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인의 대표적 정체성은 과연 무엇일까. 투박한 철을 다루면서도 미적 감각을 지닌 장인이었을까, 아니면 말 갑옷·철검으로 대표되는 강인한 전사였을까, 그도 아니면 수천리 바닷길을 연 뱃사람이자 상술에 뛰어난 국제교역인이었을까. 
 

바다를 건넌 가야인의 형상은 본뜬 토제품(하니와).  지바현 야마쿠라 1호분 출토. 
바다를 건넌 가야인의 형상은 본뜬 토제품(하니와).  지바현 야마쿠라 1호분 출토. 

 

4월 28일부터 열리고 있는 국립김해박물관의 2023년 특별전 '바다를 건넌 가야인'은 이런 물음에 대해 조금 다른 접근방식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지금까지의 가야사 전시가 통사, 연표, 영토, 지명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한반도에서 발견된 유물을 관찰하며 고대 가야를 추적했다면 이번 전시는 타국 일본에 정착한 가야인의 흔적을 통해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특별전에는 네쓰카 유적 출토품인 '소용돌이 장식이 달린 철검', 모노미아구라 고분에서 나온 금귀걸이 등 일본 측 문화재 89건 259점과 지산동 32호분 출토 '금동관, 옥전 M3호분 출토 '봉황문 고리자루 큰 칼' 등 우리나라 문화재 23건 25점 등 총 113건 284점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는 ▲프롤로그 '가야인, 물의 길을 열다' ▲1부 '동아시아의 열린 공간, 가야!' ▲2부 '바다를 건넌 이주민' ▲3부 '천千의 얼굴, 가야인의 정체성' ▲에필로그 '바다를 건넌 가야인, 두 개의 고향' 등 다섯 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프롤로그 '가야인, 물의 길을 열다'에서는 배 모양 토기와 가야 이주민의 모습을 본뜬 토제품을 전시함으로써 전시의 주제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1부 '동아시아의 열린 공간, 가야!'에서는 국제 교류를 통해 가야 지역으로 유입된 외래계 문물을 전시한다. 북방 초원 유목민이 썼던 청동 솥동복과 서역에서 건너온 로만 글라스 등 4점의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가야에서 유입된 덩이쇠와 그것으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철갑옷. (사진=송희영 기자)
가야에서 유입된 덩이쇠와 그것으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철갑옷. (사진=송희영 기자)
6세기 무렵 일본 유적에서 출토된 말과 소 모양의 하니와는 말과 소가 단순히 실생활에서의 변화뿐만 아니라 장례문화와 연결된 왜인의 사상적인 면에서도 변화를 주었음을 알려준다. (사진=송희영 기자)
6세기 무렵 일본 유적에서 출토된 말과 소 모양의 하니와는 말과 소가 단순히 실생활에서의 변화뿐만 아니라 장례문화와 연결된 왜인의 사상적인 면에서도 변화를 주었음을 알려준다. (사진=송희영 기자)

 

2부 '바다를 건넌 이주민'에서는 가야인이 일본 열도에 남긴 발자취를 총 5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살펴본다. <가야 이주민의 등장>에서는 가야 배를 새긴 토기와 껴묻거리용 금귀걸이를 통해 일본 열도로 건너간 가야인의 흔적을 되새겨본다. <벼농사와 문자, 그리고 국가>에서는 한반도에서 전해져 왜인 사회를 크게 변모시킨 벼농사 기술과 문자에 관해 이야기하고, <가야인과 왜인, 뱃길로 이어진 인연>에서는 일본 각지로 뻗어나간 가야 이주민과 왜인이 함께 어울려 살았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유적ㆍ유물을 소개한다. <문명, 불의 길로 통하다>는 가야인이 전파한 철기 및 토기 제작 기술, 요리 혁명에 대해, <바다를 건넌 동물, 새 시대를 이끌다>는 일본 열도에 전해준 소와 말로 인해 바뀐 왜인 사회에 대해 살펴본다.

옥전 M3호분 출토 '봉황문 고리자루 큰 칼'.
옥전 M3호분 출토 '봉황문 고리자루 큰 칼'.
지산동 32호분에서 출토된 금동관. 
지산동 32호분에서 출토된 금동관. 

 

3부 '천(千)의 얼굴, 가야인의 정체성'에서는 가야 문화를 대표하는 전시품을 소개한다. 독특한 금동관과 화려한 금귀걸이, 영롱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유리 목걸이, 장식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철제 갑옷과 가야를 대표하는 껴묻거리용 장식대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량이 출토된 말 갑옷과 고결한 자태를 뽐내는 토기 등을 전시한다. 

또한, 장인, 뱃사람, 전사 등 가야인의 여러 모습을 묘사한 영상을 통해 가야인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마지막으로 ▲ 에필로그 '바다를 건넌 가야인, 두 개의 고향'에서는 오래전 가야인이 이룩한 고대 한류 열풍을 통해 서로 다른 두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번 전시를 마무리한다.

국립김해박물관 이정근 관장은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 문화와 역사 연구의 중심기관으로서 가야의 해양성과 국제성을 주제로 한 특별전을 지속해서 선보여 그 연구성과를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번 전시로, 가야사뿐만 아니라 가야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의 폭을 크게 넓히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한류 이전, 동아시아에는 가야인에 의한 한류 열풍이 불었던 셈인데, 이번 전시에서 그 물길을 따라 가야인의 발자취를 하나씩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특별전은 다음달 25일까지 국립김해박물관 가야누리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
 

김해뉴스 송희영 기자 editor@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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