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가율 전시 '아빠와 크레파스' 속 이상수 작가의 작품 '다리가 일곱개인 사자'. 김미동 기자
스페이스 가율 전시 '아빠와 크레파스' 속 이상수 작가의 작품 '다리가 일곱개인 사자'. 김미동 기자

 

이상수 작가 작품 17점 전시
5~7세 아이들 그림 모티브
작가 본인의 어릴 적 그림도

아기자기한 색감의 조각 눈길
상상력 가득한 동심 세계 표현
관람 후 직접 그림 그릴 수 있어



어린 시절, 새하얀 스케치북에 들뜨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는 행복함이다. 형형색색의 크레파스로 맘껏 도화지를 채우던 추억은 우리에게 가장 자유롭던 표현의 순간이자 순수함으로 그려질 수 있는 시간이다.
 
김해서부문화센터 스페이스 가율 '아빠와 크레파스'는 잊고 살던 동심의 세계, 첫 작품의 순간으로 관람객을 이끄는 전시다. 스페이스 가율은 이번 전시를 이상수 작가의 작품 17점으로 다채롭게 채워냈다. 작품들은 가벼운 플라스틱 소재인 레진에 크레파스로 그려졌다. 이상수 작가는 아득하지만 확실한 예술의 첫 기억과 현재를 '크레파스'라는 소재로 연결하고 있다.
 
전시 속 작품들은 이상수 작가가 7살 무렵 그린 그림들과 5~7세 아이들의 그림들을 모티브로 만들어낸 것이다. 평면 그림을 조각으로 재탄생시킨 그의 작품들은 순수하면서도 역동적이고, 또 가장 예술의 본질에 가까운 아이들의 손놀림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색감과 다채로운 모양을 가진 조각 작품들이 관람객을 반긴다. 작품 '사자' 역시 이상수 작가의 어린 시절 그림을 조각으로 옮겨낸 것이다. 한껏 화가 난 듯 눈썹을 찌푸린 사자와, 방긋이 웃고 있는 구름들이 스케치북에서 막 튀어나온 듯 생생한 동심을 전달한다.
 
하트 눈을 가진 상어, 네눈박이 뱀, 다리가 일곱 개나 달린 분홍색 사자, 오도카니 선 채 관람객을 응시하는 반달곰이 이곳에선 특별하지 않다. 머리에는 뿔이, 몸에는 팔이 여섯 개나 달린 거대한 파란색 괴물도 있다. 한 치도 예측할 수 없는 색깔과 모습들은 편견 없이 사물을 표현하는 아이들의 상상력에 한계란 없다는 것을 여실히 알려준다.
 
전시장 초입에 위치한 작품 '프리다 칼로'와 한쪽 벽면에 놓인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명화를 모티브로 했다.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작품 '엘뢰서 박사에게 헌정하는 자화상'을,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동명 작을 소재로 한 것이다. 기술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는 잠시 미뤄두고 한껏 단순화해 표현한 명화는 누구나 갖고 있는, 가장 예술과 가까웠던 어린 시절의 동심을 건드린다.
 
전시장 한쪽 벽면은 도화지로 채워졌다. 전시 속에서 느낀 예술적 감상들을 관람객이 직접 표현해볼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도화지 옆에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크레파스도 준비됐다. 벌써 하얀 도화지를 채운 그림들은 물고기부터 토끼, 꽃, 나비뿐 아니라 전시장 속 작품 등 다양한 감상을 표현하고 있다.
 
멀리서는 이러한 작품들이 그저 알록달록한 조형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또 색다르다.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투박하고 제멋대로 칠해진 크레파스의 선을 볼 수 있다. 어떤 도구보다 경계가 없고 자유로운 크레파스가 관람객의 마음을 부드럽게 칠한다. 
 
이상수 작가는 이를 통해 완성과 미완성, 그 중간 어딘가의 경계에 선 어린아이들의 표현력이 가장 순수한 방식의 예술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이는 어린 시절에서 출발한 순수미술을 잃지 않으면서 지금의 '이상수'로서의 정체성과도 연결시키겠다는 작가의 의지이자 다짐이기도 하다.
 
이상수 작가는 "작품 활동 중 막연한 회의감에 빠졌을 때, 문득 어릴 적 그림들을 보게 됐다.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며 "가장 순수했던 시절, 그저 좋아서 그렸던 그림들이었다. '어쩌면 이때의 작품이 가장 순수한 예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전시가 어른들에겐 자신의 어릴 적 동심을 상기할 수 있는 시간이, 어린아이에겐 작품과 함께 즐길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스페이스 가율 여름 특별전 '아빠와 크레파스'는 오는 9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전시 관람료는 무료이며, 매주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다만, 코로나19 지역 확산 상황으로 인해 운영 일정이나 관람 방침이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 김해서부문화센터 홈페이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김해뉴스 김미동 기자 m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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