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례면의 고모로를 따라가다 보면 오른편에 마을표지석 하나가 나타난다. 표지석 옆에는 빨간 소화전이 있고, 그 뒤로 누런 들판이 펼쳐진다. 파란 가을 하늘과 우뚝 솟은 나무의 푸른 잎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진례면 송현리 학성(鶴城)마을 입구의 풍경이다.
 

▲ 학성마을로 들어가는 길에는 벚나무가 촘촘히 서 있다. 이 길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상당히 운치가 있다.

유연한 곡선 마을입구 벚나무 길 운치
매봉산~황새봉과 학 모양 산줄기 안겨
50가 100여명 주민 벼농사로 오순도순
허벅지 살 잘라 남편 살린 열녀비
오로지 인력으로만 만든 학성소류지
냉정고개·솥골·야시골 등 풍경 고즈넉

마을 입구에서 마을 안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논 한가운데에 곡선을 그리며 휘어져 들어간다. 이 길을 따라 벚나무 가로수들 촘촘히 자리하고 있다. 학성마을 표지석을 시작으로 500m가량 이어진다. 1996년에 심은 것이다. 봄에 벚꽃이 활짝 피면 무척 운치가 있을 듯하다.
 
동쪽으로는 매봉산~황새봉 능선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앞쪽으로는 진례천 유역의 들판이 펼쳐지는 학성마을. 학성마을이란 이름은 마을 뒤편 산줄기가 학이 날개를 펼친 모양과 같은데, 그 아래에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마을 주민들에 의하면 '학성'이란 이름을 갖기 전에, '새로 생긴 마을'이라 해서 새동편이란 이름이 먼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50가구 100여 명의 주민들이 주로 벼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마을 입구에는 '할아버지 나무' '할머니 나무'라 불리던 두 그루의 당산나무가 있었는데, 2003년 태풍 매미가 왔을 때 모두 쓰러져 버렸다. 주민들은 이를 대신해 마을회관 정자 옆에 느티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학성마을에는 롯데스카이힐김해 컨트리클럽(CC)이 있다. 이 골프장으로 가는 길 오른쪽에 열녀비가 있다. 풀들이 무성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데, 넝쿨들을 치우고 나니 조그마한 철창문 뒤로 비석이 보였다. 이곳 어르신들이 들려준 열녀비의 사연은 이러하다.
 
▲ 학성마을의 전주 이씨 열녀비.
"진양 강 씨 남편과 전주 이 씨 부인이 이곳에 살았다. 남편이 몹쓸 병이 들어 약을 썼는데도 낫지를 않았다. 당시에는 아이를 잡아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 말을 들은 부인은 아이 대신 자신의 허벅지 살을 잘라 남편에게 주었다. 부인이 뒷날 디딜방아로 보리를 찧던 중 상처가 덧나는 바람에 피를 많이 흘려 목숨을 잃었다. 열녀비는 남편을 살리기 위해 헌신한 부인을 기리는 것으로 고종 17년 2월에 세워졌다…."
 
학성소류지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학성소류지는 골프장 갈림길에서 왼편에 위치해 있다. 골프장 뒤편과 불티재 아래에서 흘러내린 물은 학성소류지를 거쳐 진례천으로 스며든다. 학성소류지는 진례면에서 평지저수지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오로지 사람의 힘만으로 만들었는데, 너비는 1만 6천500m(5천 평), 깊이는 4~5m 정도이다. 만들어진 지는 40년이 넘었다. "이곳에 두 번에 걸쳐 물고기를 풀었는데 어찌나 잘 자랐던지 잉어가 어른 팔뚝만 했지요. 지금도 낚시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학성마을 주기영(61) 이장이 말했다.
 
소류지를 찾아가 보니 나즈막한 산들이 둘러싸고 있고, 잔잔한 수면 위에 자연의 풍경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평화로웠다. 낚시꾼이 많이 온다는 사실을 증명이나 하듯, 언짢은 모습이지만 곳곳에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소류지에서 냉정으로 넘어가는 길이 하나 있는데, 냉정고개라 불린다. 이곳을 무사히 지나가려면 고개를 넘어가고 넘어올 때 정상의 소나무 주변으로 돌을 던져야만 한다. 그래야 고개를 오르내릴 때 힘이 들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소나무 주변을 살펴보니 돌들이 많이 널려 있었다.
 
골짜기들도 이름이 있다. 솥골은 마을 동쪽에 위치한 솥 모양의 골짜기다. 솥을 얹으면 딱이다 싶을만한 형상을 하고 있다. 한때 이곳에서 솥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송계사 뒤편 골짜기에는 야시(여우)골이 있는데, 주둥이가 뾰족한 야시가 들어갔다 나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처럼 학성마을은 고즈넉하고 이야기가 많은 곳이지만, 마을 주변의 길에서는 인근 공장으로 향하는 차들이 많이 보였다. 골프장으로 가는 차들도 적지 않았다. 공장들이 학성마을을 둘러싼 형국이어서 골목 풍경이 예전같지 않다고 주민들은 아쉬움을 섞어 말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