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무엇을 위해 억척같이 살고 있는가
(손석춘 지음/철수와영희/140p/1만원)

정의감이 넘치지만, 정의는 메마른 나라. 깨끗한 꿈을 꾼 사람들에게 새삼 '목욕재계'의 성찰을 제안하는 까닭은 절실하다. 정의감 넘쳐온 사회 곳곳에 불의가 창궐하는 현실 때문이다. 진보가 모든 세대에 걸쳐 두 눈 버젓이 뜨고 있는데도 2012년 8월 현재 너도나도 진보의 죽음을 선고한다. 참으로 해괴하지 않은가. 이 책은 '진보'의 개념을 학문적으로 정의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구체적으로 사람을, 젊은 시절 4월에서 8월까지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그 모든 사람을 한마디로 '진보'라고 아울렀다. 그러니까 '진보'는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과 젊은 시절 당신의 친구들이다. 현란하게 나부끼는 진보의 만장 아래서 나는 지금 울분을 삭이며 묻는다. 그 깨끗한 꿈, 무덤까지 가져갈 셈인가를. 정의롭던 그대, 진보에게. (본문 중에서)
 
우리나라에는 1960년의 4월 혁명 세대였던 70대부터 대학시절 사회운동에 뛰어들었던 30대까지 거의 전 세대에 걸쳐 '진보'를 꿈꾸었던 사람들이 존재한다. 언론인 손석춘 씨가 그들과 가슴으로 나누고 싶은 진보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조은평·강지은 옮김/동녘/400p/1만6천원)

미국 고등교육신문의 웹사이트에서 한 달에 무려 3천 여 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10대 소녀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이 정도로 문자메시지를 많이 보냈다는 것은 그 소녀가 하루 평균 100여건의 메시지를 보냈거나 깨어 있는 동안 매 10분마다 거의 한 번꼴로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침이든 대낮이든 한밤중이든, 주중이든 주말이든, 수업시간이든 점심시간이든, 숙제시간이든, 심지어 양치하는 시간이든' 가리지 않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결국 그 소녀는 10분 이상은 계속 누군가와 이야기한 셈이고, 이는 그 소녀가 혼자서만 지내본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생각과 꿈, 걱정, 희망 같은 것들을 고민하면서 홀로 있어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본문 중에서)
 
가족과 함께 있어도, 카페에서 연인과 함께 할 때도,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우리는 항상 스마트폰을 들여다 본다. 어쩌면 우리는 이제 혼자서 고독을 누리거나 사색하는 방법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우리 시대의 최고 지성으로 인정받는 현존하는 최고의 석학 지그문트 바우만이 늘 바쁘고 복잡한 일상 속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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