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해 토박이다. 대학 생활 4년과 군대 생활 3년을 빼고는 김해를 벗어나지 못했으니 토박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싶다. 김해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도 강한 편이다.(김해뉴스를 매주 꼬박 꼬박 정독하며 김해에 관한 뉴스도 챙기고 있다. 김해뉴스 좋은 신문이다. 흠흠.)
 
그런 나에게 얼마 전 서울에 있는 대학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대뜸 "형님 김해가 그렇게 촌입니까?"라고 물어본다. 대체 뭔 소리냐고 물으니 요즘 개그콘서트 네 가지의 양상국이란 개그맨이 촌놈 개그로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데, 김해 출신이라 김해가 개그 소재로 자주 등장한단다.
 
오호 통재라! 찬란한 금관가야의 옛 수도였던 김해가 개그 소재로 몰락하다니…. 하지만 슬퍼할 수만은 없다. 우선 네 가지를 보고 난 후에 나만의 대응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마누라와 함께 이 프로를 본 것이 참혹한 결과를 불러 오고 말았다. 우리 마누라는 진주 출신이다. 평소에도 진주가 더 촌이네 김해가 더 촌이네 하고 수시로 싸운다. 물론 그 수준은 초딩들이나 하는 아주 유치한 수준이다. 우리 동네가 아파트 많네를 시작으로 제일 높은 빌딩이 몇 층이냐고 따지는 등 남들이 보면 유치 뽕짝이다. 이런 마누라랑 그 프로를 보고 말았으니.
 
TV를 보고 난 후 마누라의 반짝이는 눈빛과 지을 듯 말 듯 하던 그 회심의 미소…. 오빠도 어렸을 때 바가지 대고 머리 잘랐나부터 시작해서 화장실 가면 오빠! 신문지나 달력, 종이 주까? 김해에서는 그걸로 닦는다며? 라는 망언도 서슴지 않는다.(참고로 우리집은 OO코웨이에 매달 비데 렌탈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거기다 오늘은 출근하는데 이 여자가 갑자기 싸이의 말춤을 추길래 유행 따라 가려고 애쓰는구나 하면서 살짝 비웃어줬다. 그런데 출근하는 내 뒤통수에 대고 한마디 날린다. "오빤 촌놈 스타일!"
 
양상국씨! 이게 다 당신 때문입니다. 확 마 궁디를 주 차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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