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립미술관이 선보이는 함혜경 작가의 싱글채널비디오 프로젝트 'PAUSE, REWIND, PLAY' 작품 속 장면들.  김미동 기자
경남도립미술관이 선보이는 함혜경 작가의 싱글채널비디오 프로젝트 'PAUSE, REWIND, PLAY' 작품 속 장면들. 김미동 기자

 

싱글채널비디오 프로젝트 재개
자리 4개인 소규모 상영관 형식
함혜경 작가의 작품 총 5편 상영
현실·고민·삶·사랑 등과 관련
스스로 재발견하는 시간 가져

 

각자만의 거리를 견디며 지내야 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 경남도립미술관에 마련됐다.
 
경남도립미술관은 지난 10일부터 싱글채널비디오 프로젝트 'PAUSE, REWIND, PLAY'를 선보였다. 미술관은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싱글채널비디오 시리즈를 통해 비디오아트의 속성을 실험적으로 연구하는 작가와 작품을 꾸준히 소개해왔다. 이번 'PAUSE, REWIND, PLAY'는 미술관이 3년 만에 재개하는 프로젝트로, 싱글채널비디오를 팝업 형식으로 펼쳐냈다.
 
하나의 작은 영화 상영관처럼 만들어진 이번 프로젝트 장소에는 커다란 스크린과 편안한 빈백(beanbag) 형태 의자 4개가 설치됐다.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함혜경 작가의 영상과 오롯이 자신만이 남아있는 '다락방'을 만날 수 있다.
 
참여 작가인 함혜경 작가는 다양한 장소에서 수집한 서사와 이미지를 통해 작가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에 주목해왔다. 그의 이야기는 누구나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작가 자신이 개인적으로 품었던 깊고 내밀한 마음에 이른다. 작가는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을 재발견했던 것과 같이 관람객 역시 자신의 모습을 찾아내도록 만든다.
 
어두컴컴한 상영관 내부로 들어가 빈백에 몸을 맡기고 나니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어떤 새로운 공간에 온 듯했다. 그리고 아주 조용하고 은밀하게, 마치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처럼 영상이 시작됐다.
 
영상은 총 5개로 구성됐다. 순서대로 '어둠이 사라지고', '나의 첫사랑', '벌이 없으면 도망치는 재미도 없다', '모든 사람은 수수께끼', '평온의 섬'이다. 각각 10분에서 18분까지 상영시간을 갖고 있다. 총 상영시간은 1시간 5분 정도. 복잡하고 어려운 고민 가득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기엔 충분했다.
 
첫 영상인 '어둠이 사라지고'는 흑백 화면에 여성의 목소리와 자막이 함께 등장했다. 영어를 사용해 조곤조곤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단조로우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익숙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는 것 같기도, 주어진 독백 대사를 읽는 것 같기도 한 목소리였다. 여성의 목소리 사이마다 또다른 누군가의 대답이 자막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 영상에선 여름 속 단편적 장면들과 함께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영상은 '우리는 왜 첫 번째 연인과 헤어졌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 펼쳐졌다. 세 번째 영상 '벌이 없으면 도망치는 재미도 없다'는 일어를 사용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비밀에 둘러싸인 한 남자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5개의 영상은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 같기도, 각자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했으며 어느 샌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불연속적으로 흐르는 이국적 장면들은 누군가의 시선이자 일상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그런가하면 화면과 전혀 이어지지 않는 영상 속 독백들은 삶, 직업, 사랑, 방향 등 제한되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제시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내면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5개의 영상은 일상에서 스쳐지나가는 장면, 음향, 텍스트를 조합하고 이를 재배치해 특별한 장치 없이도 누구나 쉽게 빠져들게 했으며, 이를 지켜보는 일은 마치 엉킨 실타래를 찬찬히 풀어나가는 과정같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열린 미술관 속 다락방, 'PAUSE, REWIND, PLAY' 프로젝트는 오는 10월 10일까지 화~일요일 각 다섯 차례 진행된다. 상영시간은 오전 10시, 오전 11시 30분, 오후 1시, 오후 2시 30분, 오후 4시마다 별도의 휴식시간 없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관람료는 성인 1000원, 청소년 700원이다. 1회 최대 4명까지 입장 가능하며 월요일과 추석은 휴관이다.

김해뉴스 김미동 기자 m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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