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90대 할머니 곁을 꼭 지키며 40시간 만에 구조를 도운 백구(사진)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백구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충남의 한 시골 마을에 사는 90대 김모 할머니가 지난달 25일 새벽 홀로 집을 나섰다가 연락이 두절됐는데요. 당시 할머니는 비를 맞으며 걷다가 집에서 2㎞가량 떨어진 논두렁에 쓰러졌습니다. 이날 오전 일어나보니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다"는 딸의 실종신고가 경찰에 접수됐고, 경찰은 인근 농장의 CCTV를 통해 백구와 함께 마을 밖으로 나가는 할머니를 확인해 수색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날 새벽부터 내린 비 때문에 경찰은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경찰은 다음날 26일 오전까지 할머니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실종 추정 40시간이 흐른 26일 오후 3시 30분께 경찰의 열화상 탐지용 드론 화면에 희미한 생체 신호가 감지되면서 할머니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논두렁에 빠진 당시에는 체온이 떨어져 드론에 감지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할머니 곁을 지키던 백구의 체온이 드론에 포착되면서 할머니를 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네요.
 
사실 백구는 할머니의 가족이 되기 전 대형견에 물려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던 유기견이었는데요. 할머니 가족이 다친 백구를 발견하고 정성으로 보살핀 결과 가족의 연을 맺게 된 것이어서 더욱 애틋한 것 같습니다.
 
할머니 자녀인 심금순 씨는 "유기견이었던 백구가 3년 전 큰 개에게 물렸을 때 도움을 줬고 그때부터 인연을 맺었다"며 "유독 어머니를 잘 따랐던 백구가 은혜를 갚은 것 같아 정말 고맙다"며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할머니에게 은혜를 갚은 백구는 할머니 구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전국 1호 '명예 119구조견'으로 임명됐습니다.
 
명예 구조견 임명식에 참석한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백구는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만들어 모두를 감동시켰다"며 "백구가 보여준 것은 주인을 충심으로 사랑하는 행동 그 이상으로 사람도 하기 어려운 지극한 효(孝)와도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해뉴스 원소정 기자 ws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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