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아케산 들머리 부근 산노마루에서 내려다본 이즈하라항과 마을 풍경. 사진/ 김병찬kbc@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 대마도(對馬島 :일본 이름 쓰시마). 대마도엘 가 보면 한국인 여행자 수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대마도는 말 두 마리가 얼굴을 맞대고 있는 모습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마도는 이즈하라마치, 미쓰시마마치, 도요타마마치, 미네마치, 가미쓰시마마치 그리고 가미아가타마치 등 모두 6개 지역으로 나뉘어진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을 출발한 배는 두 시간이 채 안돼 이즈하라항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명산과 한국 관련 유적지들이 산재해 있다. 대마도 이즈하라로 가을여행을 떠나보자.


빽빽한 편백나무 숲 … 산책하듯 가볍게 오르는 '대마도의 봉우리'
아리아케산(有明山)에 오르다

아리아케산(558m)은 '대마도의 봉우리'라 불린다. 일본의 시가 모음집 만요슈(萬葉集·만엽집)에도 등장하는 명산으로, 이즈하라 시내를 둘러싼 채 북쪽에 우뚝 솟아있다.
 

아리아케산을 오르려면 하치만구 신사를 찾자. 신사의 왼쪽 길로 올라가다 보면 흰 가드레일이 보인다. 가드레일을 따라 올라가면 계단이 나타나고, 두 사람이 지나갈만한 너비의 길이 쭉 이어진다. 왼편으로 바다가 슬그머니 보인다. 반듯한 길을 15분 정도 걸어가다 보면 표지판이 보인다. 가는 길 내내 '아리아케산 등산 입구'라 적힌 한글 표지판이 붙어 있으니, 길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드디어 도착한 등산로 입구. 길이 두 갈래로 나뉘어지면서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산 속으로 들어서자 손가락 두 마디 크기 정도의 타원형 잎이 촘촘하게 하늘을 메우고 있다. 항구에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도 정감이 있다.
 
아리아케산 정상으로 인도하는 안내판이 보인다. 2.1㎞ 정도를 가라고 한다. 오른쪽으로는 편백나무 숲이 펼쳐진다. 울창한 나무들이 햇빛을 가리고, 세상과 단절된 채 새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만 들려온다.
 
▲ 대마도 아리아케산 등산로 주변으로 높이 20m 이상 되는 편백나무 숲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정상에서 1.3㎞ 남은 지점에서부터는 굵고 큰 나무들이 눈에 띈다. 몇몇 나무들은 부러져 있거나 속이 텅 비어 있다.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정도 지나니 20m는 족히 넘어 보이는 편백나무와 굵은 삼나무, 북 가시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서식하고 있다. 마치 원시시대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시작되니 숨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30분 쯤 더 올라갔을까, 1㎞가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산행 온 한국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산을 자주 안 타는 제가 따라갈 수 있을 정도니 그렇게 어려운 코스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지쳐서 잠깐 쉬고 있는 기자에게 지나가던 한 한국인 등산객이 말했다. 쉬엄쉬엄 올라가다 보니, 2시간 남짓 걸렸다.
 
마지막 언덕을 넘어서니 길 양쪽으로 갈대밭이 펼쳐진다. 하늘 끝에 닿을 듯한 정상의 모습은 평평하고 넓은 초원이다. 눈앞에서는 갈대밭 너머로 대마도의 다른 산들의 능선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다. 날씨가 좋을 때면 산 정상에서 이키섬과 사가현 가라쓰지역의 산들도 보인다고 한다. 산 아래 풍경을 마음껏 즐긴 후 하산을 한다.
 
올라갈 때 들르지 못했던 이치노마루~니노마루~산노마루 코스로 향한다. 이곳은 계단식으로 연결된 총길이 500m의 중세식 산성이다. 특히 산노마루 쪽으로 가면 아래가 확 트여 있어 시내는 물론 바다와 부두도 한눈에 들어온다.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산노마루~니노마루~이치노마루를 거쳐 산 정상으로 오를 수도 있지만, 이 코스는 조금 가파르다. 등산에 소요되는 시간은 왕복 3시간 반 정도이다.


조선통신사·덕혜옹주·최익현 … 기념비마다 질곡의 역사 서려
한국과 특별한 인연의 유적지

대마도는 예로부터 한국과 일본 열도 사이의 중계지로서 대외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부산에서 약 50㎞ 정도 거리에 있어 한국과 관계가 깊었다. 이즈하라에 있는 대마도교류센터 왼쪽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관련 유적지들이 한 곳에 보물처럼 모여 있다.
 
