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의식주 책임지는 소상공인들
행정기관의 관심과 지원 더욱 절실해
실효성 있는 육성정책 등 현실화 바라

연합회 수장으로서 지역상권 부활 진력
이웃돕기·장학사업·봉사활동도 활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하지 않은 나라가 진짜 선진국이다."
 
한국처럼 선진국에 대한 열망이 강한 나라도 흔치 않다. 그간 온 국민이 노력한 덕분에 소득도 많이 늘었지만, 아직 선진국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안생도(54) (사)김해중소기업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서민이 서민에게 지갑을 열고, 서민이 서민을 상대로 돈을 버는 환경이 갖춰진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했다. 안 회장은 이런 생각을 실천하고자 2년째 소상공인을 위한 단체를 이끌고 있다. 170여 명 회원과 함께 어떻게 하면 지역상권을 살릴지 고민하고, 한편으로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활동도 한다. 가난으로 뜻을 꺾을 처지에 놓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노인복지관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벌인다.
 

안생도 회장은 "이런 일은 혼자서 하긴 어렵고 모두 다 같이 힘을 모으면 더 큰 힘이 된다"며 "지난해 가야대 행정대학원 최고지도자과정 총동문회장을 했고 김해시산악연맹 자문위원도 하면서 함께 노력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가 속한 소상공인연합회와 가야대 최고지도자과정에는 소사장들이 많다. 물론 안 회장처럼 소상공인이라 하기에는 규모가 큰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다.
 
안생도 회장은 오리를 키우고 유통하는 일이 직업이다. 이 분야에서 15년 외길을 걸으며 유황청둥오리 유통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남 나주가 주 생산지이고, 여기에서 나온 오리를 김해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 판매한다. 전국에서 오리고기 하루 소비량은 약 40만 마리이다. 안 회장은 일주일에 12만 마리 정도를 출하한다.
 
안 회장은 과감하게 선택한 고급화 전략이 성공 비결이라고 했다. 그는 "사육환경이 가장 중요하다. 좁은 곳에 잔뜩 오리를 몰아넣고 죽을 녀석은 죽으라는 식으로 키우면 스트레스를 받아 고기가 맛이 없다"며 "영업기밀이라 성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좋은 사료를 먹이고 오리가 마시는 물까지 신경 쓴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보통 닭은 21일 만에 부화해 37일 정도 키우면 잡는다. 오리는 부화 기간이 28일이고 45일 기르는데, 비용이 더 들지만 50일 이상 키워서 가장 맛있는 시기에 도축한다"며 "품질 낮은 저가 오리 요릿집은 앞으로 살아남기 어렵다. 우리 농장은 클래식까지 틀어주며 공을 들이는데 손님들이 먹어보면 다르다는 걸 알아챈다"고 설명했다.
 
김해 가락면 출신인 안생도 회장은 집안이 어려워진 사춘기 이후 시절을 부산에서 보냈다. 17세때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어깨'들 틈바구니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후 서울에서 여성 캐주얼 의류사업을 했으나 1998년 외환위기가 밀어닥쳐 사업을 접었다.
 
안 회장은 "다 망해도 사람은 먹어야 하므로 먹을거리 장사는 망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오리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며 "닭이며 돼지는 다들 치열하게 하고 있어서 오리 시장이 커지리라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안 회장은 "오전 4시에 일어나 오후 11시까지 매일 일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사람 입에 들어가는 음식은 장난치지 않고 기본을 지키면 언젠가는 알아준다는 것이다"라며 "문제는 이런 마음을 이어나가기가 너무 어렵다. 경제가 침체되면 외식비부터 줄이므로 음식점은 가격을 낮추게 된다. 저가 음식점은 사람이 바글바글해야 겨우 먹고사는데, 초심을 유지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알고 보면 소상공인은 서민들이 먹고 입고 자는 일을 책임지는 큰 역할을 한다. 그런데도 행정기관에서는 큰 기업만 띄워 주고 작은 가게를 소홀히 한다"며 "세무서에 매일 수없이 폐업신고가 들어오는 상황이다. 김해시장부터 비싼 곳 찾지 말고 저가 음식점을 찾아가 현실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김해시에 소상공인 육성 지원정책이 있지만, 피부로 느껴지지 않고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우리가 직접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시가 지원을 하는 방법이 더 낫다. 강사 초청료조차 부담을 느끼며 시행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살아있는 교육을 하니 현장에서 좋은 반응이 온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소상공인들의 애환이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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