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패 최정완 이야기-나는 없다
(조기종 엮음/도서출판 전망/288p/1만5천원)

대학 탈춤판에 들어가 공연을 준비하면서 선배들에게 귀동냥으로 들은 말이 '뒷패'라는 말이다. (중략) 뒷패가 하는 일은 정말 많았다. 공연비용 마련하고 포스터와 프로그램 만들고 공연소식 알리고 학교 앞 주점을 돌며 광고비도 따오고 소품 의상 대소도구 등에 필요한 물건들을 모아오고(그렇다, 모아왔다!) 연습에 빠지는 놈들이 있으면 학교 구석구석을 뒤져서 찾아오고 또 때로는 대사하고 춤출 때 옆에서 밥을 짓고 국을 끓여 먹이기도 하는.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우리는 지금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그런 이를 '뒷패'라고 불렀다. (중략) 얼마 전 그 '뒷패'였던 한 선배가 세상을 떠났다. 선배를 처음 본 게 대학을 막 졸업하고 비평팀에서 공부하던 때이니 내가 스물 세 살, 선배가 서른 즈음이었을 텐데, 그때도 넓은 이마에 턱수염이 텁수룩했던 모습이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영정사진이, 내가 처음 선배를 봤을 때의 그때 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의 모습만이 아니라 그는 내가 스물 세 살 즈음에 만났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뒷패'로 살았던 사람이다. (영화평론가 김소연의 '세상을 떠나는 뒷패' 중에서)
 고 최정완 전국민족극운동협의회 이사장의 1주기를 맞아 전국 각지의 문화예술인들이 쓴 글을 모아 엮은 책. 민족미학연구소 채희완 소장,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장관을 비롯해 고인과 함께 숱한 무대와 마당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책이다. 영원한 광대로, 꼭 필요한 뒷패로 살다 간 최정완을 그리며, 우리 시대 문화예술판의 현실을 짚어보게 하는 책이다.


▶인문학자, 노년을 성찰하다
(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노년인문학센터 지음/푸른사상/247p/1만8천원)

인생의 어느 시기를 노년기로 설정하느냐는 학자에 따라 다소 견해를 달리하지만 대체로 60세 또는 65세 이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년기는 가정적으로는 조부모가 되는 시기이며, 사회적으로는 직장에서 은퇴가 이루어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노년이란 생물학적 개념이라기 보다는 사회적 은퇴와 맞물린 사회학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송명희 '노년담론의 소설적 형상화'중에서)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노년문제를 인문학적·철학적 시각으로 조명한 책. 책 집필에 참여한 6명의 인문학자들은 "의료기술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어났다고? 인간은 결국 늙고, 마침내 죽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노인은 소외된 존재가 아니라 '성숙하고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가치의식을 전제한 인간학적 성찰을 담은 '노년 인문학'을 들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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