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살무늬토기는 장유면 수가리 패총을 비롯, 한반도 전역에서 나온다. 신석기 시대 대표 토기이다. '빗'살무늬가 그려져 있다. 머리 빗는 빗이다.
 
그런데 과연 석기시대 사람들이 빗을 썼을까 의문이다. 빗과 함께 쓰는 거울은 청동기시대에 처음 등장한다. 그것도 표면이 조악해 거울이라기보다는 장식용이라고 한다. 순전히 내 생각인데 동굴이나 움집에 살던 사람들이 빗질을 했을 리가 없다. 석기시대 사람들이 지금으로 따지면 초정밀기기나 마찬가지인 빗을 만들 수도 없었을 것이다. 훗날 사람들이 그렇게 이름 붙였을 것이다. 어차피 역사는 기록자의 시각에서 쓰는 것이니까.
 
빗살무늬는 '햇빛'을 그렸다는 주장이 있다. 해가 없으면 춥고 깜깜하다. 햇볕은 따뜻하고 밝다. 대자연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빛살'을 보고 그렸다는. 당시 사람들에게 '우리는 하늘을 믿는 천신족의 후예'라는 사상이 있었다고 한다. 다른 의견도 있는데 하늘에서 내리는 '비'(雨)를 나타낸다는 것. 대지를 적시고 만물을 자라게 하는 비. 그리고 믿거나 말거나처럼 보이는 주장도 있다. '그거 생선가시 아냐?' 그런데 역사가 현재의 입장에서 과거를 재해석하는 것이라면 생선가시 주장도 일리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궁금한 게 있었다. '밑이 왜 뾰족하지? 넘어져 세울 수가 없는데….'
 
몇 해 전, 서울 강동구 암사동 선사주거지에 갔다. 할머니 해설사가 금방 답을 준다. "모래톱에 쿡 박아놓고 썼습니다. 석기시대 사람들은 다들 강이나 바닷가에 살았지요. 근처가 전부 부들부들한 모래흙이었어요."
 
우리가 잘 아는 선사시대 유적지는 전부 물가에 있다. 수가리는 낙동강, 부산 동삼동은 남해, 암사동은 한강,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는 한탄강, 충남 공주 석장리는 금강, 나진선봉지구로 알려진 북한의 함경북도 웅기군 굴포리는 동해안이다.
 
빗살무늬토기는 모래톱에 쿡 박아놓고 조개나 소라 해조류를 채집해 담아놓는 함지박이었다. 바닥이 평평하면 강물, 바닷물이 넘실댈 때 두둥실 떠내려간다. 주거지에도 부드러운 모래가 많아 쉽게 박아 놓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쿡'이다.
 
석기시대 사람들은 조, 기장, 수수, 물고기, 소라, 성게 등을 먹었다. 부산 영도의 동삼동 패총에서는 온갖 조개와 굴 껍데기, 도미가시 등이 나온다. 그땐 냉장고도 없었다. 물고기를 잡자마자 바로 먹었다. 그런데 이게 요즘 말하는 건강장수 식이다. 빗살무늬의 기원이 생선가시였으면 정말 좋겠다.
 
신석기시대는 1만 년 전. 인류 역사로 볼 땐 오래됐지만 사람 유전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전자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한다.
 
고혈압 식사요법 중에 한 주에 2회 이상 생선을 먹으라는 지침이 있다. 생선기름(오메가3)은 혈액을 윤활유처럼 매끄럽게 한다. 물론 현대인이 원시인보다 생선은 실제로 더 많이 먹는다. 문제는 혈액을 끈적거리게 만드는 오메가6나 포화지방산(육고기)을 너무 많이 먹어 불균형 상태라는 것. 피가 끈적거리면 뇌경색 심근경색이 잘 온다. 생선으로 오메가3를 보충하는 것은 석기시대의 식단을 흉내내는 것이다. 오메가3가 약으로도 나왔다. 고지혈증의 일종인 고중성지방혈증의 치료제가 다름 아닌 오메가3이다.
 
실제로는 오메가3보다 생선 그 자체를 먹는 것이 더 좋다. 영양학적 진실이 있다. 어떤 '특정 성분'보다는 그 성분이 들어있는 음식물 자체를 먹는 것이 더 낫다는 것. '라이코펜'보다 '토마토'를 먹는 게 낫고 '플라보노이드'보다 '콩'이 좋다. '비타민 C'보다는 '과일'이다. 아이들에게 생선과 잡곡 채소 등에 익숙하도록 만드는 것이 영양제나 보약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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