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바람을 느끼기 위해 아람나무 유치원 새싹반 아이들이 숲유치원을 찾았다. 아이들은 숲에서 자유롭게 놀이를 하며 건강한 마음을 갖게 된다. 사진/ 구민주kmj27@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모두 숲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오감으로 교감하는 자연교실

선생님 지시·정해진 놀이방식 규칙 같은 건 없이 체험활동 중심
"놀 수 있는 공간 너무 많아 좋아요" 창의성 커져 대안·생태교육 인기

지난 22일 오전 10시 반, 장유면 율하리 아람나무 유치원 새싹반 아이들 30명이 차에 올라탔다. 아이들은 간단하게 마실 물과 보자기를, 선생님은 비상약품과 물티슈, 풀꽃도감을 챙겼다.
 
유치원을 나선 지 5분 정도 지났을까? 장유면 모산마을 입구에서 아이들이 내렸다. 오른쪽으로 '숲유치원'이라 적힌 출입구가 보였다.
 
"숲아 안녕? 잘 있었니?" 아이들이 손을 흔들며 숲에게 인사했다. 조금은 가파른 길이었지만, 아이들은 성큼성큼 잘도 올라갔다.
 
아람나무 유치원 아이들은 1주일에 한 두번 숲유치원을 찾는다. 아이들의 종종걸음으로 20분 가량 걸리는 거리에 있지만, 이곳을 찾는 아이들의 표정은 언제나 밝다.
 
이날의 수업 주제는 '바람 느끼기.'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지를 이야기했다. 동그랗게 원을 만든 아이들이 각자 팔을 뻗었다. 하늘을 올려다 보며 바람을 느끼기도 했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코로 바람을 감지하기도 했다. "바람이 차가워요." "공기가 좋아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숲 속에 퍼졌다.
 

▲ 두팔을 벌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가을 바람을 느끼기도 한다.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바람을 느낄 시간. 아이들은 갖고 온 보자기를 둘러매고 '슈퍼맨' '원더우먼'이 됐다. 숲의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솔방울과 솔잎, 나뭇가지와 모래 등을 갖고 자유롭게 놀이를 시작했다.
 
몇몇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주변의 솔잎을 모으기 시작했다. "여기를 폭신폭신하게 만들어야 해." 무엇을 하나 봤더니, 새 둥지를 만들고 있었다. "여기로 새가 날아올 거예요"라며 아이들은 환하게 웃었다.
 
한쪽에서는 나무로 만든 집에 들어가 솔방울과 모래를 이용해 소꿉장난을 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나뭇가지와 솔잎으로 눈사람을 만들기도 했다. 오장아(6) 양은 "추울까 봐 엄마한테 장갑을 챙겨달라고 했는데 잘한 것 같다"며 장갑을 낀 채 놀이에 열중했다. 오 양은 "숲유치원은 놀 수 있는 곳이 많아 너무 좋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 숲유치원을 찾은 아이들은 솔잎과 솔방울로 눈사람을 만들며 놀이를 찾는다.
숲유치원에서는 선생님의 지시나 정해진 놀이 방식, 규칙이 없다. 오직 아이들의 상상력으로만 채워지는 공간이다. 자기가 먼저라며 싸우거나,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도 없다. 함께 어울려서 웃고, 떠든다. 그렇게 놀다 보면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이날은 도시락을 싸오지 않아, 점심시간에 맞춰 숲에서 내려왔다. 내려오기 직전, 아이들은 "다 놀고 나면 치워야 해요. 우리가 놀았으니까요"라며 갖고 놀았던 물건들을 제 자리에 갖다 놨다. 내려올 때도 지루할 틈이 없다. 강아지풀을 뜯어 입에 물고 가는 아이도 있고, "과자같이 생겼죠?"라며 납작하고 네모난 돌을 보여주는 아이도 있다.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걷다 보니 어느새 유치원이다.
 
숲유치원은 아이들이 숲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오감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체험 중심의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건물 속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 달리, 정해진 교실도, 교재도, 선생님도 없다. 자연이 최고의 교실이고, 교재이고, 선생님이다. 아이들 스스로가 장난감을 찾고, 놀이를 만들어 내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숲유치원은 1990년대에 유럽에서 대안교육으로 주목받았는데, 국내에서도 대안교육 혹은 생태교육의 일환으로 숲을 배움터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숲유치원은 잘 가르치고 잘 배우기만 하면 되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탈피한 교육방식이다. 싹이 트고 꽃이 피는 것을 보며 감성을 키우고, 자연과 더불어 자유로움을 느끼며, 이러한 활동을 통해 가슴이 따뜻해지는 아이로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아람나무 유치원 성희미 원장은 "자연 같은 다양한 환경 속에서 놀이를 하면 상상 이상의 창의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 아람나무 유치원의 내부 모습.
아이들은 숲에서 사계절을 온몸으로 느낀다. 봄에는 숲유치원의 나무와 야생화 관찰하기, 맨발로 산행하기, 쑥 캐기 등의 활동을 하고, 여름에는 숲에 심어져 있는 과실 수확과, 숲에 사는 여름곤충 관찰하기, 자연 속에서 명상하기 등의 수업을 한다. 가을에는 야생화 찾기, 가을 하늘 바라보기, 도토리 주워 관찰하기 등의 활동을 하고, 겨울이 오면 나무의 겨울 준비를 관찰하고, 나무를 깎아 장승 만들기를 한다.
 
성 원장은 "숲에서 받는 정서적, 심리적 치유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며 "자연에서 만나는 하늘과 바람, 흙, 나무, 꽃 등이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삶의 지혜를 알려 준다"고 말했다.
 
한편, 산림청 포털사이트 '숲에온(www.foreston.go.kr)'에서 '숲유치원'을 검색하면 각 지방산림청의 숲유치원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지자체 공유림의 숲유치원 문의는 해당 지자체의 공원녹지과나 산림과로 하면 된다. 민간 숲유치원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면 숲유치원협회(www.forestkid.co.kr)를 참고하면 된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