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나에게 얼마 전 서울에 있는 대학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대뜸 "형님 김해가 그렇게 촌입니까?"라고 물어본다. 대체 뭔 소리냐고 물으니 요즘 개그콘서트 네 가지의 양상국이란 개그맨이 촌놈 개그로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데, 김해 출신이라 김해가 개그 소재로 자주 등장한단다.
오호 통재라! 찬란한 금관가야의 옛 수도였던 김해가 개그 소재로 몰락하다니…. 하지만 슬퍼할 수만은 없다. 우선 네 가지를 보고 난 후에 나만의 대응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마누라와 함께 이 프로를 본 것이 참혹한 결과를 불러 오고 말았다. 우리 마누라는 진주 출신이다. 평소에도 진주가 더 촌이네 김해가 더 촌이네 하고 수시로 싸운다. 물론 그 수준은 초딩들이나 하는 아주 유치한 수준이다. 우리 동네가 아파트 많네를 시작으로 제일 높은 빌딩이 몇 층이냐고 따지는 등 남들이 보면 유치 뽕짝이다. 이런 마누라랑 그 프로를 보고 말았으니.
TV를 보고 난 후 마누라의 반짝이는 눈빛과 지을 듯 말 듯 하던 그 회심의 미소…. 오빠도 어렸을 때 바가지 대고 머리 잘랐나부터 시작해서 화장실 가면 오빠! 신문지나 달력, 종이 주까? 김해에서는 그걸로 닦는다며? 라는 망언도 서슴지 않는다.(참고로 우리집은 OO코웨이에 매달 비데 렌탈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거기다 오늘은 출근하는데 이 여자가 갑자기 싸이의 말춤을 추길래 유행 따라 가려고 애쓰는구나 하면서 살짝 비웃어줬다. 그런데 출근하는 내 뒤통수에 대고 한마디 날린다. "오빤 촌놈 스타일!"
양상국씨! 이게 다 당신 때문입니다. 확 마 궁디를 주 차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