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동강 둑길을 따라 형성돼 있는 평촌마을은 주민들의 마음처럼 풍요롭고 넉넉하다.  김정은 kimjjung@

당근·파 등 '인증' 받은 농가만 14곳
낙동강 둑길 따라 들어선 마을
1955년 큰불에 전체 불탄 후 재정비
"옛날엔 강물 맑아 재첩 많이 먹었죠"
대동산단 조성 소식에 "걱정이 태산"

대동면 월촌리 평촌마을은 월촌마을과 감천마을의 중간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이 마을은 낙동강 둑길을 따라 형성돼 있다.
 
마을 주민들에 의하면 마을 이름이 애초에는 '동쪽에 있는 마을'이라 해서 동촌이었는데, 일제강점기때부터 평촌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오래 전에는 마을이 강가에 형성돼 있었는데, 둑이 생기면서 안쪽으로 옮겨왔다. 당시의 상황은 열악했다. 도로조차 제대로 나지 않았고,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1955년에는 마을에 큰 불이 났다. 바람을 업은 불은 삽시간에 마을 전체를 집어삼켰다. 가장자리의 몇 집만 겨우 살아남았다.
 
"지붕은 짚을 엮어서 얹어 놓은 것이었고, 집 앞 울타리는 둑에 있는 갈대를 엮어서 만든 것이었죠. 그러니 불이 나기라도 하면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번졌던 거죠. 정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어요."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들이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다 타버린 마을은 그러나 새롭게 정비됐다. 도로도, 집도 새로 조성됐다. 현재는 97가구 3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 마을에는 물이 귀했다. 수도시설이 마련되기 전에는 공동우물에서 물을 길어서 써야 했는데, 그 마저도 철분 함유량이 많아 물 색깔이 빨개서 걸러 먹어야 했다.
 
"주민들 대부분이 마을의 큰 샘에 의존했습니다. 물이 얼마나 귀했던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물을 길어야 했죠." 김태선(66) 개발위원이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할머니가 말을 거들었다. "새벽에 가서라도 물을 퍼올 수만 있다면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한 번은 물을 뜨러 갔는데 샘이 텅텅 비어서 물이 고일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렸죠. 집에 가니 남편이 물 뜨러 간다더니 어디갔다 온거냐며 뭐라 하더라고요."
 
마을 인근의 낙동강에는 재첩이 풍부했다. 주민들은 연세 높은 어르신들이 건강한 모습을 보이는 게 재첩을 밥먹듯 해서 그렇다며 웃었다.
 
"강물에 들어가면 재첩이 얼마나 많았던지 발밑이 까끌까끌 했어요. 낙동강하구둑이 조성되기 전까지는 재첩도 많았고, 새우도 많았어요. 강에서 목욕도 했죠." 이 마을 어르신들은 강 바닥과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이 보였을 정도로 맑디맑았던 그 시절 낙동강을 그리워했다.
 
▲ 평촌마을이 자랑하는 친환경 대파가 가을 햇살을 받으며 잘 자라고 있다.
둑 위에서 평촌마을을 내려다 보았더니 비닐하우스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하우스 안팎으로 새파랗게 뾰족 솟은 대파들이 가을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쑥쑥 자라고 있었다.
 
"우리 마을 농산물이 최고 아입니꺼!" 평촌마을에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은 농가가 14곳 있다. 평촌마을은 김해는 물론 서울지역의 급식소에도 친환경 농산물을 대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는 평촌마을의 농산물이 인기가 많다. 하지만 올해는 잦은 태풍과 궂은 날씨 때문에 작황이 그리 좋지 않다. 그래서 수요만큼의 물량을 다 감당해내질 못하고 있다. 20년 전에는 감자를 주로 키웠지만, 최근에는 당근이 대세다. 주민들은 애착을 갖고 농사를 짓다 보니, 품질도 좋고 때깔도 좋은 작물들이 나오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평촌마을 주민들은 마음도 풍요롭고 넉넉하다. "마을주민이 상을 당하면 다른 주민들이 다 도와줘요. 마을의 모든 일을 내집 일처럼 하죠. 외지에서 이사 와도 멀리하지 않아요. 화목하게 지내고 잘 안아줍니다." 김철두(68) 이장이 말했다.
 
▲ 당산나무와 당산제를 지내는 사당.
마을 중간 쯤에는 키 큰 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공간이 있다. 여기에는 당산나무와 당산제를 지내는 사당이 있다. 파란색의 조그마한 사당을 중심으로 네 그루의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다. 이 중 한 나무는 지난 9월의 태풍 산바 때 줄기가 찢어졌지만 다행히 사당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최근 평촌마을에는 커다란 근심거리가 생겼다. 대동첨단산업단지가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이 지금까지 피땀 흘려 만들어 놓은 땅인데 그냥 내줄 수는 없습니다. 이곳이 없어지면 우리는 삶의 터전을 잃게 됩니다. 갈 곳도 없어요. 산업단지는 우리들의 목숨과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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