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마 빌라베르데의 인체 조형작업 작품 '소녀(2007)'. 작은 사진 왼쪽부터 점프(2011), 여인(2012), 요가(2011). 사진제공=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위생도기 활용한 인체 조형작업 1980년대 초기 작품에서부터
시기별 특징있는 19점 선보여

선물받은 비데 코르셋 같아 내 작업의 시초가 됐죠
한국과 동양문화 매력적 김해는 도자기 고장

"어느날 예쁘게 장식된 화장실 비데를 선물 받았습니다. 그 비데가 저의 삶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도예작가 빌마 빌라베르데(Vilma Villaverde)의 특별전시회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7월 21~11월 11일, 큐빅하우스 전시실)
 
이번 전시회는 '자유로운 영혼을 만나다'라는 주제 아래 19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지난 21일 오후 2시 30분에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특별강연회가 개최됐다. 빌마는 직접 준비해온 영상자료를 통해 자신의 작품과 작업과정 등에 대해 설명했다. 강연회에는 도자전공자들과 일반관람객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 70세인 빌마는 변기와 세면기 등 위생도기를 활용해 인체의 조형작업을 수행하는 작가이다. 위생도기는 머리, 목, 가슴, 몸통, 다리, 엉덩이 같은 인체의 일부로 표현되기도 하고, 머리에 쓰는 모자와 왕관이 되기도 한다. 빌마의 작품 속에서 위생도기는 새로운 의미의 오브제로 되살아난다.
 
미술사상 변기를 작품으로 들고 나온 건 프랑스의 화가 마르셀 뒤상이 처음. 그는 남성용 변기에 '샘'이라는 제목을 붙여 가명으로 전시회에 출품,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시도는 당시 전통미술의 한계를 깨고 새로운 표현의 자유를 선사했다. 1963년에는 미국의 작가 로버트 아네슨이 변기를 주제로 한 작품 '펑크 존(Funk John)'을 발표했다.
 
빌마는 1970년대에 도자작업을 처음 시작했고, 1980년대에는 가족과 이웃들의 사진을 바탕으로 한 인물 작업을 주로 했다. 빌마가 위생도기를 도구로 선택한 것은 1987년 지인한테서 선물받은 비데가 계기였다. 빌마는 "작업실에 놓여 있던 그 비데가 어느날 여자의 코르셋처럼 보였다. 나는 그 비데를 이용해 여성의 인체를 완성하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비데를 이용한 첫 번째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위생도기는 나에게 창조력을 발휘하게 하고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주는 계기가 된다"는 빌마의 작품들은 유머러스하다. 변기 사이로 팔이나 다리가 튀어나온 작품도 공포스럽다기보다는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빌마가 표현한 얼굴도 뭔가 재미있는 장면을 보고 있는 듯 웃음을 머금고 있다.
 
빌마는 1990년부터 현재까지 대부분의 작업을 위생도기를 중심으로 진행해왔다. 빌마의 작업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미 만들어진 위생도기를 이용한다는 데에 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김승택 학예사는 "도자 작품의 경우 성형되어 가마에서 구워져 나오면 약 20% 정도가 수축이 되기 때문에 레디메이드 오브제(완성된 위생도기 제품이라는 의미)에 도자작품을 결합하는 작업에는 면밀한 수학적 계산과 작품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빌마는 "한국을 비롯한 동양문화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며 "김해와 경기도 이천이 도자기로 유명한 고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클레이아크 세라믹창작센터에서 만든 작품도 이번 전시회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빌마의 작품세계가 변화해 온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1980년대 초기작품들에서부터 시기별로 특징있는 작품들을 선정해 선보인다.
 
전시회 관람시간/오전 10시~오후 6시. 관람료/어른 2천원, 청소년 1천원, 초등학생 500원, 어르신·유아 무료. 문의/055-340-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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