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지난 23일 일요일 김해시 주촌의 한 양돈 농가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경남도에 접수되었으며, 이에 따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이 났다. 김해시는 반경 500m 이내의 돼지 3만3천여 마리와 소 1천500마리 등에 대해서 살처분 했으며 인근 도축장 2곳을 폐쇄했다. 경남지역은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인식돼 왔는데, 이번 주촌의 구제역 발생으로 이제 전남과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 구제역이 발생했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되어 60여일이 지나도록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연이은 과로로 순직 공무원이 발생할 정도로 많은 인력과 막대한 방역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이 두 달 동안 계속 확산되는 원인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그동안 전국적으로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됨에 따라 축산농가의 피해가 막심할 뿐만 아니라, 자칫 축산 기반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고 있다.

물론,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공항, 항만 등의 출입국 방역 관리가 소홀했고 동물 윤리를 무시한 공장식 비인도적 사육 환경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구제역, 콜레라, 광우병 등 해외 악성 전염병의 증가는 가축 방역 현장에서의 수의사 등의 부족으로 효율적 방역 활동을 전개할 수 없고, 또한 수의사를 구하지 못해 축산 또는 생물학 전공자들이 수의사를 대신 담당하고 있는 데 그 직접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의 수의학과는 지난 10여 년 동안 입학 정원이 동결되어 왔으며, 전국 10여 개의 수의학과가 소수 인력을 배출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현재 배출되는 수의사들의 진로를 보면 가축 또는 검역에 종사하는 수의사는 극히 소수이며, 대부분은 대도시에서 동물병원을 개업하고 있다. 따라서 검역에 종사하는 1인이 감당해야 할 가축 수는 소, 돼지 등 수천 마리에 해당해 효율적인 방역활동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다시 말해서 수의사 배출의 양과 질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의 인력양성에 실패한 것이다.

축산물의 국제교역, 인수공통 전염병,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하여 수의학 전공자를 필요로 하는 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현재 학과 신설 시 당장 전체 수의사 배출이 증가되는 것이 아니고 최소한 수학 기간인 6년과 남자의 경우 군복무 해결 등을 고려할 때 최소 8년 정도는 지나야 수의사 배출이 가능하다. 과거는 수의학 전공자들이 대부분 남자였으나 현재는 수의학과 재학생의 50% 이상이 여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동물병원 이외의 수의학 전공자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남자 수의사가 부족한 형편인 바 수의학과 신설 및 인원 증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도 조류독감(AI), 구제역, 콜레라, 광우병 등 동물 전염병이 더욱 창궐한 것이다. 육식문화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대두되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육식 수요가 줄어들 확률은 높지 않다. 따라서 공장식 사육 환경이 하루 아침에 개선될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동물 전염병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화급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수의사 및 기타 전문 검역인력 양성에 교과부, 농림부 등의 관계 당국과 특히 농촌 지역에 소재한 대학들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