시내의 티아라에서 대마도역사민속자료관까지는 걸어서 2~3분 정도가 걸린다. 표지석이 있는 곳에서 길을 오르다 오른쪽을 보면 단아하게 생긴 문이 보인다. 고려문이다. 고려문은 옛 이즈하라의 성문으로, 조선통신사 행렬을 맞이하기 위해 만들어 붙인 이름이다. 현재의 문은 1989년에 복원한 것이다. 고려문 맞은편에는 조선통신사비가 있다. 대마도는 임진왜란 후 조선과의 국교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1607년부터 약 200년간 12회에 걸쳐 조선통신사 사절이 일본을 방문했다. 대마도 측에서는 이를 21세기 한일 우호의 지향점으로 삼기 위해 지난 1992년에 관련 비를 세웠다. 고려문 옆에는 선린우호 외교의 개척자 아메노모리 호슈의 현창비가 보인다.
 

대마도역사민속자료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게 있다. 조선통신사 행렬을 소재로 한 화려한 색채의 두루마리 그림이다. 조선통신사가 에도성에서 대접받은 요리를 그린 그림, 조선 인삼의 수출 증대를 요청하는 외교문서, 쓰시마번의 번정일지 등도 이곳에 있다.
 
자료관에서 나와 위쪽으로 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가네이시성 정문이 보인다. 대마도 번주가 살았던 이 성 안에는 옛 가네이시성 정원과 덕혜옹주 결혼봉축기념비가 있다. 덕혜옹주는 고종의 딸로서 1931년에 대마도 번주와 결혼했다. 이 비는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는 뜻에서 건립된 것이다.
 
다시 대마도역사민속자료관 맞은편으로 쭉 걸어 들어가면 언덕에 위치한 세잔지(西山寺)가 있다. 에도시대 당시 조선을 상대하던 외교기관이자 감찰기관이었던 이테앙(以酊庵)이 설치되기도 했는데, 임진왜란 이후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양국 간의 평등한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밖에도 이즈하라 항구 쪽으로 내려가면 최익현순국비가 있다. 구한말 대유학자이자 구국 항일투쟁의 상징이었던 면암 최익현은 대마도에 유배돼 순국했다. 이 비는 선생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한일 양국의 유지들이 뜻을 모아 1986년에 세운 것이다.


350년 전통 팥 카스테라 '카스마키' 인기절정
이즈하라의 즐길거리

이즈하라의 즐길거리는 대부분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지도상으로는 멀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5~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 350년 전통의 카스마키.
이즈하라에서 식사할 곳을 찾는다면, 특히 저녁식사를 해결하려 한다면 티아라가 위치해 있는 위쪽 골목보다는 아래쪽 골목으로 내려와 식당을 찾는 게 좋다. 이곳은 오후 6~7시 정도면 식당이나 가게가 문을 닫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초저녁에 해당하는 시간이지만 이곳은 어두컴컴해진다. 저녁 늦게까지 하는 식당을 미리 찾아놓는다면 헤매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겠다.
 
이곳에는 카스마키라고 해서, 얇은 카스테라풍의 빵 속에 팥소를 넣어 말아 만든 전통과자가 있다. 약 350년 전부터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데, 이즈하라에는 3군데에서 카스마키를 전문적으로 팔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과자점에서는 시간이 맞지 않아 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 파는 곳과 살 수 있는 시간을 파악해 두는 게 좋겠다.
 
▲ 이즈하라에 있는 면세점.
이즈하라에는 면세점이 두 곳 있다. 원화와 엔화, 카드 모두 사용 가능하다. 필요한 물품이 있다면 곳곳에 있는 마트나 티아라를 찾으면 되겠다.
 
각오하고, 명심할 것. 이즈하라의 호텔 등은 비록 깔끔하긴 하지만 한국의 장급 여관 수준이다. 실망스럽더라도 할 수 없다. 만족할 만한 숙소는 전무하다.


▲ 부산~이즈하라를 1시간55분에 운항하는 코비호.
Tip>> 대마도 가는 방법
부산~이즈하라항 2시간만에

미래고속(주)의 코비(KOBEE)는 부산과 대마도 구간을 운항하는 한국 국적의 초고속 제트포일 여객선이다. 좌석 수는 200석이고 대마도 이즈하라항까지는 총 1시간 55분이 걸린다. 하루 2~4회 운항하며 편도를 기준으로 8만 5천 원이다.


취재협조=엔타비여행사 www.ntabi.kr 051-466-4602, 미래고속(주) 코비 www.kobee.co.kr 1599-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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