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관람객이 정만영 작가의 작품 앞에서 파도소리와 바람소리를 듣고 있다.  사진/ 김병찬 기자 kbc@
작품에 '움직임' 대입해 오감 자극
인간 내면의 동요와 시간·소리 담아내

정만영 작가, 자연 모습과 소리 접목
정혜련, 관객의 기억과 동일화 시도
 


"이 사진을 한 번 '들어'보세요!"
 
폭포의 장관을 담은 사진이 있다. 그런데, 이 사진 앞에 서면 정말 폭포소리가 들린다. 마치 진짜 폭포 앞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사진을 눈으로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귀로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관장 최정은)은 2013년 특별전 <감성공감 2013>전을, 지난 18일부터 오는 5월 19일까지 큐빅하우스 5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이 전시회는 작품에 '움직임'이라는 요소를 대입,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함으로써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런 식의 현대미술은 '키네틱 아트(Kinetic Art)'라 불리는데, 20세기 초에 시작됐다. 요즘에는 사운드 아트와 미디어 아트를 아우르며 인간 내면의 동요, 시간, 소리까지도 담아내는 등 그 범위가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감성공감 2013>전의 참여 작가는 부산과 경남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정만영, 정혜련이다.
 

▲ 정만영 작가의 소리 사진 '폭포' 시리즈.
정만영 작가는 자연 풍경과 소리를 함께 담은 '소리 사진(Sound Photo)' 시리즈를 선보인다. 바닷가 자갈밭의 잔잔한 파도를 담은 사진을 보고 있으면, 먼 바다를 달려와 발밑에서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귓전을 간지럽힌다. 아득한 절벽 위에서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폭포 사진 앞에 서면 폭포 소리가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정 작가는 여행길에서 만난 자연의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하는 동시에 주변의 소리들을 채집했다. 물소리, 바람소리는 그렇게 해서 '사운드 아트(Sound Art)'로 기록됐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는 여행지에서 눈으로만 풍경을 보는 게 아니라, 청각·후각·촉각을 모두 활용해 풍경의 전모를 받아들인다. 정 작가는 이런 관점에서 사진에다 채집한 소리를 입힘으로써, 관람객으로 하여금 청각으로도 작품을 감상하게 하는 한편,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볼 것을 요구한다.
 
▲ 정혜련 작가의 '판타지의 기억'.
정혜련 작가는 작품에다 '움직임'이라는 요소를 더했다. 그의 나무평면판 형태의 작품 '판타지의 기억'을 보면, 수많은 동그라미가 겹쳐져 있다. 이 나무판은 겹쳐져서 벽에 설치돼 있다. 그리고 움직인다. 벽에서, 바닥에서 빙글빙글 그림자가 돌아간다. 공부에 싫증이 난 한 여학생이 공책 가득히, 펜을 떼지 않고 이어가며 동그라미를 수없이 그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정 작가는 "작품의 의도가 그러하다. 그런 낙서를 생각하면서 어른도 아이도 재미있게 감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시장에서는 관람객이 설치 작품 속으로 들어가 작품을 완성시키는 또 다른 하나의 존재가 된다"고 덧붙였다.
 
△관람시간/오전 10시~오후 6시 △휴관일/매주 월요일, 설날. △관람료/어른 2천 원, 청소년 1천 원, 초등학생 500원, 어르신·유아 무료. △문의/055-340-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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