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논란 가열되는 경사도 조례

새해 들어 김해시의 공장설립 규제 정책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산업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김해상공회의소와 일부 시의원들이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김해시는 산업용지에 체계적으로 기업을 유치해 난개발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 공방이 예상된다.

▲ 오는 2015년까지 진례면 고모리, 담안리 일원에 들어설 예정인 김해테크노밸리 조감도.

"규제강화돼 기업들 쫓아내는 결과"
 김해상의·일부 시의원 "보완 필요"
 시측 "산업용지 체계적 유치 순조"
 양측 입장 팽팽해 조율 난항 예고

 
■ 난개발 방지, 취지에는 모두 공감
김해시의 외곽 녹지지역에 공장이 난립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는 다들 공감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김맹곤 시장은 난개발 방지를 공약으로 채택했고, 김해시는 2010년 8월 13일 경사도 11도 이상 지역에 대해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조례를 입법예고했다.
 
조례 제정 당시 부산과 창원에서 넘어온 영세기업들이 김해의 외곽지역에서 언덕을 깎고 산림을 망가트리는 일이 잦았다. 심지어 가축을 기르는 축사에 생산시설을 설치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김해시는 2010년 1월 15일과 그해 12월 31일 김해시도시개발조례 제20조 개발행위허가의 기준을 고쳐 평균 경사도가 11도 아래일 때에만 개발행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 기준은 녹지 21도, 다른 지역은 25도였다. 다만, 기존 공장은 원래 크기의 절반까지 증축하도록 허용했다. 또한, 공용 개발지역은 경사도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해 공장 이전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이종철 김해시 도시관리국장은 "명품 산업도시 김해가 되려면 경사도 규제는 꼭 필요하다"며 "우리 시에서는 난개발을 막고 기업을 산업단지로 유도하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분양한 산업단지 김해테크노밸리만 해도 입주경쟁률이 높았고 80%가 김해에 있는 기업이었다"고 설명했다.
 
■ 산업 현장 '지나친 규제' 볼멘 소리
그러나 김해상의(회장 강복희)와 일부 시의원들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25도였던 경사도 기준이 갑자기 11도로 크게 강화돼 기업들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조례 강화 이전에 입주한 기업들까지 예외 없이 적용 대상이 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인근 도시들보다 규제 수준이 너무 높아 '기업을 쫓아낸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김해상의에 따르면 김해시의 경사도 규제기준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해 주변 도시를 보면 밀양이 녹지지역은 20도, 나머지 지역 25도로 가장 규제 수준이 낮고, 양산이 21도, 창원은 녹지 16도에 나머지 지역 21도를 채택하고 있다. 김해상의 관계자는 "경사도 11도는 기준점보다 10m 떨어진 곳이 불과 1.94m 더 높다는 뜻이다. 개발할 수 있는 남은 땅이 죄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묶인 꼴"이라며 "기업 7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경사도가 11~25도인 땅을 가진 응답자들의 허탈감이 심각했다"고 밝혔다.
 
한림면과 생림면에 농산물 가공시설을 짓기 위해 땅을 산 김종열(52) 씨는 "김해 외곽지역에 공장이 난립하다 보니 경사도 기준 말고도 다른 규제까지 점점 강해지는 느낌"이라며 "10년 전에 공사를 할 수 있다고 해서 땅을 샀는데 지금 와서 길이 좁아 어렵다고 한다. 정부가 영세 상공인의 '손톱 밑 가시'를 빼주겠다고 한다는데, 도로 폭 6m는 되고 4.8m는 안 된다는 게 내가 만들려는 시설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해시의회 이상보(새누리당·내외동) 의원은 "예를 들어, 나뭇가지를 꺾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지만 이런 사람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린다면 부작용이 얼마나 크겠느냐"면서 "난개발을 막는 건 필요하지만,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워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 김해시 기존 입장 재확인
김해시는 경사도 규제를 현행대로 계속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김맹곤 시장은 새해 들어 참석한 각종 행사에서 경사도 규제를 민선 5기 전반부의 대표적 성과로 자평했다.
 
김해시의 주된 논리는 영세한 업체들이 계속 들어오는 상황에서 양보다 질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해시의 공장 신설 허가 건수는 2009년 165건에서 2010년 193건, 2012년 289건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각종 산업단지를 개발하면서 공업지역 설립허가가 전년 대비 두 배나 늘어나는 성과를 올렸다. 덕분에 녹지지역 공장설립은 12% 증가에 그쳤다.
 
천정희 김해시 경제국장은 "김해로 오는 기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인 입지조건을 갖췄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인근 도시로 출퇴근 하는 근로자들이 많은데, 이제는 좋은 일자리와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