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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끼리주던 바로 그맛이네!"김해 한림 '화포메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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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1.01.25 14:41
  • 호수 9
  • 15면
  • 박상현 객원기자(landy@naver.com)

   
▲ 담백한 메기국물에 숙주와 부추가 들어가 개운하면서 메기살의 쫀득함까지 더한 화포메기국.

화포천 '어은(漁隱)'마을
공기 청량한 강 맞은편 길거리 식당
대를 이어 수십년 이어온
담백한 메기국 명불허전

시원한 메기국물에 숙주·부추 듬뿍
쫀득한 메기살 씹는 맛 더해
어릴적 어머니 손맛 아련히
특미 장어구이도 잊지 못할 풍미


메기낚시의 추억
 
몇 년 전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 있는 후배 집에서 늦은 여름휴가를 보냈다. 해가지면 술 마시는 것 외엔 딱히 할 일이 없어 무료하게 느끼던 찰나, 후배가 '메기낚시'나 가잔다. 야밤에 동네 개울가에서 어른 키 만한 대나무에 지렁이 한마리 달랑 달아 던져 놓는 단순하기 그지 없는 낚시질이지만, 신기하게도 메기들이 입질을 했다. 남자 셋이서 1시간 동안 20여마리의 메기를 잡는 제법 쏠쏠한 조과를 거두었다. 어차피 먹자고 시작한 일, 매운탕이라도 끓여 보자며 작당을 했다. 하지만 초저녁 잠이 많은 어르신 들이 계시는 집이라 호들갑을 떨 수 없어 버너, 냄비, 고추장, 라면을 챙겨 마당으로 나갔다. 서툰 솜씨로 내장을 제거하고 냄비에 메기와 라면스프, 고추장을 넣고 한소끔 끓인 다음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청양고추와 방아를 따서 넣는 것으로 어줍잖은 '메기매운탕'이 완성됐다. 라면국물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었지만, 쫀득쫀득한 육질과 은은한 향이 퍼지는 메기 맛 만큼은 단연 기억에 남을만 했다. 아마도 그 이후로는 메기 맛에 감동한 적이 없었던듯 싶다.
 


화포천 어은마을

   
▲ '화포메기국'이 있는 김해 화포천변 인근 거리 모습.
김해시 진례면 산본리 용지봉에서 발원한 화포천은 길이 21Km로 진영읍, 한림면, 생림면을 거쳐 낙동강으로 이어진다. 화포천 주변에는 36만여 평(1.184㎢)에 이르는 장대한 화포 습지가 형성되어 있다. 화포 습지는 29종의 수생식물을 비롯한 136종의 식물과 천연기념물 제205호인 노랑부리저어새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김해의 대표적인 자연습지 하천이다.
 
진영읍을 지나 왼편 봉하들과 오른편 퇴래들의 젖줄 역할을 하던 화포천은 한림면 초입에 이르자 물길을 틀고 하천폭이 좁아진다. 그 오른편에 한림면 안하리가 있다. 홍수 때 마다 물이 들어와 안명(安明)이란 이름이 붙었고 이후에 안하(安下)로 변했다. 자연재해로부터 무사태평하기를 기원하는 바램이 담긴 지명이다. 바로 이 안하리에 김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메거지(메기의 김해 사투리) 맛이 옛날 그대로"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화포메기국이 있다.
 
   
▲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박상현 객원기자가 취재에 앞서 화포메기국 맛을 깊이 음미하고 있다.
추운 겨울날 오후 화포메기국을 찾았다. 도심에서 10여분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차가운 공기에서 느껴지는 청량함이 각별하다. 난개발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김해는 여전히 축복 받은 생태도시다. 왕복 2차선 지방도로를 사이에 두고 화포천과 화포메기국이 마주보고 있다. 화포메기국 맞은편엔 어은마을이라 이름 붙은 버스정류장이 있다. 어은(漁隱)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고기가 숨는다'는 뜻이다. 주로 강이나 개울 근처에 나타나는 땅 이름으로 전국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지명이다. 지명이 붙을 당시만 해도 은어·잉어·붕어·메기·피라미 등 각종 민물고기들이 많았을 것이다. 지형과 지명과 음식점의 입지가 연출하는 스토리텔링이 탁월하다. 그래서 화포천변 어은마을에 있는 화포메기국은 국도변이나 유원지 근처에 있는 여느 메기전문점과는 그 격(格)이 다르다.
 
