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원역세권 복합단지 '아이스퀘어'는 김해의 지도를 바꿔놓을 초대형 사업으로 평가된다. 7만 4천510㎡ 부지에 건물 면적만 28만 1천810㎡에 달한다. 특급호텔, 대형마트, 멀티플렉스 영화관, 피트니스 센터 등의 시설이 들어서며, 1조 원에 가까운 사업비가 투입된다. 오는 2014년 8월까지 개발이 끝나면 김해 원도심의 상권이 젊어지고 경전철 이용객도 늘어날 전망이다. 아이스퀘어 사업을 제일 앞자리에서 이끄는 고려개발㈜ 박명진(52) 회장을 만났다.

고향 김해에 깜짝 놀랄 기념물
반드시 세우겠다던 바람대로 이번 사업 꼭 잘해낼 자신
문화·예술경영 접목해 부가가치 높일 수 있는 문화콘텐츠 사업도 할 것

 
■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시골 소년
박 회장은 김해 어방동 출신이다. 신선을 초대한다는 뜻의 '초선대' 아래쪽에서 살았다. 봄이 되면 제비꽃이 피어나고 아래쪽에는 개울이 흘렀다. 아이들이 민들레 씨앗을 입으로 불어 날리다가, 큰 맘 먹고 산 '아이스케키'를 떨어트려 울음을 터트리던 시절이었다.
 
박명진 회장은 매일 30분 정도 신어천 둑길을 걸어 안동공단 자리에 있던 활천초등학교까지 갔다. 그는 "지금 생각하니 참 개구쟁이였다. 논두렁에서 불장난하고 농작물 서리를 하다가 혼나기도 했다"며 "한번은 홍수가 났는데 개울에서 킬킬대면서 멱감다가 어르신들에게 야단맞기도 했다"고 추억을 얘기했다.
 

박 회장은 영화광이었다. 어린 시절 어른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마주한 영화는 '김해 촌놈'이었던 그에게 신세계를 보여줬다. 그는 "마지막 자막이 사라질 때까지 스크린을 쳐다보곤 했다"며 "버스 다닐 시간이 지났지만 '극장차'라고 해서 딱 한 대 운행을 했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얼굴에 맞으면서, 봤던 영화를 곱씹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박 회장은 "앞으로는 문화경영, 예술경영을 접목해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나도 문화계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업 영감을 얻고, 몇몇 영화에 대해서는 의견도 제시하고 투자도 해봤다"며 "언젠가는 고향 들길을 오가며 한 생각들을 담아낸 문화콘텐츠 사업을 하고 싶다. 요즘도 영화 제작자로서 베네치아나 깐느 영화제에서 레드카펫을 밟는 꿈을 꾼다"고 웃었다.
 
■ 꿈을 현실로 만드는 '아이스퀘어'
'79학번'인 박명진 회장은 학업을 마치고 롯데그룹 기획실에서 경력을 쌓은 뒤 1988년부터 가구 사업을 시작했다. 1990년에는 건설업에 진출했다. 건설업이 한창 잘 되던 시기였다. 그는 "물론 돈 많이 벌어서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가구와 건설이 나름 매력 있다"며 "머릿속에 그린 그림을 도면으로 만들고, 도면이 실물이 되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상상이 영화나 건축으로 실현되는 과정을 '마술적 리얼리즘(Magic Realism)'으로 표현했다. 그는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놔두면 '미몽'에 불과하지만, 현실의 세계로 이끌어 내면 '실제'가 된다. 건설업도 꿈을 현실로 만드는 유용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박명진 회장은 "건설업은 시행사와 시공사가 있다. 시행사가 사업의 그림을 그리면 시공사는 그에 따라 일을 한다"며 "앞으로는 한국도 선진국처럼 '디벨로퍼'라고 하는 시행사업의 인기가 점차 높아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아이스퀘어'가 간절하게 원했던 사업이라고 했다. 그는 "영화에 푹 빠졌던 그때부터 고향 김해에 깜짝 놀랄 멋진 기념물을 꼭 세우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고 반드시 잘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 목표와 신뢰는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
박명진 회장은 목표가 있어야 하고, 이를 떠받치는 신뢰가 바탕이 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꿈과 믿음은 수레의 양쪽 바퀴와 같다. 일을 할 때는 함께 온 힘을 다해야 성공할 수 있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에게서 신뢰의 중요성을 배웠다"며 "아버지는 사람들에게 술과 밥을 대접하고 같이 잘사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전국 최초로 비닐하우스 농법을 도입해 마을 사람들이 농번기에도 일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박 회장은 겸손한 마음으로 일해야 믿음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향에서 사업을 해보니 아버님에 대한 주변의 신뢰가 두터움을 새삼 느꼈다"며 "따듯한 마음으로 주변을 대하면 좋은 믿음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어 "들길을 조심해서 가도 이름없는 들풀과 풀벌레를 밟을 수 있다. 큰 사업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손해를 입는 사람이 나오고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모든 사람을 찾아다니며 만족하게 할 수는 없고, 대자연 앞에 엎드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공익을 위해서 노력하면 돌고 돌아서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김해의 품격을 높이는 랜드마크 '아이스퀘어'
박명진 회장은 기업경영에서 얻은 부는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그는 "기부는 습관"이라고 했다. 모교인 부산대 법과대학에서 가장 많은 기부를 한 사람이고, 이 밖에도 여러 곳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해왔다.
 
박 회장은 "김해가 발전함에 따라 내외동 신도시에 건물을 많이 지었고 돈도 꽤 벌었다. 회사가 작을 때는 살아남아서 직원 월급을 제대로 주는 영속성이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튼튼한 기업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위대한 기업은 될 수 없다. 위대한 기업은 사회적 책무를 다하며 더 큰 길을 간다"고 말했다.
 
그는 "성각 스님은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고 했다. 그릇에 물이 차면 비워야 다른 물을 채울 수 있다는, 간단하지만 묵직한 말씀을 따르고 싶다. 덕분에 우리 회사는 외환위기 때도 오히려 더 발전했다. 겸손한 마음으로 허상을 좇지 않은 덕분"이라고 밝혔다.
 
박명진 회장은 이번 아이스퀘어 사업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송은복 시장 시절부터 언급됐고, 다른 대기업이 관심을 뒀다가 수익성을 이유로 물러난 사업이다. 이곳을 김해의 품격을 높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 부동산 디벨로퍼만이 할 수 있는 사회공헌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