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효녀'이야기를 담은 하촌마을 내 벽화.
'조효녀'이야기를 담은 하촌마을 내 벽화.

 

마을 가는 길엔 도랑과 논밭
김해시 대표하는 효·예 마을
반효자·조효녀 정려비도 있어
벚꽃쉼터 포토존도 즐길거리

 

 

김해 시민들은 지역 예술을 이끄는 곳 옆에 자연의 예술 같은 풍경을 간직한 곳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걸어가면 볼 수 있는 진례면의 '하촌마을'은 논밭과 황토색 집이 가득 있는 고즈넉한 마을이다. 
 
시례누리길이 조성돼 있어 세 가지 코스를 선택해서 둘러볼 수 있다. 클레이아크에 주차를 하고 기자는 도랑쉼터, 하촌마을, 벚꽃쉼터 순으로 걸었다. 길을 안내하는 바닥 표시를 보고 따라가면 된다.
 
도랑쉼터를 통해 하촌마을로 가는 길은 양옆에 도랑과 논밭이 있다. 탁 트인 논밭에 비가 그치고 뿌연 안개가 내려앉은 풍경에 한참 넋을 놓고 바라봤다. 맞은편 도랑에서는 물이 졸졸 흐르고 있다. 2019년 '도랑품은 청정마을'로 선정될 정도로 맑은 물이다. 
 
하촌마을에 들어서면 바닥부터 담벼락까지 온통 황토색이다. 2017년, 2020년 벽화작업을 진행하며 골목길 담벼락에 황토를 발라 벽화를 새 단장하고, 마을 도로 바닥을 친환경 황토색 탄성포장재로 포장했다. 이 때문에 따스함이 마을을 품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촌마을은 주민들끼리 '예동'(禮洞)으로 불리며, 김해시를 대표하는 효자마을로 불렸다. 오래 전 마을에는 서당이 있어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효우를 제일이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친환경 황토색 탄성포장재로 포장된 마을 도로 바닥. 심청이의 생애를 그린 벽화.
친환경 황토색 탄성포장재로 포장된 마을 도로 바닥. 심청이의 생애를 그린 벽화.

 

마을 벽화도 효(孝)라는 주제로 하나씩 새겼다. 아이들이 보는 동화의 심청이의 생애를 그린 벽화, 반포지효(反哺之孝·자식이 자라서 어버이께 효도한다)라고 적고 부녀지간을 그린 벽화 등 유독 부모와 자식이 함께하는 그림이 많다.
 
이는 '반효자·조효녀'와 관련이 있다. 반석철은 조선시대 세조 때 주부라는 벼슬을 지냈으며, 부모 섬기기를 지극히 했다. 이에 조선 성종 2년에 정려비를 내렸다. 이후 효녀 조씨는 반효자의 외손녀로 김해읍지에 기록돼 있다. 아버지가 병으로 기절하자 손가락을 베어 피를 입에 흘려 넣어 다시 소생했고, 어머니가 병이 났을 때는 넓적다리뼈를 깎아 약에 넣어드리는 등 지극정성으로 부모를 봉양했다. 이 일이 숙종 13년에 임금에게 알려져 정려됐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이 마을에는 반효자·조효녀 정려비가 있다.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마을도 효와 예를 전하는 마을이 됐다. 주민들은 어버이날이면 다함께 모여 식사를 하며 행사를 진행한다. 마을의 풍년을 기원하는 농악 등 예로부터 내려오는 효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안녕하세요.", "벽화 보러 왔어요?" 지나가는 주민들의 인사가 더욱 정겹게 느껴지는 이유다. 
 

벚꽃쉼터의 '아쿠아포토존AR'.
벚꽃쉼터의 '아쿠아포토존AR'.

옛 시골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을 벗어나면 다시 시례누리길로 들어서 벚꽃쉼터로 향하면 된다. 하촌마을로 향하는 길에 있던 은색 조형물이 눈에 띈다. '클레이아크 포토존 AR(증강현실)'이다. '시례누리길AR' 앱을 다운 받아서 화면에 나오는 이미지를 포토존에 비추면 캐릭터가 나타난다. 원하는 한복을 선택하고 조형물 앞에 서면 한복을 입은 듯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포토존AR은 벚꽃쉼터에 3개가 있다. '아쿠아포토존AR'은 화면에 나타나는 벽을 터치하면 벽이 깨지고 물고기들이 돌아다닌다. '벚꽃잡지AR'은 화면의 벚꽃나무를 터치하면 꽃잎이 휘날리고 나비가 날아다닌다. 포토존이 단순한 사진을 찍는 곳이 아니라 앱을 활용한 볼거리를 제공해 흥미롭고 신기하다.
 

시례누리길에서 하촌마을로 들어가는 길에서 볼 수 있는 논밭.
시례누리길에서 하촌마을로 들어가는 길에서 볼 수 있는 논밭.

 

시례누리길을 통해 하촌마을까지 한 바퀴를 돌아보는 데에는 40분 정도 걸린다. 마을 벽화를 통해 효와 예를 가르칠 수 있어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 걷기 좋은 코스다. AR을 통해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 수 있고, 짧은 시간 배움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보인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지금, 가을과 어울리는 하촌마을을 방문해보자.

김해뉴스 글·사진 = 이선주 기자 sunju@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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