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리어프리 영화로 상영될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포스터. 사진제공=김해문화의전당
시각·청각장애인들을 위한
한글자막·한국어 더빙·음성해설
김해시장애인복지관 2층에서
지난달 21일부터 상영 시작
매주 수·토 한편씩 오는 22일까지

"영화를 '들으러' 오세요!"
 
김해에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영화상영회가 열린다. 경남도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주최는 김해문화의전당, 상영회 장소는 삼계로 140 김해시장애인복지관 2층이다.
 
'배리어프리'는 건축 분야에서 처음 채택한 개념이다. 연령, 신체적 능력, 처한 상황 등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디자인하고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장애인이 대상일 경우 보도 턱이나 계단을 없애는 것을 말한다.
 
영화에 '배리어프리' 개념이 적용된 것은 10여년 전쯤 유럽에서이다. 얼마 전부터는 우리나라에도 등장했다.
 
배리어프리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육체적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영화를 볼 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영화를 보러 간다'고 말한다. 눈으로 영화를 보고(비주얼), 귀로 소리를 듣는다(사운드). 비주얼과 사운드는 영화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이다.
 
그러나, 배리어프리 영화는 시각·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영화에 한글자막, 한국어 더빙, 음성해설을 입힌다. 청각장애인들은 친절한 자막이 입혀진 영화를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오디오북처럼 만들면 시각장애인들은 굳이 영화관에 안 가도 되지 않나? 잘 모르시는 말씀이다. 영화관이 주는 특유의 설레임과 흥분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설명의 예를 보자. 1995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일본 히가시 요이치 감독의 '술이 깨면 집에 가자'. 한국 상영판 배리어프리 버전에서는 배우 엄지원 씨의 목소리가 흐른다. 화면에는 등장인물 야스유키를 부르는 장면이 흐르고 자막도 있다. 이 장면에서 엄지원 씨는 "카레의 여운을 느끼면서, 행복한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야스유키. 자신을 부르는 방송 목소리에 잠을 깹니다"라는 해설을 녹음했다.
 
배리어프리 영화를 만드는 데는 이렇게 까다로운 후반 작업이 뒤따른다. 김해문화의전당 영상사업팀 박창욱 팀장은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영화인들이 없다면 배리어프리 영화제작은 어렵다"며 "일본의 경우 사회적 기부 차원에서 기업들이 배리어프리 영화를 제작하곤 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장애인도 연령층이 있다. 그들을 위해 더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기 위해서는 영화인들의 재능 기부, 기업의 사회기부와 모든 사람들이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리어프리 영화가 김해시장애인복지관에서 상영되는 이유는 장애인들의 접근이 쉽기 때문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장애인의 입장에서 만들고 상영하는 영화인 셈이다.
 
배리어프리 영화의 또 다른 수혜자는 노인세대이다. 시대변화에 적응하기 힘든 노인들은 문화격차와 지식격차로 인해 영화의 흐름을 제때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노인들에게 친절한 설명을 해준다. 다문화가정도 마찬가지로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
 
김해문화의전당 이종숙 사장은 "배리어프리 영화는 일상에서 소외되기 쉬운 장애인들에게 영화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며 "사회통합을 위한 공감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회는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되었으며, 12월 상영 일정은 다음과 같다. △장소/김해시장애인복지관. △시간/수요일-오후 2시, 토요일-오전 10시. △마이백 페이지(12/5) △마당을 나온 암탉(12/8)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12/12) △술이 깨면 집에 가자(12/15) △블라인드(12/19) △완득이(12/22). 문의/055-320-1271~4. 055-314-7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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