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의 구심점이 되고자 노력하는 하늘빛도서관을 찾은 주부들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박나래 skfoqkr@
구지마을동원아파트 복리동 지하에 2008년 김해도서관서 500권 받아 개관
주민들 책 기부·벼룩시장 등 통해 보유 장서 8000여권으로 크게 늘어나

김동규 교수 '인문학 동아리' 유명세 동화구연·과학교실 등 프로그램 알차


"하늘빛작은도서관은 마을의 구심점이 되고 싶습니다"
 
하늘빛작은도서관은 구산동 구지마을 동원아파트 복리동 지하에 있다. 구지마을 동원아파트는 입주민들이 함께 음식을 마련해 잔치도 하고, 달집 행사를 치르기도 하는, 정이 넘치는 아파트이다.
 
2008년 현재의 자리에 문을 연 이 도서관에는 김해의 다른 작은도서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부 독자들이 훨씬 많이 찾아온다. 어머니들이 아이들의 그림책을 읽어주는 역할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책을 읽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두 명의 주부가 책을 보고 있었다. 남성옥(45) 주부는 아이의 영어공부를 도와주기 위해 영어문법 책을 보며 공부하고 있었고, 김정숙(40) 주부는 김용옥의 <맹자 사람의 길>을 읽고 있었다. 이들 주부는 "작은도서관은 어린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지역 주민들도 이 곳에서 책을 읽고 서로 생각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도서관은 사서가 중요하다. 대출 반납 업무만 하는 게 사서의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카리스마 있는 이용자'들이다.
 

▲ 김근형 관장(오른쪽)과 정미영 사서.
하늘빛작은도서관 김근형(42) 관장은 "두 분 모두 우리 도서관 운영위원"이라며 "처음 작은도서관을 만들었을 때, 운영 방식을 두고 입주민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많았다. 그때 많은 이야기를 나눈 분들인데, 아예 도서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 도서관에는 성인도서와 어린이도서가 반반씩 갖추어져 있다. 김해에서 나오는 크고 작은 기관과 단체의 정기간행물들도 제때 배달되어, 열람하기 편하도록 진열돼 있다. 여성잡지 한 권도 꽂혀 있다. 김 관장은 "한 주민이 잡지를 깨끗이 보고 난 뒤 즉시 기증을 하고 있다. 다른 정기간행물들도 기부 형식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개의 작은도서관들이 지역민들의 기부에서 많은 힘을 얻고 있는데, 하늘빛작은도서관도 마찬가지였다.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책도, 서가도, 책상도 필요했다. 그래서 뜻을 함께 하는 주민들과 '벼룩시장'도 여러 차례 열었다. 엄마를 따라나선 여섯 살 일곱 살 아이들이 책을 사기 위해 아끼던 장난감을 팔기도 했는데, 당시 지역 언론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해도서관에서 내놓은 500권의 책을 시작으로 출발한 이 도서관은 현재 8천 여 권에 이르는 장서를 가지고 있다. 김 관장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에도 매월 10만원씩 도서구입비를 지원했고, 올해는 빔프로젝트를 사준 덕에 매월 두 차례 영화 상영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지역민들의 도움과 사랑을 받는 도서관인 만큼 마을의 구심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책과 삶은 별개가 아니다. 이곳에서 함께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웬만한 공공도서관 못지 않게 알차다. 그 중 매주 화요일 부산대 김동규 교수가 도서관에 직접 와서 운영하는 '인문학 동아리'는 유명세를 타고 있다. 책 한 권을 몇 주에 걸쳐 심도 있게 읽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목요일에 김해생협과 함께 인문학 동아리를 하나 더 열 계획이다. 어린이들을 위해 동화구연·과학교실도 운영하고 있고, 겨울방학동안 기타교실·상상공작소·그림책 활동·어린이 인문학교 등 특강도 마련했다.
 
도서관을 찾는 주 이용자들은 도서관이 위치한 구지마을동원아파트·한일유앤아이아파트의 주민들과 어린이, 구지초·구산초·구산중·분성중학교 학생들이다. 아파트 주민들과 이용 학생들을 위해 이 도서관은 시험기간 동안에는 1주일 정도 학습실 형태로 개방하기도 한다.
 
▲ 도서관 입구를 장식한 아기자기한 타일벽화.
정미영(39) 사서는 도서관이 개관할 때부터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이번 달부터 사서로 일하기 시작했다. 정 사서는 "도서관 봉사를 계속했기 때문에 일은 익숙하다. 아이들과 나도 이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읽었다"며 "사서 임금이 너무 박해서 사서직 구하기가 쉽지 않아 내가 지원했다. 시에서 작은도서관을 조금만 더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인터뷰를 끝낼 즈음 책두레통합서비스의 책가방이 도착했다. 곧 주민들이 찾아와 빌려갔던 책을 반납하고, 다시 대출해 갔다.
 
어린이 독자들도 한 두 명씩 모여들었다. 화요일 오후 4시는 동화구연이 열리는 행복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늘빛작은도서관은 어른도 아이도 모두 자신을 위한 책읽기로 행복한 도서관이다. 프로그램 참가 및 후원 문의/055-314-3601.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