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로운 대사와 흥겨운 멜로디의 만요가 이끌어가는 드라마콘서트 <천변살롱>.  사진제공=김해문화의전당
1930년대  '모던 걸'의 꿈과 사랑
자유로운 가사와 흥겨운 멜로디
오는 8일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

"오빠는 풍각쟁이야, 머 오빠는 심술쟁이야, 머/ 난 몰라 난 몰라 내 반찬 다 뺏어 먹는거/ 난 몰라 불고기 떡볶이는 혼자만 먹고/ 오이지 콩나물만 나한테 주구/ 오빠는 욕심쟁이 오빠는 심술쟁이 / 오빠는 깍쟁이야."

여기저기에서 이런 노래가사가 흘러나온다고 해서, 이 노래를 요즘 노래로 알고 있다면 그건 착각. 이 노래가 처음 불려진 것은 무려 70여 년 전인 1938년. 인기 TV드라마 '각시탈'에서 이강토(배우 주원 분)가 한 살롱에서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실제로 일제강점기 때 남일연이 불렀던 만요(漫謠) '오빠는 풍각쟁이야'가 바로 이것이다.
 
만요는 트로트나 신민요와 달리 일상 생활의 소소한 내용을, 마치 이야기하듯 자유로운 가사와 흥겨운 멜로디에 담아낸 노래를 말한다.
 
만요가 흐르는 공연이 드디어 김해를 찾아왔으니, 오는 8일 오후 4시, 7시 30분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에서 열리는 드라마콘서트 '천변살롱'이다.
 
일단 만요의 예를 한 번 보자. 박단마 이후 많은 원로가수들이 리메이크한 '나는 열일곱살이에요'도 만요이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려요 / 가르쳐줄까요 열일곱살이에요 / 가만히 가만히 오세요 요리조리로 / 별빛도 수집은 버드나무 아래로 / 가만히 오세요." 발랄하고 새침한 소녀의 마음을 코믹하게 표현한 노래로, 요즘도 영화나 개그프로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신신애가 부른 노래 '세상은 요지경'은 1939년에 발표된 노래가 원곡이다. 원곡은 "요지경 속이다 요지경 속이다 / 세상은 요지경 속이다 /생글 생글 생글 생글 아가씨 세상 / 벙글 벙글 벙글 벙글 도련님 세상 / 얘 얘 얘들아 내 말 좀 듣거라"로 시작된다. 신신애의 노래 가사와는 맛이 제법 다르다. '눈물젖은 두만강'으로 유명한 김정구가 이 노래를 크게 유행시켰다.
 
김정구는 "비단이 장사 왕 서방 / 명월이한테 반해서 / 비단이 팔아 모은 돈 / 퉁퉁 털어서 다 줬소 / 띵호와 띵호와"라는 가사의 '왕서방 연서'도 불러 크게 히트를 시켰는데 이 노래 역시 만요다.
 
노랫말에서도 알 수 있듯, 만요는 해학적이어서 일명 '코믹송(comic song)'으로도 불린다. 또한 만요는 일제강점기 때 이 땅에서 불렸던 대중가요를, 일본 엔카의 영향을 받은 비극적·신파적 분위기의 트로트가 아니라, 밝고 경쾌한 장르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만요는 오늘날 학자들로부터 '찰나적인 향락에만 들뜨도록 하는 노래'라는 부정적인 평가와 '당시의 세태를 해학과 풍자를 통해 반영한 노래'라는 긍정적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데, 분명한 건 오늘날까지 꾸준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
 

'천변살롱'은 1930년대 만요를 토대로 극과 라이브밴드의 연주를 가미시킨 드라마 콘서트이다. 지난 2009년 공연 당시 매회 매진을 기록했고, 현재도 인기리에 공연 중이다.
 
극의 내용은 가수를 꿈꾸는 처녀 박모단의 인생유전과 사랑. 박모단은 난생 처음 유랑극단 공연을 본 뒤 음악에 매료돼 유랑극단을 따라나선다. 얼마 후 극단이 해체되고 오갈 데가 없어진 모단은 진고개의 유명한 기생 명월이 밑으로 들어간다. 어느 날 모단은 천변을 거닐다 재즈에 이끌려 명월관을 나와 천변살롱에 취직한다. 천변살롱은 모더니스트들이 모여드는 곳. 마담 카츄사는 순진한 모단을 마음에 들어하며 웨이트리스로 고용한다. 천변살롱에서 가수와 영화배우의 꿈을 키워가던 모단은 운명의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극의 흐름에 맞추어 당시의 만요들이 무대를 이끌어간다. 만요의 가사가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하는데다 멜로디가 쉬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드라마·영화·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박준면과 감미로운 멜로디의 가수 하림이 열연한다.
 
이번 공연은 <2012 지방문예회관 특별프로그램 개발 지원사업> 선정 공연이다. 객석의 일부를 소외계층에게 객석 기부 문화나눔으로 제공한다. 티켓 전석 3만원(할인 문의). 예매 및 문의/055-320-125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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