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물길을 거닐며
(김주영 지음, 권태균 사진/김영사/370p/1만 5천원)

1천300리 물길을 쉼없이 달려온 낙동강이 이제 작별을 고한다. 헤어지는 아쉬움에 느릿느릿 발걸음을 내딛는 곳, 부산 사하구 하단동. 바다로 들기 전, 얕은 지형을 따라 강폭은 삼각꼴로 넓어지고, 걸음도 더뎌진다. 마지막까지 품고 있던 토사를 부려놓으며, 강 한가운데 터를 잡은 섬, 하중도(하천이 흐르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유로가 바뀌면서 하천 가운데에 토사가 퇴적되어 생긴 섬) 을숙도가 생겨났다. 새가 많고 물이 맑은 섬이라는 뜻에서 을숙도(乙淑島)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철새도래지 을숙도'중에서)
 
낙동강은 남한 제일의 강이다. 강의 길이만 해도 약 520㎞에 이른다. 2만 3천㎢ 여에 이르는 낙동강 유역 면적은 남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렇게 광활한 낙동강의 역사는 영남의 역사를 넘어 한반도의 역사를 품고 흐른다. 대하장편소설 <객주>의 작가 김주영이 낙동강을 따라 걸었다. <객주>에서 장터를 헤집고 다니는 민초들의 삶을 그려냈기에 '길 위의 작가'로 불리는 김주영을 따라 걷는 낙동강은 넓고, 깊고, 길고, 오래된 길이다.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경북 청송에서 태어난 작가가 자신의 고향이자 문학의 터전이며 마음의 젖줄인 낙동강의 모든 것을 담아 펴낸 책이다. 권태균 사진작가의 낙동강 사진 덕분에 마치 강변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스파이스
(잭 터너 지음, 정서진 옮김/따비/591p/2만 5천원)

향신료는 상상 그 이상의 이국적인 향미를 식탁에 선사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오랜 요리의 역사와 한데 얽혀 있는 훨씬 오래된 역사, 근대까지만 해도 향신료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또 다른 역사가 숨겨져 있다. 향신료는 소금을 뿌린 뻑뻑한 쇠고기에 향미를 더하고 육식을 금한 사순절 동안 생선만 먹은 지루함을 달래는 용도 뿐만 아니라, 신을 부르거나 악마를 내쫓고, 병을 몰아내거나 전염병을 예방하고, 사그라지는 성욕에 불을 지피는 다양한 용도에 사용되었다. 향신료는 약재로서 위상이 높았고, 그리스도교가 사용하는 메타포였으며, 격렬한 성적 흥분의 씨앗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스파이스를 열렬히 원하는 부류가 있는 반면, 불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스파이스에 대한 생각' 중에서)
 
후추, 클로브(정향), 넛메그(육두구), 메이스, 시나몬, 카시아, 생강. 인류의 식탁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향신료(스파이스)들이다. 고대로부터 유럽인들은 향신료에 다양한 의미와 상징을 부여했고, 훗날의 유럽인들에게 향신료는 곧 부의 상징이 되었다. 이 책은 향신료에 매혹된 사람들이 만든 욕망의 역사를 담고 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