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는 '낯설게 하기' 혹은 '생소화'란 게 있습니다. 일상 언어를 변형시키거나 뒤틀어 놓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하면, 익숙한 것들이 낯설어지면서 오히려 그 특징이 선명하게 부각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유치환의 시 '깃발'에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란 시구가 있는데, 흔한 깃발을 낯설게 만듦으로써 무언가 생각을 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풍자나 항의를 할 때에도 이 기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낯설게 하기 기법은 묘한 해방감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부산 서면 '문화의 거리'를 걷다 보면, 특이하고 기발한 이름의 식당이 하나 눈에 들어옵니다. '어징오.' 한 번 보고 나면 잘 잊혀지지 않는 이름입니다. 낯선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그래서 행인들은 고개를 갸웃하다 이내 뭔가 비밀을 알아차린 듯 빙그레 웃음을 짓습니다. 맞습니다. 오징어 회를 파는 집입니다. 이 식당은 단어의 배치를 달리한 낯설게 하기 기법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광고 효과를 보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 석유업계에서 일 하는 한 지인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실언이 낯설게 하기 효과를 낳아 일이 잘 풀렸다며 농담을 했습니다. 사연은 이러합니다.
 
이 분은 몇 년 동안 유사석유(가짜석유)를 근절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그러나 일의 진척은 더뎠습니다. 국민들도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박 당선인이 대선 TV토론을 하면서 '지하경제를 활성화(사실은 양성화) 하겠다'고 실언을 했습니다. 그 바람에 온 국민이 지하경제란 무엇인가, 활성화와 양성화는 무엇이 다른가, 하며 고민을 하게 됐고, 1조 원대의 탈루가 이루어지는 유사석유 문제가 공분을 사기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박 당선인이 '비근하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공부를 하게 할 심산이었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하여튼 낯설게 하기 기법은 참 힘이 셉니다.
 
낯설게 하기는 어떤 점에서는 '사고의 방식을 달리 하기(역발상)'와도 닮은 부분이 있는 듯합니다.
 
'사고의 방식을 달리 하기'의 한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오래 전,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광장 맞은 편 명품 거리에서 장사진을 이룬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보도를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 나간 것들' 운운하며 비난을 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분은 "저런 소비자들 덕분에 한국의 패션, 미용업계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저들을 사로잡으려면 최고급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누구 말이 더 옳다고 보십니까?
 
<김해뉴스>는 지난 호 커버스토리에서 낯설게 하기 기법 혹은 역발상을 활용한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김해를 망하게 하려면?'이란 제목 아래 시장의 무성의하고 불합리한 업무 처리, 정실 인사, 소통 부재, 공무원 부정부패 만연, 난개발 방치, 시의회의 시 집행부 견제 기능 상실, 토호세력의 발호, 지역 기관장들의 짬짜미, 시민사회단체들의 어용화, 지역 인재와 자본의 역외 유출 조장…등을 경계했는데, 직설적인 표현보다 더 호소력이 있었고, 강렬하게 와 닿았다는 반응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개인과 가정, 회사, 시청, 경찰서, 세무서, 상공회의소, 시민단체 등등이 저마다 '망하는 방법'을 주제로 한 번쯤 고민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새삼 해보았습니다. 싱겁다구요? 천만에!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