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꽃피는 대산플라워랜드, 지금은 해바라기가 한창이다.
사계절 꽃피는 대산플라워랜드, 지금은 해바라기가 한창이다.

 

언덕 지층 빗돌로 이루어져 있어
그 아래라는 뜻 '빗돌베기' 명칭

계절별 제철 작물 수확 체험 가능
토끼·닭·오리 등 동물농장 조성
단감 시험재배·교육장도 있어

섬유미술의 중심 대산미술관
대관료 없이 작품 전시 지원

대산플라워랜드 해바라기 가득
자연 속 위안 받는 마을로 제격

 


내비게이션이 이끄는 데로 도착한 '빗돌배기마을'에는 바람에 몸을 맡긴 벼꽃들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마을이 온통 초록빛을 입고 있어서 민망하게도 덩치 큰 요정이 된 것 같았다. 마을 입구에서 비닐하우스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야트막한 언덕이 보이는데, 언덕 지층은 비석에 쓰이는 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이 돌이 빗돌이다. 마을이 빗돌로 된 언덕 아래에 있어서 '빗돌'과 아래라는 순우리말 '배기'가 합쳐져 '빗돌배기마을'로 불려진다.    
 
비닐하우스에는 방울토마토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나무 사이로 방울토마토를 수확 중인 아이들이 보였다. 빗돌배기마을은 농촌체험마을로 계절별 제철 작물 수확을 체험할 수 있다. 
 

방울토마토 체험장에서 수확 체험 중인 아이들, 현재 가족 단위 체험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방울토마토 체험장에서 수확 체험 중인 아이들, 현재 가족 단위 체험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들은 방울토마토와 이야기라도 나누듯 연신 재잘거렸다. 아이들과 체험 교사 사이에 방울토마토 생태에 대한 지식 겨루기가 벌어졌다. 아이들의 지식에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데 한 어머니가 다가와 아이들이 방울토마토 그림책을 읽었다고 귀띔해 주었다. 방울토마토 박사인 아이들은 수확이 아니라 수학(修學)을 하듯 찬찬히 살피더니 "잘 자랐네"라며 방울토마토를 손바닥 위로 살며시 올렸다. 자그맣고 말그스름한 손이, 조그맣고 발그스름한 방울토마토와 겹쳐지는 모습이 서로에게 잘 자랐다고 토닥이는 것처럼 보여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체험 실장은 "방문한 분들이 체험을 온전히 즐기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다른 체험농장에서는 아이들이 휴대전화를 놓지 않아 부모님들만 체험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 체험농장에서는 아직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얼굴에서 수줍음이 걷히고 자신감이 비쳤다. 
 
체험장과 교육장 사이에 거리가 제법 있어 이동할 때에는 빨간색 오픈 버스를 이용했다. 버스 안에서 몇 번이나 원두막을 지나쳤는데, 그 원두막을 마을 대표와 직원들, 교육생들이 함께 지었다고 한다. 마을은 규모가 작은 건물들이 여러 채 있었다. 강창국 마을 대표는 "정부지원 없이 자비로 짓느라, 돈이 없어서 작게 지었다"며 "크게 지으면 폐기물도 늘어나니까 환경도 생각해야한다"고 말하며 옛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돌려 마을 쪽을 둘러보았다. 눈에 보이는 크기는 작아도 사람들이 들였을 정성과 품을 생각하니 공간의 품도 너르게 느껴졌다.
 
요리 체험을 하는 식교육장은 코로나19로 문이 닫혀 있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더니 토끼 가족이 마음을 달래준다. 이어서 동물농장 가족인 닭과 오리, 우아한 조랑말까지 만날 수 있었다. 동물농장을 지나 단감 품종 교육장에 들어섰다. 단감 품종 교육장에는 햇살에 기댄 단감들이 초록 빛깔을 내뿜으며 자라고 있었다. 햇빛과 흙이 단감을 토닥토닥해가며 기르는 모습을 상상하니, 어깨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내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편해졌다. 
 
단감 품종 교육장은 국산 품종 단감을 시험 재배하고, 농업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장으로 쓰이는 곳이다. "농업 성장이 인재 양성에 있다"는 마을 대표는 농업 교육에 열정적이었다. 안정된 서울에서의 삶을 접고 고향마을로 내려온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남겨진 노모와 몸이 불편한 형제들을 돌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어머니에게 보답하듯 농촌마을에 기여하고 싶어 농촌체험마을을 기획했다"며, 농촌체험을 통해 농업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빗돌배기마을의 농경문화관.
빗돌배기마을의 농경문화관.

 

빗돌배기마을은 가족애가 공동체애로 발전해 탄생한 의미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대산면에는 이런 특별한 문화공간이 또 있다. 라면스프 공장터에 세워진 대한민국 섬유미술의 중심인 대산미술관이다. 대산미술관장 부부가 사비를 털어 미술관을 지은 이유는 43세에 단명했던 형님의 유언 같은 한마디 때문이다. 관장의 형이었던 김홍 화가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녹록지 않은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했고, 동생에게 "나처럼 힘든 미술가들을 돕는 일을 해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대산미술관은 화가들에 대관료를 받지 않고 전시를 하고 있다.
 
김철수 대산미술관장의 대표작품은 '다산시리즈'다. 미술관 제1전시실에는 '다산시리즈 95'가 전시돼있다. 출산 금줄에 걸려있던 고추에서 영감을 받아, 풍요를 염원하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과거 다산은 가족 내 노동력 증가로 받아들여졌기에 풍요의 염원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다산시리즈 95는 조금 다르게 읽혀지기도 한다. 작품이 보여주는 풍성한 색감이 물질적 풍요보다는 정서적 풍요를 염원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대산미술관을 빠져나와 북쪽으로 2.9km 이동하면 대형 꽃단지 '대산플라워랜드'가 있다. 지금은 해바라기가 한창이다. 허리를 낮춰 귀를 기울이면 바람에 밀린 해바라기들이 몸을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리가 자연 속에서 위안을 받는 이유는 어쩌면 자연이 온몸을 다해 우리에게 박수를 쳐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의 응원이 필요하다면 창원 대산면으로 떠나보길 권한다.

 글·사진 = 태승희 기자 honble@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