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꼬부랑길 벽화마을의 오르막길. 계단이 알록달록한 색으로 칠해져 실로폰 같은 느낌을 준다.
가고파꼬부랑길 벽화마을의 오르막길. 계단이 알록달록한 색으로 칠해져 실로폰 같은 느낌을 준다.

 

2013년 도시재생사업으로 변신
벽화 보수땐 그림책 장면들 그려
마을 내 벽화는 대부분 수채화톤

높은 마을서 마산항 내려다 보여
문신미술관·창동예술촌 등 관광

 

 

통영에 동피랑마을이 있다면 창원 마산에는 '가고파꼬부랑길 벽화마을'이 있다. 높은 언덕에 주택이 빼곡히 들어선 난개발 지역이 꼬까옷을 입은 곳이다.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규모의 마을이지만, 마산항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과 포토존, 인근 관광지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문신미술관 일대에 주차하고 걸어 올라가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꼬불꼬불한 길을 10분간 올라가면 마을 안내도가 보인다. 안내도에 있는 벽화와 실제 마을 내 벽화가 다를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2013년 상대적으로 낙후된 마산합포구 성호동과 추산동 산동네 일대를 벽화마을로 꾸미는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했다. 경남은행이 기획·예산지원과 환경정비를 담당하고 창원시가 행정을 지원했다. 경남도미술협회 소속 미술작가 32명이 재능을 기부해 벽화를 그려 넣었다.
 

벽화의 색이 바래지면서 2017년 기존 벽화를 보수하고 새로운 벽화를 추가했다. 
 
그래서 마을 담장에는 아직 색이 명확히 남은 그림들을 볼 수 있다. 담장 벽화들은 그림책의 한 장면을 그렸다고 한다. 1954년 마산 최초의 도서관이 있던 곳임을 기념했다. 그 중 '엄마가 사랑해'라는 그림책이 눈에 띈다. "기억하렴. 엄마는 네가 아기만큼 어려도 엄마만큼 커져도 언제나 널 사랑해." 아무리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해도 부모님의 눈에 자식은 언제나 아기같은 존재일 것이다. 따뜻한 그림책 벽화들을 둘러보고 마을을 오르면 된다. 
 
마을을 올라가는 계단 3곳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칠해져 있다. 어린 시절 마음껏 두드리던 실로폰 같다. 한 계단은 위에서 보면 별이 그려져 있어 은하수 위를 걷는 착각이 든다.
 
마을 안은 더욱 동화책 같다. 벽화 대부분 동물과 꽃이 주인공들이다. 왼쪽 벽면에 그려진 호랑이는 실제 살아 있는 듯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진한 색감의 벽화보다는 수채화톤의 벽화가 많아 가을장마와 유독 잘 어울리는 마을이다. 포토존도 다양하다. 앞에 서면 물지게를 맨 듯한 벽화와 타이타닉 포즈를 취할 수 있는 벽화도 있다. 
 

마을 중심에 위치한 백년우물.
마을 중심에 위치한 백년우물.

마을 중앙에는 '백년우물'이 있다. 1920년 이전에 형성된 우물은 전 마을주민이 실제 이용하던 것이다. 높은 지대에 있음에도 마르지 않고 주민들에게는 생명수 역할을 했다. 백년우물은 이 마을이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됐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한적한 마을의 또 다른 매력은 마산항이 보인다는 것이다. 마산 시내 너머로 보이는 능선과 마산항의 전경은 높은 언덕 마을이 주는 묘미다. 
 
마을을 걸어오는 길에는 '예술과 함께 걷는 함께걷길'이라는 문구가 있다. 걸어 다니며 마산합포구의 곳곳을 살펴보자. 마을 인근에는 창원시립마산박물관, 문신미술관이 있다. 이곳에도 포토존,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추산공원도 마산의 전경을 내려다보기에 안성맞춤이다. 규모가 큰 공원이라 쉼터도 충분히 조성돼 있다. 
 
창동예술촌도 걸어서 18분 걸린다. 벽화, 전시장, 갤러리, 작가들의 공방 등 구경거리가 많다. 골목 사이에 있는 벽화들은 가고파꼬부랑길 벽화마을에서 본 벽화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2022년 조각가 문신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으니 가보길 바란다.
 

숲속의 동물원에 있는 듯한 벽화. 수채화 감성의 숲속 묘사와 실제 같은 호랑이가 눈에 띈다.
숲속의 동물원에 있는 듯한 벽화. 수채화 감성의 숲속 묘사와 실제 같은 호랑이가 눈에 띈다.

 

잡다한연구소 이은경 소장은 "많은 관광객들이 인근 관광지와 연계해 걷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관광객은 줄었지만 창동예술촌에서부터 걸어 올라와 가고파꼬부랑길을 더욱 즐기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채화 그림처럼 감성적인 가고파꼬부랑길 벽화마을은 마을을 둘러싼 담장처럼 관광객을 품는 곳이다. 가을장마가 끝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 찾아보길 추천한다. 

김해뉴스 글·사진 = 이선주 기자 sunju@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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