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최고명장에 선정된 홍서현 명장. 진례면에 위치한 다홍가야매듭에서 가야 역사와 관련한 매듭을 개발하고 있다. 이선주 기자
김해시 최고명장에 선정된 홍서현 명장. 진례면에 위치한 다홍가야매듭에서 가야 역사와 관련한 매듭을 개발하고 있다. 이선주 기자

 

2021 김해시 최고 명장에 선정
대한명인으로 활동 꾸준히 해와
구지봉 닮은 거북·가야 금관 등
지역 역사 관련 매듭 개발 매진



"매듭은 일상생활 어디서든 활용이 되고 있죠. 매듭공예로 장신구, 실내 장식, 염주 등 다양한 물건을 만들 수 있어요. 알록달록한 실을 꼬거나 짜서 다양한 무늬를 만들 수 있죠."
 
김해시 진례면의 조용한 동네에 '전통매듭'이라고 적힌 공방이 있다. 바로 홍서현(64) 명장이 작품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홍 명장은 2021년 김해시 최고명장에 선정됐다. 이는 홍 명장에게 매듭장으로서 오랜 시간 전통을 지켜온 것에 대한 보답인 셈이다. 
 
홍 명장은 숙련된 전통매듭기술을 현대공예와 접목해 김해공예산업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는 지역 기술자로 손꼽힌다. 후진 양성에도 매진하고 있으며, 300여 명의 제자가 전국에 퍼져 있다.
 
그가 매듭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는 1979년. 부산 국제시장에 있는 김영숙 선생에게 매듭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던 홍 명장은 금새 매듭 기술을 배워갔다. 1982년 결혼을 한 이후 본인만의 매듭 기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홍 명장은 "경찰공무원인 남편이 산청으로 발령이 나고, 덕산 골짜기에서 살기 시작했다. 오지였던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취미 생활이 실을 잡는 것이었다. 뜨개질도 하고 매듭공예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1992년 김해로 터전을 옮긴 뒤 매듭공예 자격증도 따고, 한민족 전통매듭 서울 본협회 김해지부로 처음 공방을 열었다. 이후 동상동 전통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진례면으로 오게 됐다. 이 곳에서 다양한 작품을 개발하고 있다.
 

거북모양매듭과 가야금관매듭.
거북모양매듭과 가야금관매듭.

홍 명장은 가야문화의 상징인 가야 금관을 매듭으로 만들어 내는 기법을 개발했다. 가락국의 건국 신화가 깃든 구지봉을 닮은 거북 모양의 매듭도 홍 명장의 손에서 탄생했다. 
 
실생활에서 활용하기에도 좋은 매듭공예도 있다. 찻주전자 손잡이를 감싸는 매듭도 만들었다. 특히 거북모양 매듭은 암컷과 수컷의 매듭 기법을 다르게 해 세세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 
 
그는 "공방 이름 다(多)홍가야매듭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가야 역사를 알리자는 뜻으로 지었다. 한올한올 매듭으로 가야 역사의 흔적을 표현한다는 것은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홍 명장은 전국 유일 매듭공예 부문 대한명인(제12-362호)으로서 전국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2011년 정부 조달청 우수업체로 지정되고, 2012년에는 정부 조달청 문화장터 상품으로 지정됐다. 외국 대사관들의 방한을 기념하기 위한 무궁화 브로치, 순천만을 본 뜬 브로치, 거북이 브로치 등은 행사 때마다 큰 호응을 얻었다. 개발한 브로치는 김해시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납품하기도 했다.
 
전통 신을 만드는 화혜장 안혜표 선생과 함께 왕의 신발 매듭과 술을 복원하는 일에도 참여했다. 
 
오랜 시간 전통매듭을 지켜온 홍 명장을 찾는 손님들도 다양하다. 홍 명장은 "특히 기억에 남는 손님은 보험 컨설팅을 하시는 분이 신혼부부 고객을 위한 거북모양 매듭 2개를 액자에 담아달라고 하셨다. 임신을 하기 위해 노력하던 신혼부부가 액자를 받은 뒤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면서도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매듭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을 다른이들과 나누기 위해 재능기부 활동도 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전통매듭공예 강의를 한다. 굵은 실을 사용해 공기놀이용 공기나 줄넘기를 만들기도 한다. 최근에는 창원상남중학교와 마산여자중학교 자유학기제 선생으로 참여해 매듭 강의를 진행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인제대학교 외국인 유학생,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매듭 강의도 한다.
 
홍 명장은 "나이 불문하고 매듭을 시작하면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실 한 가닥에도 실을 만지는 사람의 마음이 나타난다. 한올씩 엮다보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고, 정신도 집중할 수 있어 좋은 취미생활"이라고 말했다. 
 
43년간 실을 손에서 놓지 않은 홍 명장의 손가락은 지문이 없을 정도로 닳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명장은 건강이 따라줄 때까지 실을 손에서 놓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최근 저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가 연락이 와서 매듭 명장으로서 오래도록 활동해달라고 했다"며 "매일 아침·저녁으로 운동하면서 건강한 생활을 하려고 한다. 눈이 침침하지도 않고, 열 손가락도 아직 힘이 남아 있다"며 "살아 있는 한 계속해서 김해지역의 역사를 알리는 작품,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선주 기자 sunju@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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