동화책을 펴내 전시한 유행두 작가 역시 "마을을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작가로서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지현 작가는 어린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무계동의 느낌을 창작곡과 짧은 글들로 만들어냈다. 아이들과 함께 무계동을 둘러보고, 이를 함께 음악으로 만들어냄으로써 무계를 표현한 것이다. 지난 24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작품 '따뜻한 하루'는 햇살이 가득 쏟아지는 오후처럼 평화로운 무계동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이지현 작가는 이 곡에 이어 사철가, 꽃밭에서, 모두 다 꽃이야 등 대중들에게 익숙한 음악을 통해 무계 곳곳의 감성을 이끌어냈다. 이 작가는 "오랫동안 김해에 살면서도 무계에 대해 잘 몰랐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추억을 회상하듯 무계동을 바라보게 됐다"며 "무계를 둘러보며 내가 느낀 짧은 단상들을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도큐먼트 무계'를 감상하는 일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무계동을 여행하는 것과 비슷했다. 전시장 내부가 아닌 웰컴레지던시와 대청천, 무계헌을 중심으로 전시가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무계동 곳곳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작품들은 전시 결과물을 넘어 하나의 풍경과도 같았다. 외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무계동은 아주 색다르면서도, 오랜 시간동안 쌓여온 무계 역사와 흡사해 보이기도 했다. 전시 참여작가인 손진희 작가는 "무계동은 입구부터 남다른 데가 있었다. 다른 지역과 동 떨어진 공간 같기도, 오랜 과거의 한 장면 같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풍경을 바라보듯 시민 누구나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전시 '도큐먼트 무계'는 오는 31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글·사진 = 김해뉴스 김미동 기자 m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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