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김재훈 지음/아트북스/319p/1만 7천 원)

20세기 공인 요정 '오드리 헵번'과 대중의 아프로디테 '메릴린 먼로'.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와 팝 음악의 황제 '마이클 잭슨'. 이들은 자기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서로 라이벌이기도 했다. 만화가이며 일러스트레이터인 김재훈이 세기의 아이콘을 통해 문화 현상을 짚어보았다. 책의 표지는 두 캐릭터 영웅 '슈퍼맨'과 '배트맨'이 장식했다. 한편으론 경쟁 상대이지만, 동시에 시대정신을 공유하고 있는 동지라는 관점에서 세계문화사를 조망하고 있는 책.
 


▶이 폐허를 응시하라(레베카 솔닛 지음, 정해영 옮김/펜타그램/512p/2만 원

지진, 화재, 대폭발 등 감당하기 힘든 대형 재난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약탈과 파괴, 살인과 폭동, 상실과 고통, 좌절과 비애로 가득한 혼란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통상적인 재난 이미지란 소수 권력자들의 두려움이 불러일으킨 상상이며, 미디어가 더 강화하고 널리 유포한 이미지일 뿐,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재난이 닥치면 사람들은 서로 격려하고 도우며, 오히려 강렬한 '기쁨'과 사랑, 연대의식을 경험한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경험은 재난이 일어나기 전의 사회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과 약점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지난 19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에서부터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이르기까지, 다섯 건의 대형 재난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보인 행동의 의미하는 바를 독특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책.


▶사투리 귀신(남상순 지음/창비/200p/9천500원)

경북 문경에서 태어난 중견작가 남상순이 '사투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편 가르기를 재치있게 꼬집은 청소년 소설. 미술대학 진학의 꿈을 안고 상경한 주인공 연정이 사투리를 무시하고 우스갯거리로 만드는 세상에 긍정과 태평함으로 맞선다는 내용. 연정의 행동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적지 않은 신경을 쓰며 살고 있다. 그래서 때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세상이 원하는 모습, 사회가 요구하는 인물상으로 비치도록 노력하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작가는 이런 모순을 비틀어 보여주기 위해 표준어와 사투리의 역학 관계를 은유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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