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관을 찾은 엄마와 딸.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책에 폭 빠진 아이의 표정이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사진/김병찬 기자 kbc@
책읽는 도시 정책 덕분에 2009년 개관 봉사자들 힘 모아 6500여권 장서 갖춰
평소 아이들이 즐겨 읽는 책까지 체크 방학교실·도서관 소식지 등 활동 왕성
이번 달엔 '창녕 문화탐방' 선착순 모집

"사람은 도서관을 만들고, 도서관은 사람을 만든다."
 
팔판작은도서관의 소식지 창간호(2012년 7월 4일 발행) 첫 페이지에 들어 있는 말이다.
 
팔판작은도서관은 장유면 덕정로 68 팔판마을 부영e그린 3차 관리동에서 2009년 7월 4일 개관했다. 126㎡ 규모에 6천500권의 장서를 갖추고 있다. 부영e그린 3·8·9차 아파트, 신안초등학교, 인근 신안마을의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이 도서관을 찾는다. 영유아와 부모가 주 이용자층이고, 다음은 초등 저학년, 성인, 초등 고학년, 중·고등학생 순이다.
 

▲ 배주임 관장이 도서관의 지난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팔판작은도서관 배주임(43·여) 관장은 "아파트를 지을 때부터 이 공간은 도서관으로 계획돼 있었고, 입주민들도 도서관을 원했지만, 현실화 하기는 쉽지 않았다"며 "김해시의 '책읽는 도시' 정책이 계기가 돼 마침내 도서관을 개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도서관은 김해시의 예산 5천만 원과 아파트 자체 예산(재활용 수익금) 1천만 원, 도서관 개관에 뜻을 같이 한 봉사자들의 힘이 한 데 모여 만들어졌다. 배 관장은 7년간의 신안초등학교 도서관 봉사 경험을 살려 팔판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김영숙(44·여) 씨는 2011년 9월부터 이 도서관의 사서로 일하고 있다. 만학도로 신라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그는 도서관의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이 평소에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도 눈여겨 보아둔다. 황혜빈(신안초 2년) 양이 김 사서를 찾아왔다. 김 사서는 '겨울방학 때 가족들과 함께 백제문화여행을 하기로 했는데, 미리 책을 찾아 읽고 싶다'는 혜빈이의 눈높이에 맞춰 책을 찾아주었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따로 뽑아 '사서 선생님이 권하는 책 목록'을 만든다.
 
이 목록을 컴퓨터에서 편집해 소식지 형태로 만들어내는 사람은 도서관 운영위원회 강정선(37·여) 위원이다. 두 자녀와 함께 도서관을 이용하던 그는 어느날 도서관 운영 주체로 합류했다. 그는 "그동안 문학서만 봐 왔는데, 도서관 봉사를 하면서부터는 인문사회서에도 관심이 생겼다.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권하기 위해 책의 목록을 편집하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도서관 한쪽에는 일곱 살 김성윤, 선엽 쌍둥이 형제가 나란히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두 아이는 여섯 살 때 팔판작은도서관이 유치원인 줄 알고 하루에 두 번씩 도서관을 다녔다. 기적의도서관이며 다른 공공도서관도 많이 다녔단다. 성윤이는 <나귀방귀>(서정오 지음/보리 펴냄)를 집어들었다. 초등 3~4학년용 전래동화책이다.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미라클포스 같은 만화보다 옛날 이야기가 훨씬 더 재미있다"는 의젓한 대답이 돌아왔다. 선엽이는 <쌈닭>(이춘희 지음/사파리 펴냄)을 보고 있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우리 전래문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닭을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의 닭 그림이 멋있다"는 선엽이는 그림도 자세히 살펴보았다. 김세경(신안초 2년) 양은 "오전 11시에 오는데, 책을 읽다가 도서관에서 점심을 먹고, 계속 책을 읽고 있다"며 "과학동화가 너무 재미있고 도서관이 가까워서 좋다"고 말했다.
 
▲ 팔판작은도서관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활동사항을 꼼꼼하게 기록한 '도서관의 역사들'.
배 관장이 도서관의 지난 이야기들을 보여주겠다며 프레젠테이션 동영상을 틀었다. 도서관 태동의 계기가 된 '입주자대표 여름방학 재미교실' 운영에서부터 도서관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도서관에서 주최한 각종 문화행사 등이 하나 하나 스크린 위에 비춰졌다. 그때, 도서관에 있던 어린이들과 어머니들의 시선이 스크린에 몰리는가 싶더니 "우리 애 유치원 때 모습이야!" "엄마, 내가 나왔어" "저렇게 귀여웠는데, 벌써 중학생이 됐다니…" 같은 감탄사들이 쏟아졌다. 팔판작은도서관의 지난날을 기록한 동영상은, 이 도서관에서 몸과 마음의 키가 자란 '팔판작은도서관 키드'들의 성장사이기도 했다.
 
1월 주요 행사 '학부모와 함께 떠나는 창녕문화탐방'. 일시/1월 10일. 40명 선착순. 문의전화/055-312-9822.


알림 : 겨울방학 동안에는 <김해의 초등학교> 탐방 기사를 쉬고, <김해의 작은도서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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