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관 사서와 운영위원, 봉사자, 도서관을 찾는 어린이 등은 책이 있어 더욱 친해진다.
관리동 2층에 2007년 1월 말 개관
동대표들이 운영위원·관장 번갈아 맡아
공과금 등 입주자대표회의가 전폭 지원

장서 1만여권 갖춰 늘 아이들로 북적
육아공동체 역할도 해 주민 '보물공간'
 


"우리 아이가 혹시 도서관에 있나요?"
 
외동 대동한마음아파트의 어머니들은 간혹 아이가 도서관에 있는지를 전화로 물어본다. 아이가 학원 갔다가 도서관에 올거라며 간식가방을 전해달라는 부탁도 한다. 대동한마음작은도서관은 대동한마음아파트 안에 있다. 이 아파트 주민과 어린이들에게 도서관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지역기반시설'이다.
 
도서관 취재 과정에서 기자는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허세권(46) 관장이다. 그는 <김해뉴스> '우리동네일꾼'(2012년 12월 5일자 17면 참조) 코너에서 대동한마음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소개된 바 있다.
 
대동한마음작은도서관은 2007년 1월 31일 개관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도서관 개관을 위해 많은 지원을 했다. 밝고 환한 관리동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으며, 회의실과 공부방 시설도 있고, 장서는 1만여 권에 이른다. 아파트 동대표들이 도서관 운영위원과 관장을 번갈아 하고 있어, 도서관 지원도 잘 되고 있다.

▲ 도서관의 버팀목인 허세권(왼쪽) 관장과 알뜰살림꾼 김은향 사서.
허 관장이 "관장을 맡은 지 3년쯤 됐다"고 하자 김은향(44) 사서가 펄쩍 뛰며 "햇수로 5년째"라고 고쳐 주었다. 허 관장은 "벌써 그렇게 된 줄은 정말 몰랐다. 도서관은 사서가 하는 일이 더 많다. 나는 그저 도서관 외적인 일, 민원 해결이나 지원 같은 일에만 관여할 뿐"이라며 도서관 운영의 공을 사서에게 돌렸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허 관장은 김해시작은도서관협의회에서는 '책 세 권'이라는 별칭으로 불릴만큼 작은도서관 활성화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허 관장은 "작은도서관의 내실을 다지고 역량을 키워, 지역주민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도서관의 공과금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서는 도서관 개관 멤버이다. 창원에 살 때도 작은도서관 사서로 일했는데, 장유로 이사하면서 대동한마음작은도서관이 개관하는 걸 알고 사서로 지원해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김 사서는 책도 많이 읽었을 뿐더러, 책을 주제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너무 좋다고 한다. 사서가 천직인 셈이다.
 
"아파트 한 가운데에 도서관이 있으니까, 어머니들이 밖에 일보러 나갈 때 아이들을 도서관에 데려다 놓고, 데려가곤 합니다.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지겨우면 잠시 도서관 바로 옆의 놀이터에 나가 놀다가 다시 들어와 책을 읽곤 하지요."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사이에 꼬박꼬박 들르는 아이, 놀이터에 왔다가 책 보러 오는 아이, 방학이면 도서관 문 여는 시간에 '출근'해 문 닫을 때 '퇴근'하는 아이 등 이 도서관은 늘 아이들로 북적거린다.
 
대동한마음아파트 이희진(40) 주부는 "이 아파트에 이사 올 때 도서관이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입주했다. 아이들은 방과후수학 말고는 학원에 가지 않고 도서관에 와서 책을 본다. 도서관은 우리 가족에게는 보물상자나 마찬가지다. 나도 그렇지만, 다른 어머니들도 아이들을 도서관에 보낼 때 다른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간식을 넉넉히 싸준다. 그런 면에서 이 도서관은 육아공동체 역할도 하고 있다"며 한참 동안 도서관 자랑을 했다. 이 씨는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공부하면서 그만의 '역사노트'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 대동한마음작은도서관에서 엄마와 아이가 다정하게 그림책을 읽고 있다. 사진/ 김병찬 기자 kbc@
이 씨의 두 딸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정지원(봉명초 5년) 양은 <성호사설>을, 정혜원(봉명초 4년) 양은 <중용>을 읽고 있었다. 두 딸은 "엄마가 추천해 준 책을 읽고 난 다음에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서 읽을 거예요!"라면서 책에 집중했다. 같은 책상에 앉아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고 있던 최수빈(봉명초 5년) 양은 "방학 때면 거의 매일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는다. 만약 이 도서관이 없었다면 김해도서관이나 화정글샘도서관까지 가야 한다. 도서관이 가까이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손주를 데리고 온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있었다. 홍찬호(84) 씨는 7세 손주 찬영이에게 어려서부터 도서관에 다니는 습관을 들이려고, 손주 손을 잡고 도서관에 다닌다. 할머니 김치선(80) 씨는 그림책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는 찬영이가 봤던 책인지, 흥미를 가질 만한 책인지를 직접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다. 찬영이는 나중에 자라면 알게 될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얼마나 고마운 분이셨는지를.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