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꼬치에 바르는 8가지 소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인기있는 치킨 꼬치
파키스탄 전통 치킨 커리
토마토 소스로 맛을 낸 새우 스파게티
크림소스와 베이컨이 곁들여진 까르보나라
전통 이태리식 화덕에서 구워낸 피자
파키스탄 식으로 만든 치킨 브리아니

 

▲ 크림소스와 베이컨이 곁들여진 까르보나라
· 폴 인 파스타 - 적당히 삶아낸 파스타 면발은 쫄깃

이탈리안 레스토랑 '폴 인 파스타 앤 에스프레소(폴인파스타)'.
 
붉은 벽돌과 원목 그리고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된 인테리어는 최근의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김해 시민의 휴식처인 해반천과 대성동고분박물관을 지척에 두고 있어 입지 또한 더할 나위 없다.

▲ 토마토 소스로 맛을 낸 새우 스파게티
 
문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 지난 4월 오픈할 당시만 해도 폴인파스타는 샐러드 뷔페와 평범한 수준의 스파게티가 주메뉴인 양식 레스토랑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를 쇄신했다. 서비스 업계에서의 경험이 풍부한 엄대웅 매니저를 실장으로 영입해 변화의 키를 맡겼다. 엄 실장은 우선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파스타, 리조또, 피자 등으로 메뉴를 개편했다. 그리고 그 메뉴를 책임질 요리사를 새로 영입했다. 폴인파스타의 최윤권 쉐프는 세계 3대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 서울캠퍼스를 수료하고 부산의 대표적인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벨라치타에서 경력을 쌓은 정통파다.
 
이제 그 요리의 맛을 한번 경험해 보자. 대표적인 이탈리아 음식인 스파게티의 수준을 평가하기에 가장 좋은 메뉴는 까르보나라다. 계란, 생크림, 베이컨, 양파 등 아주 간단한 재료로 만드는 만큼 요리사의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선 면의 삶은 정도가 훌륭하다. 정통 이탈리안 스파게티의 면은 알덴테라고 해
▲ 전통 이태리식 화덕에서 구워낸 피자
서 면 중앙에 심이 살아 있는 정도가 적당한데 폴인파스타는 그 타이밍을 잘 잡아냈다. 재료의 배합과 조리 시간을 잘 조절한 덕에 색은 맑고 까르보나라 특유의 고소함이 살아있다. 주문 즉시 반죽을 펴 화덕에 구워낸 피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전형적인 내유외강형이다. 좋은 재료로 만든 피자는 식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질 나쁜 재료를 사용한 피자는 조금만 식어도 딱딱해지고 치즈의 향이 달아난다. 하지만 폴인파스타의 피자는 시간이 지나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고 모짜렐라치즈 특유의 풍미를 간직하고 있다. 토마토소스로 만든 스파게티는 뒷맛이 살짝 텁텁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토마토주스에 껍질 벗긴 토마토를 재워 놓은 '홀토마토'라는 통조림 제품을 사용한 탓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폴인파스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재료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저에서 생산되는 토마토를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 김해의 명품쌀로 만든 리조또는 또 어떨까? 한림의 딸기나 진영의 단감을 이용한 소스나 디저트도 좋지 않을까?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활용한 이탈리안 요리를 만든다면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음식이 탄생할 것이다. 이런 음식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로컬푸드'인 셈이다.
 
반가운 소식이 들려 온다. 12월부터 폴앤파스타에서는 등심스테이크와 안심스테이크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그런데 스테이크의 주재료인 쇠고기를 김해에서 키운 한우를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 지역의 명품 한우가 정통 이탈리안 요리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니 벌써부터 그 맛이 궁금해 진다.
*김해시 대성동 김해교육지원청 맞은편.


· 알 마디나
- 할랄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 없고 씹을수록 고소

김해는 명실상부한 다문화 도시다. 사람이 모이면 문화가 이식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시아 다문화 거리'라 명명된 김해시 동상동과 서상동 일대에는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 네팔, 중국, 파키스탄 음식점이 밀집해 있다. 한국식으로 변형되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음식이 궁금해 외국인 음식점 한 곳을 방문했다.
 

▲ 파키스탄 전통 치킨 커리
파키스탄 레스토랑 '알 마디나(AL MADINA)'. '예언자의 도시'라는 뜻을 가진 알 마디나는 사우디아라비아 헤자즈 지방에 있는 내륙도시로서 이슬람교의 성지다. 종원업들은 취재 내용을 설명하자 더이상 묻지도 않고 전원 주방으로 출동한다. 이내 몇 가지의 음식이 식탁 위에 차려졌다. 가장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음식을 부탁했던 터였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전통 화덕인 탄두리에 구운 난(로띠). 파키스탄어로 짜월이라 부르는 쌀을 향신료와 볶은 다음 닭고기를 곁들인 치킨브리야니. 양고기와 닭고기가 들어간 머튼커리와 치킨커리 등을 내왔다.
 
코끝을 자극하는 향신료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급히 사진촬영을 끝내고 시식을 하려는데 도구가 없다. 아뿔사 여긴 '한국'이 아니라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은 손으로 직접 음식을 집어 먹는 '수식(手食)문화권'이다. 수식을 하는 인구는 전 세계의 40%인 약 25억 명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인도의 힌두교나 서아시아의 이슬람교도는 음식물은 신이 내려주신 신성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매우 강하다. 따라서 식기를 비롯한 식사 도구는 더러운 것이고 손, 그중에서도 오른손이 가장 청결하다는 종교적인 계율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사용하는 손가락도 엄지손가락, 집게손가락, 가운뎃손가락 등 세 손가락만으로 정해져 있다.
 
