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먼스베를리너 김혜경 대표는 봉황동 사무실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발굴하고 그려내고 있다. 이선주 기자
식스먼스베를리너 김혜경 대표는 봉황동 사무실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발굴하고 그려내고 있다. 이선주 기자

 

 3년 전 봉리단길에 터 잡아
 문화도시 김해 캐릭터 제작
 지역 상인들과도 협업 활발
"캐릭터 제품 다양화할 것"



"문화도시 김해의 캐릭터 '더기'를 만들게 된 건 행운입니다. 김해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지역의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을 맡게 돼 뜻깊고 행복하게 작업했습니다."
 
김해 봉황동의 카페거리(봉리단길)에는 아기자기한 제품들로 가득한 소품샵 식스먼스베를리너(6monthBerliner)가 있다. 노란색으로 칠해진 문을 열면 캐릭터들로 만들어진 다양한 제품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김혜경(31) 대표는 이곳 소품샵 겸 사무실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발굴하고 그려낸다. 김 대표의 캐릭터들은 모두 경험과 추억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좋아하는 과일, 봉황동의 고양이 등을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어낸 것이다. 
 
소품샵 이름도 김 대표의 경험에서 나왔다. 김 대표는 "6개월동안 독일 베를린에서 거주했다. 그 당시의 추억이 평생 남을 것 같아 저만의 공간에 이름 붙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김해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와 함께 '더기' 캐릭터를 만들었다. 더기는 지난해 12월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도 제작돼 배포 7분 만에 2만 5000개가 선착순 소진될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더기는 김해 망덕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가야시대 대표 유물인 오리토기에서 착안해 탄생했다. 김 대표는 "김해하면 떠오르는 캐릭터 해동이는 구지봉이 거북이를 닮았다고 해서 나온 캐릭터다. 해동이와 달리 단순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김해의 역사 속에서 캐릭터가 될 만한 요소들을 찾다가 오리토기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더기는 오리모양토기의 머리 위 장식을 머리스타일로, 받침대는 다리로 표현해 오리토기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구상했다. 색 또한 김해 10색 중 금관가야노란색, 고분밝은갈색 등을 사용했다. 
 
웹툰 김해로운 더기는 5화까지 공개됐으며, 앞으로 5화가 더 공개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더기가 오리인 것만 부각되지 않고, 오리토기라는 유물에서 착안한 캐릭터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2020 와야문화축제'에 사용될 제품 제작도 맡았다. 해동이, 금이야옥이야, 베리 등 김해 캐릭터들을 본인만의 그림체로 그려 돗자리와 캠핑테이블, 컵 등으로 제작했다.
 
그는 더기 제작뿐만 아니라 지역 상인들과의 협업도 하고 있다. 봉리단길의 순심이, 래피즈도넛 등 로고, 스티커, 패키지 디자인 등을 직접 만들었다. 김 대표는 "상인들이 의뢰해오면 캐릭터 완성까지 2~3주가 걸린다. 상인들이 저를 믿고 맡겨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전 김해에 터를 잡으면서 걱정이 많았지만, 주변 상인들이 좋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는 살기 좋은 도시에서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디자이너들 간의 네트워크가 부실해 아쉽다고 한다. 인근 부산의 경우 디자이너 간 네트워크가 잘 구성돼 있어 작가들끼리 협업을 하기 쉬운 반면, 김해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스스로 네트워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이모티콘 제작 수업과 굿즈 제작 수업을 진행하면서 본인과 같은 직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지역의 능력있는 디자이너들이 남아 있도록 네트워크 인프라가 조성이 되길 바란다"며 "캐릭터는 광고 효과가 뛰어나고,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등 활용도가 좋다. 앞으로도 김해시의 웹툰 제작, 캐릭터 제작 등 문화도시 김해가 다양한 콘텐츠를 양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만들어진 캐릭터들을 알리기 위해 리빙제품 등 더욱 많은 제품에 활용할 계획이다. 부산 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도 참가 신청을 마쳤다. 
 
김 대표는 "대부분 발랄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제작하고 있다. 펜이 닿는 대로 그려가다 보면 본인만의 그림체를 찾게 된다. 그렇게 나만의 그림체로 제품을 만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소품샵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캐릭터 제품을 보면서 귀엽다고 속삭일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 봉리단길에 커피 한 잔, 점심 한 끼하러 오면서 소품샵에서 힐링하고 가셨으면 한다. 언제나 노란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선주 기자 sunju@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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