 

   
▲ 화포메기국 상차림. 요란하지도 않고 단출 깔끔하다. 주전 선수 격인 탕 맛에 자신이 있다는 방증이다.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메기국

화포메기국은 탁월한 입지 만큼이나 국물맛 또한 명불허전이다. 예전에야 화포천에서 잡히는 자연산 메기를 썼겠지만 지금이야 양식 메기를 사용할 터, 하지만 그 맛은 부족함이 없다. 담백한 메기국물에 숙주와 부추가 아낌없이 들어가 개운함을 더한다. 숙주의 아삭함과 메기살의 쫀득함에 부추의 풍미까지 곁들여지니 탕임에도 불구하고 씹는 맛까지 즐겁다. 어지간한 성인이라면 기어코 바닥을 봐야 직성이 풀릴 정도다. 어쩌면 이리도 깊고도 담백한 맛을 낼까? 화포메기국을 먹다보면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메

   
▲ 화포메기국과 찰떡궁합인 장어구이. 초벌구이한 장어에 고추장 소스를 발라 마늘과 함께 졸인 맛이 일품이다.
기는 기름기가 많고 특유의 진흙냄새가 있어 다루기 쉽지 않은 민물고기다. 그걸 가지고 진국만 우려내고 기름기와 냄새를 제거하자면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다. 국물을 내는 동안 옆에 붙어서 끊임 없이 거품과 기름기를 제거했을 것이다. 예전 우리네 어머니들은 그렇게 부뚜막에 앉아 메기국 한 솥을 끓여 가족들을 먹여 왔다. 가족을 위하는 정성 앞에서야 느끼함과 잡내 따위가 자리잡을 틈이 없다. 대를 물려가며 수십 년간 이어져온 화포메기국의 비결은 바로 그런 정성이다. 정성으로 끓여낸 국 한 그릇에는 그래서 사람을 위하는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한끼 식사라면 메기국 한 그릇에 밥을 말아 먹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좀 거하게 먹고 싶다면 장어구이도 곁들여 볼 만 하다. 초벌구이한 장어에 고추장소스를 바르고 마늘과 함께 졸여 양념이 잘 배어든 장어구이는 화포메기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메기국과 장어구이 모두 촌 음식 치고는 양념이 강하지 않고 짜지 않은 것 또한 특징이다.
 
현재 화포천 일대는 생태하천 복원과 생태공원 조성 사업이 진행중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생태학습을 겸한 가족 나들이와 트레킹 코스로 각광 받을 전망이다. 자연습지를 몇 시간 걸은 다음 옛맛을 간직하고 있는 메기국 한 그릇을 곁들인다면, 화포천의 참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각별했던 사랑'

"옛 메거지 맛 그대로"
'바보'가 즐긴 '소울푸드'

2010년 한해 동안 음식점을 소개한 책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대통령의 맛집>이라고 한다. 언제부턴가 전국의 음식점을 다니다 보면,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나 사인이 액자에 걸려 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 연예인들의 유명세를 빌어 식당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연예인이 이 정도라면 전직 대통령의 영향력은 더 클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대통령의 맛집>에 소개된 음식점들은 책의 인기와 더불어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퇴임 후 고향에 정착한 첫번째 대통령인 노무현 전 대통령. 그는 고향 김해에 있는 음식점들을 제법 자주 찾았다. 그 가운데 화포메기국은 좀 특별한 경우다.
 
봉하마을에 정착한 노 전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첫번째로 찾은 김해의 음식점이 화포메기국이다. "메거지 맛이 옛날 그대로"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그는 그후로도 여러번 이곳에서 메기국을 드셨다고 한다. 하지만 보좌진과 경호원을 대동할 수밖에 없는 신분이다 보니 다른 손님들께 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발길이 그리 잦지는 않았다. 대신 '찜통'을 보내와 사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식당 입장에서는 전임 대통령이라서가 아니라 '단골'이라는 이유로 내용물과 양에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노라며 솔직한 입장을 털어 놓는다.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를 하루 앞둔 2009년 4월 29일. 그날도 메기국이 담긴 찜통이 봉하마을로 배달됐다고 한다. 심경이 복잡했을 그가 메기국을 드셨는지 어땠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화포메기국에 대한 애정 만큼은 각별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화포천 주변 봉하마을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어쩌면 메기국은 어린시절의 추억과 고향의 정서가 담긴 소울푸드(Soul Food)가 아니었을까?

▶ 위치:김해시 한림면 안하리 1041의 1
▶ 연락처:055-342-6266 (1, 3주 일요일은 휴무)


   
 



박상현 객원기자
사진 = 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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