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기본 어긋나는 일은 참지 못해
공동체·소속단체 '쓴소리 맨' 역할 톡톡
"왜 그렇게 힘들게 사냐고요? 하하"

"그래도 이런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대동면 주민자치위원회 간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상병(52·조눌리 신동 1구) 씨는 '트러블메이커(troublemaker)'이다. 트러블메이커를 직역하면 '말썽꾼'인데, 조금 점잖게 이해하면 '분쟁이나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 쯤 되겠다.
 
박상병 씨는 이 표현에 동의한다. 그도 자신이 그런 줄 잘 알고 있다. 불의를 보면 참아내질 못하는 성격이라서 잘못된 걸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문제 제기를 통해 바로 잡으려 노력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 제기는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체 또는 공동체를 위한 것이다. 그렇게 십수년을 살다보니 본의 아니게 '트러블메이커'가 돼버렸다.
 
그에 대한 주위의 평가는 대략 반반으로 나뉜다. 문제 제기 시 박수를 치며 돕는 이들도 있지만, 분쟁을 야기하는 데 대해 짜증을 내거나 피곤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때로는 비아냥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박 씨는 "대략 50대 50인 것 같다. 절반 정도는 나를 지지하는데,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내 뜻을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더라. 문제 제기의 대상이었던 당사자들도 시간이 지나면 '당신 말이 맞다. 형, 아우하고 지내자'라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그동안 다양한 문제 제기를 해왔다. 대동화명대교 개통식과 관련된 일화도 있다. 박 씨에 따르면 마을주민들은 신문을 통해 대동화명대교 개통 소식을 접했다. 이렇든 저렇든 마을주민들은 잔치를 준비했다. 떡도 서너 말이나 했다. 그런데, 막상 주민들은 개통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시에서 출입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가 발행하는 한 소식지에는 마을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개통식이 치러졌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박 씨는 전화를 걸어 사실과 다르다고 항의했다.
 
한 단체에서 활동할 땐 단체여행 일자가 문제가 됐다. 정례모임 때 단체여행을 갔는데 박상병 씨는 이것이 잘못됐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정례모임은 회의를 하기 위한 약속인데 그때 여행을 가는 것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므로 정례회의 때가 아닌 다른 날을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박 씨의 주장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박 씨는 단체여행을 보이콧했다.
 
한 번은 마을 전화번호부가 문제가 됐다. A협의회의 전 관계자가 전화번호부 수익금을 다음 담당자에게 넘겨주지 않았다. 박 씨는 문제를 제기했고, 마침내 수익금은 마을기금으로 환원됐다.
 
이밖에도 박 씨는 조합원으로 있는 협동조합에다 대고 정관 준수를 요구해 실천에 옮기도록 하는 등 원칙이나 기준에 맞지 않는 일들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를 꾸준히 해왔다. 주변에선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 그냥 대충대충 살지"라며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포기를 했다고 한다.
 
박 씨는 "성격 탓만은 아닌 것 같다. 문제를 제기하다 보면 보람을 느끼게 된다. 하나 하나가 쉽진 않지만 문제 제기에 의해 바뀌는 것들도 있다. 결국 내가 속한 단체나 공동체가 좋아지는 일인데 안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박상병 씨는 조눌리 신동1구에서 나고 자랐다. 낙동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조눌리 이장, 농업경영인 대동면회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하우스농사와 벼농사를 짓고 있으며, 대동면의용소방대 총무부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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