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중국 상하이에서 한 안내원을 만났습니다. '교통대학'을 나왔다고 하기에, 호기심이 일어 대학에 대해 이런 저런 질문을 했습니다. 교통대학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의 최 상위 명문 대학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는 자꾸 대답을 회피했습니다. 중국의 지인에게 그 말을 했더니, 껄껄 웃었습니다. "그 친군 대학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어요. 교통대학 졸업장이 있긴 한데, 돈 주고 산겁니다."
 
부산권의 한 유명 학원 원장은 연세대 수학과를 나온 걸로 돼 있습니다. 듣자니, 2년제 대학을 나왔다는 소문도 있고 해서 직접 본인에게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2년제 대학은 아니고…지방의 그저 그런 4년제 대학을 나왔습니다. 연대를 나왔다는 건 개인 학원 강사 시절에 당시 학원장이 그렇게 홍보를 했기 때문인데, 사실 그 사실이 들통날까봐 마음을 많이 졸이며 살았습니다. 요즘에도 허위 학력이 들통 나 망신을 당하는 꿈을 꾸다 벌떡 일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일반 학원에서는 강사가 출신 학교를 허위로 포장하는 사례가 간간이 있어 왔습니다.

저는 20년 넘게 외근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어지간한 직업군은 다 접해보았습니다. 직업군마다의 특징이 눈에 들어오는 건 당연한 일일 터입니다.

이 대목에서 문제를 하나 내보겠습니다. 거짓말을 가장 잘 할 것 같은 직업군이 어디라고 보십니까? 취재 경험으로만 본다면, 교육계가 그러합니다. 에이, 설마?
 
일례로, 모 여중에서 실수로 수업 중에 포르노 비디오가 상영됐습니다. 학교에 확인을 했더니,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고 여유 있게 시치미를 뗐습니다. 그러다 보도가 되고 나니, 별 일도 아닌데 언론이 침소봉대한다며 불평을 해댔습니다. 애초부터 솔직함, 당당함, 부끄러움 같은 건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두 번 한 게 아니라서, 한때는 이 직업군에 어떤 특유의 문화 같은 게 있는 건가 싶어 분석 작업을 시도한 적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거짓말을 잘 하지 않는 직업군은 금융계와 의료계입니다. 좀 불편하더라도 사실 확인을 하면 대체로 순순히 인정을 하는 편입니다. 매사 정확해야 하는 게 이 직업군의 속성이기 때문인 듯 합니다.
 
검찰도 거짓말하기가 뭣하면 '노코멘트(말할 수 없다)' 정도로 대응하는 편입니다. 심하게 비판을 하더라도 보도 내용이 사실에 부합되면 추레한 변명 같은 걸 잘 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김해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일반 학원의 일부 강사들이나 다른 직종의 사람들만 허위 학력을 활용하는 줄 여겼는데, 현직 공립 초등학교 교장이 허위 학력 문제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 교장은 허위 학력으로 공모제 교장 자리까지 꿰찼다고 하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교사 평가권을 비롯한 일선 교장의 막강한 권한과, 학교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이 일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닙니다. 경남도교육청은 공모제를 통해 임용된 교장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겠다고 하는데, 부디 '읍참마속'의 자세로 임해주길 바랍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으니, 이 참에 우리 교육계가 부조리한 것들을 다 털어버리고, 마침내 당당한 직업군으로 거듭났으면 합니다.
 
한편, <김해뉴스>는 다음 주에 관련 사안을 심층보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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