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나 라디오에서 인터뷰 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간혹 거기 나온 사람이 '저희 나라' 혹은 '저희 국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앵커가 거의 반사적으로 '우리나라' 혹은 '우리국민'이라고 교정시켜 주는 것을 보게 된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긍심이나 자존심을 스스로 지켜내자, 혹은 우리끼리 우리를 낮출 필요가 있나 하는 취지에서 그렇게 하는 것 같은데, 그리고, '우리나라', '우리국민'이 바른 표현이라면 그렇게 사용 하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터뷰 도중에 행해지는 앵커의 개입이 다소 과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리고 그러한 방송을 들을 때마다 정신과의사로서 내 마음도 다소 불편하다.
 
자긍심이나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정신과 외래를 찾는 경우가 흔하다. 그들은 크게 두가지 패턴의 행동양상을 보이는데, 첫 번째 경우는 잃어버린 혹은 가져보지 못한 자긍심이나 자존심에 대한 강한 욕구로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자랑하고, 귀한 대접을 받으려는 행동 양상이다.
 
두 번째 경우는 앞의 것과는 정반대의 경우로, 자신이 느끼기에도 너무나도 보잘 것 없는 자긍심이나 자존심 때문에 감히 자신을 드러내지도 못할 뿐더러, 별것 아닌 자신에 대한 지적이나 언급에 대해서도 심한 상처를 받는 경우이다. 이 두 가지 행동패턴은 일견 보기에는 전혀 다른 패턴 혹은 따로따로 나타나는 것 같지만, 실상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이 두 가지가 섞여서 나타난다. 이러한 연유로 나는, '저희 나라', '저희 국민'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려 '우리나라', '우리국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앵커의 말에서 이러한 환자들을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진실로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억지로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지도, 자랑하지도, 귀한 대접을 받으려고 하지도, 타인의 비평에 심한 상처를 받지도 않는다. 아니 이보다 더 건강한 사람은 진정으로 자신을 낮출 줄을 아는 사람이다. 그 정도 경지는 아니더라도, 나는 '저희 나라'라 부르든 '우리나라'라 부르든 별 거리낌이 없는 정도의 사회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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