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진영 소재 삼영산업이 지난달 전면 휴업에 이어 이달 15일 전 직원 130명에 대해 해고통보를 했다. 직원들에게 날아든 해고통지서에는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라고만 적혀 있었다.

'1조원 기부왕'의 회사로 알려진 삼영산업 집단해고 소식에 지역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알짜기업이었던 삼영산업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26일 찾은 김해 진영 소재 삼영산업.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사진=송희영 기자)
지난 26일 찾은 김해 진영 소재 삼영산업.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사진=송희영 기자)

 

삼영산업은 1972년 부산에서 설립돼 1997년 본사를 김해 진영으로 이전했다. 회사는 주력사업인 타일제조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본격적인 경영난을 겪기 전인 2018년까지 삼영산업은 매출액 440억원대를 기록하며 매년 많지는 않지만 10억여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었다.

2019년부터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해 매출은 30% 정도 줄어든 311억원으로 주저 앉으며 영업손실까지 약 33억원 발생했다. 그래도 2018년까지 133억원의 이익잉여금이 쌓여 있어서 당장은 버틸 수 있었다. 

이듬해인 2020년 상황은 더 악화됐다. 매출회복이 더딘 상태에서 20억원대 영업손실이 재차 발생하고 창업주 고 이종환 회장이 회사 기계장치 124.5억원을 교육재단에 기부하자 회사존립이 위태로워졌다.

당시 삼영기업 외감법인 영경공인회계감사반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는 회사 재무제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1년 만에 회사 자산은 약 150억원이 쪼그라들면서 부채(209.5억)가 더 많게 됐다. 그러면서 자본금(2.4억)을 완전히 까먹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집단해고 이후 잔류 직원들이 이미 생산해 놓은 타일 제품 반출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송희영 기자)
집단해고 이후 잔류 직원들이 이미 생산해 놓은 타일 제품 반출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송희영 기자)

 

그렇다고 회사에서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었다. 고 이종환 회장 등 최대주주는 회사에 빌려준 돈을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 방식의 유상증자를 2회에 걸쳐 단행했다. 이를 통해 2020년 2.4억이었던 회사 자본금은 2021년 52.4억, 2022년 92.4억까지 늘었다. 

하지만 타일 판매부진과 원자재 가격 인상 등 내·외부 요인은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급등한 가스비는 삼영산업에 치명타를 안겼다. 매출원가가 매출액을 초과하며 2022년에는 약 60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회사 누적 결손금은 140억원에 근접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9월 창업주 이종환 회장이 별세하고 그의 자녀들조차 경영 위기에 몰린 삼영산업에 대한 지분 상속을 포기하면서 현재의 상황을 맞게 됐다.

삼영산업 직원들은 창업주의 무리한 기부가 경영악화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창업주 이 전 회장이 2002년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설립 이후 공장 토지·건물을 기부하는 등 과도한 기부가 이어지면서 회사 자산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회사 노조 관계자는 "국내 최대 장학재단을 키운 기업이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지 석달 만에 종업원이 집단 해고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평생직장으로 일해온 직원들이 엄동설한에 거리로 내몰리게 됐다"면서 "창업주 일가에서 선친이 일궈온 사업장에 애정을 갖고 대책 논의에 참여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고 이종환 회장의 아들 이석준 회장은 2014~2016년까지 삼영산업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코스피 상장기업 삼영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며 밀양에 있는 삼영중공업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문 닫힌 삼영산업. (사진=송희영 기자)
문 닫힌 삼영산업. (사진=송희영 기자)

 


김해뉴스 송희영 기자 editor@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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