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졸업 회피 많은 이유와 해법

#사례 1=진례면에 있는 자동차 차체부품회사 '카테크'는 요즘 중소기업 혜택을 받지 못해 손해가 크다. 2007년 외자를 유치하면서 중소기업에서 벗어난 탓이다.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이전에 받았던 160여 가지 크고 작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카테크는 이제 병역특례요원을 뽑을 수 없고, 중기우선지원자금 대출도 받을 수 없다. 휴업급여를 줄 때도 중소기업은 정부가 3분의 2를 주지만, 일반기업은 정부 몫이 2분의 1로 줄어들고 만다.
 
외국 자본을 유치한 결과가 지원 중단으로 돌아온 것이다. 3년간 유예기간을 준다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외자 유치를 권장해 놓고는 나중에 기업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회사 측에서 관계기관에 좋은 방법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대주주 자본이 5천억 원에 달해 어쩔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호석 카테크 관리이사는 "현 제도는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기업가 정신을 무색하게 한다"며 "더 잘해보자고 외국 자본을 들여왔는데 그때는 이런 문제가 생길 줄 몰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례 2=주촌면에 있는 원액기 생산기업 휴롬은 법인을 ㈜휴롬과 휴롬LS로 나눠놨다. 법인은 두 개지만 비슷한 일을 한다. 홈쇼핑 회사가 자사 프로그램에 나오는 제품을 다른 곳에서 못 팔게 해 따로 법인을 만든 것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지금은 이전처럼 홈쇼핑 눈치를 볼 필요가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법인을 합칠 필요성도 못 느끼고 있다. 오히려 매출이 늘다 보니, 하나로 있었더라면 중소기업에서 더 일찍 벗어나 정부지원 혜택을 더 많이 잃었을 것이다.

세법상 중소기업 졸업기준은 제조업의 경우 매출 1천억 원이다. 휴롬LS는 2011년에 매출 1천억 원이 넘어 중소기업을 졸업했다. 유예기간이 3년 주어지므로 내년이 지나면 중소기업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휴롬은 올해 매출 1천억 원을 넘길 전망이다. 법인을 나눠 둔 덕분에 휴롬은 중소기업 혜택을 2년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휴롬LS 송해복 대표이사는 "지난 24일 지식경제부에서 중소기업을 졸업한 회사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다녀왔다"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우리 같은 처지에 있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약속해 다행스럽다"고 전했다.
 
정부지원 등 각종 혜택 끊겨 되레 손해
국가경제 체력 키우는 데 걸림돌 작용
대통령직인수위 정책강화 방침에 귀추

튼튼한 중견기업이 많아야 나라 경제가 건강해진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더 많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커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중소기업 지원책이 발전을 유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안주하도록 만든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불리한 점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전체 대출액의 70% 이상을 중소기업에게 우선 지원한다. 그러다가 해당 기업이 중소기업을 졸업해 버리면 대부분 대기업보다 신용도가 낮은 처지에 놓인다. 결국 불리한 조건으로 자금조달을 하게 된다. 또, 공공기관이 구매입찰을 하면 중소기업에게만 기회를 주는 사례가 흔하다.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이지만, 관공서 공공물품 조달을 주력으로 하는 중소기업의 성장 의욕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밖에도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청년고용 감세, 하도급 보호 등 각종 혜택이 끊겨버려 의욕 상실을 부른다.
 

실제로 중소기업을 졸업했다가 다시 성장 동력을 스스로 잘라내 버리는 기업들이 허다하다. 지식경제부는 졸업 기업 대비 회귀 기업이 2008년 1천172개 중 41개, 2009년 1천146개 중 101개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보다 더 많은 기업이 '피터팬 증후군(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증후군)'에 걸렸다고 보고 있다. 전경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 졸업기준을 충족한 업체 10군데 중 3곳은 졸업을 피하려고 애쓴 경험이 있다. 법인을 나누거나, 상시근로자를 줄이고 임시근로자로 바꾸는 등 갖가지 방법이 동원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관련 정책을 개발했거나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졸업에 따른 부담 요인을 덜어주기 위해 △가업승계 세액공제 범위를 확대하고 △하도급 제도를 개선하며 △연구개발 세금공제율을 바꾸고 △금융부담을 줄여 투자확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지식경제부 중견기업정책과 관계자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주려는 목적"이라며 "중견기업 정책 강화방침에 따라 해당 업무가 중소기업청으로 옮겨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금 김해 지역의 적잖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들이 희망 섞인 시선으로 새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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