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인요 임용택, 이미진 도예가가 작품으로 가득한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이선주 기자
예인요 임용택, 이미진 도예가가 작품으로 가득한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이선주 기자

 

 임 도예가, 분청도자대전 대상
 이 도예가는 으뜸차사발 작가
"수장고 작품들로 전시하고파
 예인요 대표하는 작품 만들 것"



"숟가락 들 힘 있으면 흙 만질 힘 있겠죠? 평생 흙 만지면서 저만의 다관을 만들 생각입니다."
 
어둠이 짙게 깔린 김해 진례면 담안리 담안마을. 마을 깊숙한 곳에 홀로 불을 밝힌 작업장이 있다. 입구에 크게 자리한 가마가 눈에 띄는 이 집이 바로 '예인요'다. '예술을 알고 행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긴 이 곳에서는 임용택(52), 이미진(45) 부부 도예가가 오랜 시간 열정을 빚어내고 있다.
 
임용택 도예가는 초등학교 시절 점토로 주병을 만들어 보면서 도예의 꿈을 갖게 됐다. 고등학교를 부산공예고등학교 도자과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흙을 다뤘다. 지금은 도예가가 돼 전국 대회를 휩쓸고 있는 '명품 도예가'가 됐다. 지난 8월에는 백년소공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대한민국분청도자대전에서는 '김해 오토(烏土) 분장을 입히다'라는 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김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오토를 사용했다. 김해 오토라는 명칭은 철분이 많이 함유돼 검은색을 띠는 김해 특유의 흙으로 임 도예가가 직접 명명했다.
 
임 도예가는 1998년 김해로 넘어와 오토를 만났다. 전국 유일 오토다기를 만드는 임 도예가는 "김해 오토다기를 만난 게 가장 큰 축복"이라고 말한다. 몇 년 동안 오토를 연구하면서 아내 다음으로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임 도예가가 만든 다양한 다관, 차주전자 작품 중 유독 검은빛을 띈 작품들은 모두 오토로 만든 것이다. 임 도예가는 "재료를 다듬어보고 연구하는 일이 가장 재밌다. 오토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며 "김해에 계속 남아 작업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오토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자신을 대표하는 다관을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다. 임 도예가는 "차의 역사가 1000년이 넘은 만큼 수많은 다관이 있다. 그렇기에 나만의 특징이 있는, 나만 만들 수 있는 다관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라며 "오토다기에 분청기법을 가미한 다관을 만들고 있다. 누가봐도 이 다관은 임용택이 만든 것이라고 알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벽을 가득 메운 다양한 다관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다. 세심한 터치와 매끈해보이는 다관이 있는 반면, 투박해보이지만 매력 넘치는 다관이 있다. 
 
아내 이미진 도예가는 남편과 달리 손가락으로 작업을 많이 한다. 이 도예가는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대부분 매끈한 다관을 내가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손가락으로 누르고 꼬집어서 만든 작품이 많다"고 말했다. 이 도예가는 경남차사발초대공모전에 출품해 으뜸차사발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툰다관시리즈 등을 하며 매력있는 다관과 찻사발을 선보였다. 
 
예인요임을 알리는 입구의 큰 가마는 1년에 딱 4번만 불을 떼운다. 이 도예가는 "밥을 지을 때 전기밥솥에서 지은 밥과 가마솥에서 지은 밥은 다르다. 대하는 자세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가마를 떼우는 횟수가 적기 때문에 작품 하나하나 더 공들여서 만든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다관 하나를 주문해도 길게는 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인요'이기 때문에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다. 임 도예가는 "정성이 깃든 다관이기 때문에 오래도록 찾는 손님들이 많다"며 "2009년부터 구매하고 있는 한 손님은 열심히 작업 활동해서 계속 구매할 수 있게 해달라는 무언의 압박을 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이 도예가는 "찻잔과 다관에 따라 차의 맛이 달라진다. 작품을 만들면 우리가 직접 써보기 때문에 어떤 잔에 어떤 차가 잘 어울리는 지도 손님에게 말해줄 수 있다. 그래서 손님들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마를 떼울 때마다 가장 좋은 작품은 수장고에 넣어둔다. 벌써 잔 2000점, 다관 150~200점, 차사발 30점 정도가 수장고를 지키고 있다. 전시회를 할 때마다 수장고의 일부 작품을 내놓곤 한다. 부부는 이 작품들을 '손으로 낳은 자식들'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수장고에 들어가 옛날 작품을 들여다 보며 미소짓는다. 이 도예가는 "예전에 만든 작품과 최근에 만든 작품을 놓고 비교하면, 예전에 참 서툴렀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면서도 "서툰 작품만의 매력이 있다. 1이 없으면 2가 없듯이 그 작품이 있어서 지금 이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수장고에 들어갈 때마다 마음을 다진다"고 말했다. 임 도예가는 "가마의 온도, 재료 등에 따라 늘 새로운 작품이 나온다. 수장고의 작품들이 예인요의 역사를 나타낸다"며 "시간이 지나고 수장고 작품들로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김해에 남아 흙을 만질 것이라고 한다. 임 도예가는 "김해시에서 마련해준 전시회, 축제 등 도자기를 만들기에 완벽한 조건이다. 다른 지역에 있는 도예가들이 부러워한다"며 "그만큼 많은 도예가들이 터를 잡고 있으며, 도예가들끼리 교류도 활발하다. 이 곳에서 나는 오토를 계속 연구해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선주 기자 sunju@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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