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없는 '교육'을 상상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 사회에는 '교사'가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교사들이 스스로에게 해야만 하는 질문이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교육에 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것이 어색한 일이 돼버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가르치는 일의 의미를 분명하게 하기보다는 단편적인 지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주입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일이 돼버린 학교교육을 교사들은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학교에서 교육인 것과 교육 아닌 것이 뒤섞인 채로 혼란스럽게 돌아가고 있는 사태를 교사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러한 가슴 아픈 질문을 누구에게 던져야 되는가?
 
<프레이리의 교사론>은 20세기의 대표적 교육자인 프레이리가, 가르치면서 배우는 용기 있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알아야 하고 실천해야 할 것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기술한 책이다. 가르침과 배움이 무엇인지,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학습자들과 관계를 맺을지, 교육자 자신의 철학과 현실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를 편지 형식의 글로 정리했다. 이 책은 교육과 교사론에 대한 그의 사상과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우리의 교육현실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시대의 변화와 경제사정의 악화로 요즘 대부분의 예비교사들에게 교사가 되려는 이유를 물어보면 "수입과 지위가 안정적이다"라는 답변이 가장 많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임용고시가 사법고시, 행정고시와 더불어 '재수는 필수요 삼수는 선택'인 상황이 되어버렸다.
 
지난해 모 대학에서 교육학개론 강의를 하면서, 종강 무렵 이 한 권의 책을 학생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고 독서평을 리포트로 제출하게 하여 자유토론을 했다. 썩 재미있는 내용도, 세련된 문체도 아니기에 과제가 아니면 읽을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점수화 하기로 한 것이다. 나의 이러한 우려에 반해 사범대 학생들이라서 그런지 권위주의적이고 일방적인 문제은행식의 현실교육에 대한 나름의 비판과 자성, 새로운 각오들이 도출되었고, 좋은 교사가 되기를 다짐하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는 이 젊은 예비교사들의 숭고한 사명을 지켜줄 수 있는 사회적인 준비가 되어있는지에 대한 걱정과 답답함이 공존했다.
 
비판적 이성만으로 공부하고, 배우고, 가르칠 수는 없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가르치는 일'까지 사랑해야 한다. 가르치는 과정까지 사랑해야 한다. 교육(敎育, education)이라는 단어가 '밖으로(ex) +이끌어내다(ducere)'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가 되었다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이들을 이끌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자유'라는 이름 아래 가려진 권위주의 교육일 뿐이다.
 
저자는 스스로 발전하는 '교사'에게서 교육의 희망을 찾는다. 교사의 교육활동이 곧 교육학이 될 수 있는 사회에서 교육은 희망이다. 이 책은 그 희망을 교사들에게 보여주며 교사들이 그것을 향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현재 가르치고 있고 앞으로 가르치려는 사람, 특히 가르치면서 배우려는 모든 사람들이 이 편지를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사회를 위한 학교와 모든 학생을 위한 선생님을 기다리면서….


Who >> 손재익
1965년 대구출생. 대구대 특수교육학과, 동국대 유아교육과 석사과정, 경남대 교육심리학과 박사 과정을 마쳤다. 1992년 김해로 와서 장애아동 특수심리치료를 시작했다. 김해에서 가장 먼저 장애아동전담보육시설 '늘사랑어린이집을 개원한 뒤, 장애아동교육 일선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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