▲ 파키스탄 식으로 만든 치킨 브리아니
흔히 '안남미'라 부르는 인디카 품종의 쌀은 알갱이가 길고 가느다랗고 푸석거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찰지지 않기 때문에 드라이한 볶음밥에는 더 어울린다. 빨리 식기 때문에 손으로 집어 먹기에도 좋다. 식재료는 결국 문화와 생활방식에에 따라 선택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향신료가 잘 코팅된 치킨브리야니는 씹으면 씹을 수록 맛이 우러난다. 그게 재밌어 씹고 또 씹는다. 육고기 특유의 향이 적은 치킨커리는 향신료가 강하지 않은 반면, 특유의 향을 가진 양고기는 그에 맞춰 강한 향신료를 사용했다. 주 재료의 특성에 따라 향신료의 배합을 달리하는 파키스탄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슬람권에서는 '할랄 고기(Halal meat)'라는 이슬람식으로 도살된 고기만을 먹는다. 살아있는 동물의 동맥을 잘라 가축의 고통은 최소화 하고 도살이 끝나면 거꾸로 매달아 피를 빼는데, 이는 피가 흘러나오면서 독이 함께 빠져나와 고기에 박테리아가 전염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닭고기의 경우는 한국에서도 '할랄'을 구입할 수 있지만 양고기는 그럴 수 없어 자국에서 냉동육을 수입한다고 한다. 향신료가 워낙 강해 양고기 특유의 향이 강하겠거니 싶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나 이래봬도 양고기라구!'라며 항변할 정도로 옅은 향만 풍기는 대신 육질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다. 이런 게 진정 본고장의 양고기인가 싶을 정도로 놀라운 맛이다. 담백한 난을 커리에 찍어 먹으며 육질 좋은 고기까지 곁들이니 맥주 한잔 생각이 절로 난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여긴 파키스탄이다. 술을 금지하는 율법을 이들은 한국 땅에서까지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하던 수식이 이내 익숙해지더니 어느새 정겹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를 흐뭇하게 지켜보던 알마디나의 압둘 레히만(Abdul Rehman· 29) 대표가 한 마디 거든다. 파키스탄인들은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으면 손에서 맛있는 기운이 나와 음식이 더 맛있어 진다고 믿는단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나물이나 겉절이 등을 만들때 위생장갑 등을 끼고 하기 보다는 손으로 직접 무쳐야 제 맛이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화란 결국 어느 길목에선가 접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처음엔 생소하지만 좀 더 열린 자세로 받아 들이다보면 이질감 보다는 동질감을 더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음식은 한 국가의 풍토와 생활습관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다른 나라의 음식을 경험하는 것은 문화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가장 적극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김해시 동상동과 서상동 일대에 있는 외국 음식점은 아직 영세하고, 한국식으로 순화되지 않은 음식을 내고, 자국 노동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까닭에 한국인의 접근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손님이 오면 먼저 말을 건네고 자리를 청하는 것이 동방예의지국의 주인된 도리라 배웠다. 보다 열린 자세로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 네팔, 중국, 파키스탄으로 식도락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 꼬치 파는 사람들
- 8가지 소스 골라먹는 재미 주인장 배려와 친절은 '덤'

▲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인기있는 치킨 꼬치
김해의 구도심인 동상동의 '종로길'. 주말 오후 이 거리를 거닐다 보면 매우 흥미로운 광경을 발견할 수 있다. 한 무리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큼지막한 꼬치구이 하나씩을 들고 삼삼오오 몰려있다. 주변에 다른 꼬치집들도 많은데 유독 이곳이 눈에 띄게 붐빈다. 그 이유가 궁금해 '꼬치 파는 사람들 동상점(꼬파사)'의 신동일(47)대표를 만났다.
 
'꼬파사'의 신 대표는 7년째 이곳에서 닭꼬치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3년쯤 전부터 외국인 손님이 하나둘 늘어 나더란다. 먼 이국땅에 돈을 벌러온 그네들 처지가 애처롭게 느껴져 더 많은 신경을 쓴 게 계기가됐다. 신 대표의 친절에 깊은 인상을 받은 외국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어느덧 외국인 노동자들이 무시할 수 없는 매출을 올려주는 단골 고객이 됐다. 친절은 국적을 초월해 사람을 감동시키는 법이다. 그렇다고 그가 외국인에게만 친철한 건 아니다. '닭꼬치 드릴까요?', '소스를 뭘로 할까요?', '손잡이가 뜨거우니 조심하세요.'라는 신 대표의 말투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들리는 소리마냥 정겹다.
 
닭고기는 양고기와 더불어 종교적인 이유로 금기하는 나라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아시아 어느 나라건 즐겨 먹는다. 양이 넉넉한 닭꼬치 하나가 1천300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노동자들에겐 안성맞춤이다. 꼬파사의 닭꼬치는 겨자맛, 바베큐맛, 카레맛, 매운맛 등 8가지 소스를 선택할 수 있는
▲ 치킨 꼬치에 바르는 8가지 소스
데, 이 소스 선택에 있어 의외의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매운맛을 즐기는 한국인은 맵지 않은 바베큐맛 소스를 선호하는 반면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들은 오히려 매운맛을 선호한다고 한다. 단골 손님의 분포가 베트남,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순이라는 점 또한 이채롭다.
 
작은 친절과 배려가 소통의 단초가 되고, 그 소통은 곧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일깨워 준다. 흔하디 흔한 길거리음식인 닭꼬치지만 꼬파사의 닭꼬치는 조금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김해 시민과 외국인 노동자가 함께 어울리는 꼬파사는 국제도시 김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먼저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포용할 때, 그들 역시 우리의 진심을 이해한다는 점이다. 이 명쾌한 진리가 담겨있기에 꼬파사의 닭꼬치는 그 맛이 각별하다.

글=박상현 객원기자 landy@naver.com
사진=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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