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슈브로이 맥주제조장을 운영 중인 조현출 대표(사진 오른쪽)과 조완호 이사.   이선주 기자
켈슈브로이 맥주제조장을 운영 중인 조현출 대표(사진 오른쪽)과 조완호 이사. 이선주 기자

 

 국내1호 맥주제조기술자 자부심
 다양한 수제 맥주 유통 및 개발
 내년부턴 아들이 가업 물려 받아
"맥주 사랑, 사람들과 나누고파"



"포기하려는 생각도 했지만, 많은 사람이 수제맥주의 매력에 빠지길 바라다 보니 벌써 20여 년이 흘렀네요. 술을 제대로 마시지도 못하던 사람이 맥주 제조실 만든다고 나서니 다들 미쳤다고 했죠."
 
양산에서 수제맥주 공장 '켈슈브로이'를 운영하는 조현출(65) 대표는 국내 1호 맥주 제조 기술자로 통한다. 그가 처음 수제맥주에 관심을 갖은 건 1998년, 지인의 사기그릇 전시회 관람차 방문한 일본에서였다. 체질적으로 술과는 거리가 멀어 맥주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수제맥주를 처음 맛본 순간 신선한 충격을 잊을 수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조 대표는 '왜 한국에는 수제맥주가 없을까?'라고 생각하며 '국내에 수제맥주의 신세계를 열겠다'고 마음 먹었다. 당시 국내에선 주류 업체들이 만드는 기성맥주만 판매되고 있었다.
 
하지만 주세법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국내에서는 개인이 맥주를 제조할 수 없었다. 그 때부터 조 대표는 주세법 개정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주세법 개정을 위해 국세청, 언론사 등을 방문해 알렸다.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주세법은 2002년 개정됐다. 이후 2002년 양산에 소규모 영업장을 열고 수제맥주를 제조·판매하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일본과 독일을 오가며 맥주 제조 기술을 배우는데 열정을 쏟았다. 켈슈브로이의 이전 이름인 '혼마브로이'도 일본에서 기술을 가르쳐준 아사히맥주 공장장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나 수제맥주의 생산량의 한계에 부딪혀 경영난도 있었다. 조 씨는 "소규모 양조장이 맥주를 유통할 수 없어 업장 내에서만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었다. 맥주가 다 팔리지 않으면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이 시기 수제맥줏집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한 시점이다. 조 대표도 문을 닫을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수제맥주에 대한 진심을 저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조 씨는 "포기할 수 없었다. 국내 1호 맥주 제조 기술자가 무너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2010년부터는 맥주 관련 세금 제도가 개편되고 소규모 양조장도 맥주를 유통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조 씨는 "맥주를 유통할 수 있게 되자 수제맥주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 때 왜 일본말을 쓰냐는 말을 계속 듣게 돼 혼마브로이라는 이름 대신 맥주 종류 중 하나인 '켈슈'라는 이름으로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맥주를 유통할 수 있게 되자 서울, 경기, 경남, 부산 등에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경남과 부산지역 5곳에서 조 씨의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조 대표는 "수제맥주는 저온숙성으로 효모균이 100% 살아있어 장 운동을 도와 건강에도 좋다"며 "혈당, 콜레스테롤 저하, 노화 방지 등에도 도움이 된다"고 자랑했다. 
 
조 대표는 세 종류의 맥주를 만들고 있다. 자몽향이 나는 '페일에일', 구수한 보리 맛과 향이 있는 '알트', 독일 쾰른지방의 맥주 쾰슈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켈슈'이다. 현재는 밀맥주와 IPA(India Pale Ale·인디아 페일 에일)도 개발하고 있다. 
 
이 모든 맥주를 만드는 맥주 제조실에 들어서면 구수한 보리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면서 냄새에 취한다. "이 기계에 물이 가득 차있다. 이 물이 옆 기계로 넘어가 찌꺼기만 뜨게 만들고 걸러낸다"며 맥주 기계를 보며 제조법을 설명하는 조 씨의 눈은 맥주와 사랑에 빠진 그 자체였다. 
 
조 씨는 내년이면 경영에서 물러날 계획이다. 앞으로 맥주 개발·홍보는 아들이자 든든한 파트너인 켈슈브로이 조완호 씨(32)가 진행한다. 조 이사는 "가업을 물려받기로 결정하고 제조장에 들어온지 2년째다"며 "아버지보다 젊은 감성으로 SNS 홍보·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이사의 목표는 제조장을 '홈브루잉 공부방'으로 만드는 것이다. 조 이사는 "맥주를 집에서 마시는 시간이 늘고,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집에서 맥주를 직접 제조하는 홈브루잉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그들에게 제조장이 맥주공부방이 됐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해뉴스 이선주 기자 sunju@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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