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택수 시인.
근대화 과정에서 많은 것 잃었고
점점 빨리 변하는 세상 탓에 피폐해져
버려서는 안되는 삶의 가치와
지켜가야 할 세상 있음을 기억하길

"더 느리게, 더 낮게, 더 가까이."
 
손택수 시인이 이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다. 손 시인은 "근대 올림픽의 표어가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이다. 만약 시인들이 표어를 정했다면 분명 '더 느리게, 너 낮게, 더 가까이'라고 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오후 7시, 시민참여정책연구소가 주최한 '시정연 독서아카데미 책과 사람' 행사에서 손택수 시인이 특강을 했다. 매월 열리는 시정연 독서아카데미의 1월 강사로 초빙된 손 시인은 이날 자신의 문학세계와 삶의 여정을 열정적으로 이야기 했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왔다는 손 시인은 "너무 빠른 기차를 타고 오느라 '출발'과 '도착'만 있었다. 과정은 생략된 빠른 속도라, 기차 안에서조차 여행이 아니라 일을 하는 기분이었다"며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고, 점점 빨리 변하는 세상이 우리를 피폐하게 한다"소 말했다.
 
전남 담양에서 태어난 손 시인은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부산으로 이주했다. 손 시인은 "농촌에서 도시로, 자연세계에서 문명세계로 급작스럽게 옮겨지며 겪었던 상처가 문학의 바탕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손 시인은 자신이 그리워하는 전통세계 속에서 살았던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 산업화시대를 살아낸 부모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차례대로 언급했는데, 전개 과정에서 자신의 시집 <호랑이 발자국>(창비·2003), <목련전차>(창비·2006), <나무의 수사학>(실천문학사·2010) 등을 접목시켰다.
 
이날 특강에는 20여 명의 시정연 회원들이 참석했다. 회원들은 손 시인의 시를 낭독했고, 시 세계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손 시인은 "작품은 내 손을 떠나고 나면 독자를 만나 새롭게 읽혀지고, 새롭게 창조되는 것 같다"며 "빠르게 변해 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버려서는 안 될 가치, 지켜가야 할 세상이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시정연 독서아카데미는 지난해 9월부터 시민참여정책연구소 교육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정해 관련 도서를 읽고, 주제와 관련된 전문가를 초청해 특강을 듣고 토의를 한다. 현재 회원 수는 60여 명이며, 이 중 20여 명의 회원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월의 주제는 '나무를 심는 사람'이다. 회원 가입 및 주제 문의/055-321-2150.


>> 손택수 시인
1970년 전라남도 담양 강쟁리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와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청소년을 위한 고전 산문 <바다를 품은 자산어보> 등 발표. 현재 '실천문학사' 대표. 신동엽창작상, 한국시인협회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육사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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