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은 이미 오래전에 있었던 것-오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새롭게'란 말과, '새로움'이란 말은 문학 작품을 이야기할 때 끊임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 단어다. 또한 요즘은 학교, 회사, 일상생활, 사적인 대화에서도 너나 가리지 않고 수시로 거의 매일 듣게 되는 단어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도대체 이것은 어디에 있는지, 이것을 찾자고 하는데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 것인지, 시를 쓰는 나도 참으로 막연할 때가 많다.
 
몇 달 전 고등학교 문예반 학생들에게 시 창작 강의를 했다. '새로움'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이미 있는 것에서 있음을 찾아내기'라는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학생들은 시큰둥했다. 없는 것에서 있음을 찾아야지, 이미 있는 데서 또 있음을 어떻게 찾느냐는 반응이었다.
 
사물이나 사회 현상을 오래도록 깊게 관찰하면 새로움이 온다. 못 보거나 발견해 내지 못한 것을 찾아내는 것이 새로움이다. '다른 것을 찾아내는 것이, 다르게 느끼는 것이 새로움이다'라며 강의를 끝맺었다. 보이지 않거나 모르는 것을 '없음'으로 치부하는 이런 현상은 우리의 일상에서 얼마든지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런 있음 속의 없음이나, 없음 속의 있음과 같은 모순과 혼돈을 만날 때, 슬픔이나 아픔 같은 유쾌하지 못한 일이 나에게 왔을 때, 난 강가에 앉아 강물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작은 물방울이 포개져 물이 되어 모였다가 끝내 강이 되어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강물, 파도치며 흘러가는 물굽이, 굽이마다 물이 가진 수많은 혼돈을 나의 불편한 삶에 포개보기도 하면서. 그리고 <장자>를 펴본다.
 
<장자>는 본래 장주의 사상을 중심으로 하여 엮은 사상서이다. 내, 외, 잡 33편 중 내편 7편이 가장 본래적인 장주의 사상을 담고 있다.
 
<장자>는 세상을 오독하며 살고 있는 나에게 지금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시를 쓸 때 뭔가 확실한 신호가 오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기다릴 때, 언제나 내 곁에 도착해 있는 그것을 깨닫게 해주는 호탕한 인문서적이다. 새로운 것은 이미 오래전에 있었던 것이며, 변하지 않는 진리를 품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는 말,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는 말, 찾아내는 것, 알아가는 것, 깨달음, 다르게 느끼는 새로움을 보라고, 늘 있었다고, 오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장자는 혼란한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인간이 참된 인간일 수 있는가를 추구했고 나아가 그 혼란을 극복하여 삶의 환희와 끝없이 자유로운 절대자의 세계를 터득하려 했다. 해학으로 일체를 묵살하면서 상식적인 사고와 세속적인 가치에 반역하고 있다. 인간의 추함, 어리석음, 비굴함, 오만함을 꿰뚫어 인간사회의 어두움과 험난함, 이지러지기 쉽고 뒤집히기 쉬움을 연민하면서도 냉철하게 인간을 응시한다. 정확하면서도 진실하게 인간 사회를 관찰한다. 그 응시와 관찰의 밑바닥에서 파악한 현실이란 옴짝달싹 못하게 묶여버린 인간의 비참한 삶이 드러난다. 장자의 중심사상은 적극적인 현실 참여이며 그가 내세운 무위는 겉에 달라붙은 거짓을 벗겨내는 일이다. 그 사상에서 나는 새로움을 찾는다.


Who >> 강미정
시인. 1962년 김해 삼방동 영운리에서 출생. 1994년 시문학 우수 작품상으로 등단. 시집 <타오르는 생> <상처가 스민다는 것>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 발간.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빈터' 동인. 현재 경주에서 시를 쓰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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