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비용 체크카드 결제 등 화합에 집중
종량제 비용 줄일 재활용 시스템도 호평

"마음 속에 '불통'을 담아둔 채, '소통'을 하려 하면 잘 될까요?"
 
요즘 사람들은 한 동네에 살면서도 소통이 잘 안 된다. 아파트의 경우 이사를 하고 몇 달이 지나도 옆집에 누가 사는 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대화를 제안해도 다들 바빠서인지 관심이 부족하다.
 
삼계이안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권도현(여·48) 회장은 "먼저 내 생각을 내려놓고 다른 이의 말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게 소통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본인 생각을 다른 사람이 따랐으면 하는 속마음이 있으면 대화가 어렵다는 뜻이다.
 
권 회장이 사는 아파트도 '불통'으로 입주자들끼리 갈등했던 적이 있다. 아파트 하자보수보증금을 어떻게 돌려받을지 소송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있었다. 권도현 회장은 선거를 치르며 "대화가 부족하면 언젠가는 문제가 생긴다"며 소통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의 말에 주민들도 관심을 보여줬고, 높은 투표율과 함께 과반수 지지를 얻어 당선할 수 있었다.
 
실제로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권도현 회장은 참 매력 넘치는 사람이다. 그는 북부동 이안아파트 통장, 김해YMCA시민중계석 요원, 칠암도서관 자원봉사자, 김해시 물가모니터요원, 생활공감정책제안 주부모니터요원, 김해시정보공개모니터단, 김해시다문화지원센터 방문지도사, 김해시바른선거시민실천모임 총무 등 수많은 일을 했거나 하고 있다. 본인이 원해서 하기도 했지만 주변에서 계속 권유해 한 것도 있다. 그래도 즐겁게 일을 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권도현 회장은 자기 계발도 신나게 하는 사람이다. 한식조리사, 소비자전문상담사, 꽃꽂이, 보험설계사, 방과 후 보육교사, 화장품 외판원, 가전제품 주부판매사원 등 해본 일이 많다. 지난 2005년에는 김해대 사회복지학과에서 공부해 학위까지 땄다. 자녀교육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적극 권장해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원하는 공부를 하고 있다. 권 회장은 "딸이 호텔컨벤션학을 공부하는데 꿈이 아주 야무지다"며 휴대전화에 있는 사진을 계속 보여줬다. 그와 함께 일하는 아파트 관리실 조재성 소장은 "이런 열정이 있으니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도 잘한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도현 회장처럼 소통하는 동네일꾼은 마을을 변화시킨다. 그 변화의 혜택은 마을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권 회장은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 없이, 관리비 적고 회계가 투명한 입주자대표회의가 최고"라며 시원스럽게 말했다. 그는 회장이 되자마자 각종 비용을 체크카드로 결제해 잡음의 소지를 없앴다. 보통 입주자대표회의는 밥을 먹거나 하면 일단 한 명이 먼저 계산하고 나중에 관리비에서 청구하곤 한다. 편의상 그렇게 한다지만 각종 보수공사 등 금액이 큰 사업까지 관행이 퍼져 다툼이 벌어지는 사례가 잦다.
 
권도현 회장은 어떻게 하면 관리비 부담을 덜 수 있을지도 고민한다. 최근에는 버려진 종이와 헌옷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연간 2천500만 원의 수입을 올리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돈으로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처리비를 낼 예정이다.
 
권 회장은 "앞으로 부녀회, 노인회 같은 모임이 활발해지도록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피트니스 동호회는 소통이 잘 되는 편인데 부녀회와 노인회는 활동이 뜸한 편이다.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고 아파트 화단 살충제 하나를 살 때도 주민들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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