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9일 특별사면을 단행했습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새 임금이 나오면 옥문을 열어준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바람을 잡더니, 엄청난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비리부패 인사들을 특사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임기 5년 내내 '도덕적으로 완벽하게 타락한 정권' 소리를 들었는데, 마침내 후안무치의 '화룡점정'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을 두고는 벌써부터 '망명설'이 흘러나오고, 개인 비리를 엄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데,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입니다.
 
김해지역에서도 적지 않은 이들이 특사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특사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 전 회장은 뇌물공여와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그동안 김해의 일부 인사들은 특사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했습니다. 김해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박 전 회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김해뉴스>는 박연차 전 회장의 특사에 대한 김해 시민들의 여론을 점검해 봤습니다. 찬반은 거의 엇비슷하게 나왔습니다. 찬성하는 이유로는 역시 경제 문제가 압도적이고, 반대 이유로는 역시 법과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절대적입니다.
 
저는 박 전 회장의 특사에 찬성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경제가 다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온갖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살릴 법한 인물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부실한 대통령을 뽑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 5년간의 참혹함은 지금 목도하고 있는 바와 같습니다.
 
우선, 박 전 회장은 '박연차 게이트'란 이름의 초대형 정관계 로비 사건으로 우리 사회를 엄청난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고, 급기야 퇴임한 대통령을 자살로 몰아넣은 장본인입니다. 김해에서도 송은복 전 시장과 김해 갑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이 이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살았습니다. 박 전 회장은 좀 더 철저히 자숙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저는 과문한 탓인지, 박 전 회장이 김해를 위해 얼마나 큰일을 했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김해에 재단의 입김이 배제된 그럴 듯한 공익 대학을 설립한다거나, 김해의 숙원이었던 초특급호텔을 짓는다거나, 영리에 관계없는 대학병원 급 병원을 짓는다거나 하는 식의 '통 큰' 기부를 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법과 원칙을 무너뜨리고, '유전무죄, 무전유죄' 관행의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이 장차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법으로 선고를 받았는데 그게 지켜지지 않고 얼마 있으면 뒤집히는 것이 법치를 바로 세우는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 바, 박 전 회장의 특사를 기대한 분들은 이 점을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박 전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만기 출소를 다짐하고, 출소 후에는 진정으로 '통 큰' 기여를 모색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합니다.
 
어떤 이들은 박근혜 당선인를 두고, '없는 게 세 가지 있다'는 말을 합니다. 귀걸이, 골프채, 새치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귀걸이를 하지 않으니 명품 귀걸이 받을 일 없고, 골프채 없으니 골프 접대 받을 일 없고, 방문지에서는 식판 들고 줄을 서서 밥을 받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특권 누릴 생각을 않는다는 것입니다. 박 전 회장의 특사를 희망하는 분들도 이런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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