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눈
(조갑상 지음/산지니/400p/1만 3천 원)

부산에서 활동하는 중견작가 조갑상이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작가가 이 작품을 준비한 시간은 10년을 훌쩍 넘는다.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대부터 5·16군사정변의 1960년대, 그리고 부마항쟁이 일어난 1970년대까지,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고스란히 되살려 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6·25전쟁 당시, 가상의 공간 대진읍을 배경으로 국민보도연맹과 관련된 민간인 학살을 다루었다. 최근 <남영동 1985>와 <26년>등 과거사를 재조명하려는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돼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소설 역시 맥락을 함께 한다. 우리가 응당 함께 기억해야 할 지난 날의 고통의 기록이고, 희생을 위한 위로이다.
 


▶아왜나무 앞에서 울었다
(이민아 지음/신생/149p/8천 원)

200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시 '혁필화를 보며'로 당선된 이민아 시인이 등단 8년 만에 첫 시집을 냈다. 2007년에는 동아일보와 매일신문 신춘문예에서도 시조가 나란히 당선돼 큰 기대를 모았던 터라, 그의 시집 발간을 반기는 사람들이 많다. '아왜나무'는 불에 잘 타지 않고 잎에 윤기가 있어 방화용이나 생울타리용으로 이용되는 수종이다. 시인은 이 나무의 이름을 빌려 와 삶의 고통을 어루만진다. "아… 왜… 하며 울었다 / 왜… 왜… 하며 울었다"로 시작하는 시 '아왜나무 앞에서 울었다'는 시집 제목이 되어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이민아 시인이 누군지 알고 싶다면 남송우 평론가의 발문부터 읽어도 좋다. 시인의 대학시절부터 지켜보았던 평론가는 우리가 익히 봐 온 형식의 평론이 아니라, '시인이 된 제자에게 부치는 편지'를 썼다. 


▶사진의 사상과 작가정신
(최민식 지음/로도스/344p/1만 8천 원)

자갈치 시장이 현대화되면서, 진짜 자갈치와 아지매들은 그의 사진으로만 남았다고 한다. 사진작가 최민식.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들고 길을 걸으며 사람들과, 사람이 사는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던 최민식이 55년 사진인생을 책으로 엮었다. '이 시대에 사진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깊이 생각했다는 그는, '사진의 사상'과 '작가정신'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사진과 예술의 본성에 대한 철학적 반성들을 엮어냈다. 최민식은 한 장의 사진이 그 사회의 온갖 문제를 압축해서 표현할 수 있고, 그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진에 담긴 작가의 치열한 사상과 작가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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