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수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김해. 그러나 정작 좋은 일자리는 별로 없다는 지적이 난무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가 많아지면 지역 경제가 활력을 얻게 되고 주민생활의 품질도 높아진다. 김해시의 일자리 현황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책, 일자리 만들기의 성공 사례 등을 세 번에 걸쳐 소개한다.

구직자들 "대부분 고만고만한 회사뿐"
비정규직 살이에 대한 두려움도 커
지역 인재들 대도시로 유출 현상 심화
고용률 숫자놀음보다 질적 변화 절실


김해는 구직자의 눈높이와 실제 노동조건이 어긋나는 현상이 심한 도시다. 직업을 찾는 사람들은 52만 도시가 된 김해에 기업이 수천 개 있지만 정작 제대로 된 일자리는 없다고 말한다. 반면 김해 소재 영세기업들은 일하러 오겠다는 사람이 없어 주로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쓰는 형편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직업을 고를 때 전문직이나 공무원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김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거나 할 예정인 사람들도 미래지향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자동차 지정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김박천(34·서상동·가명) 씨는 퇴근 이후 시간에 법무사 시험을 준비한다. 직장에서 일하는 환경이 나쁘지 않지만, '한 번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인 상황이 못마땅해서다. 정년이 되어 퇴직하는 사람은 정규직이지만, 새로 들어오는 사람은 비정규직으로만 뽑는 탓이다.
 

▲ 지난 4일 고용노동부 김해고용센터를 찾은 한 구직자가 상담을 하고 있다.
김 씨는 "무기계약직이라 당장 몇 년 후에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물가상승률 이상으로는 월급이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독서실 총무로 일하면서 매일 책을 보고 있다"며 "공부를 하면 합격 가능성을 떠나 희망을 품을 수 있어서 위안이 된다"고 씁쓸해 했다.
 
이처럼 일자리의 품질은 구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선택의 요소다. 구직자들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이동한다. 특히 김해는 젊은 인재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떠나는 인재유출 현상이 심한 편이다.
 
변호사인 임준섭(34·부산 거제동) 씨는 부산 소재 법무법인 '금해'에서 일한다. 그는 김해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다녔다. 하지만 고향에는 법률시장이 사실상 없어 부산에서 직장을 구했다. 김해에는 지방법원이 없고, '시·군법원'만 있어서 2천만 원 이하 사건만 약식으로 처리한다. 임 씨는 "대표 변호사 역시 김해 출신이라 법인 이름을 금해(金海)로 했다"며 "서부산에 법원이 들어서고 김해까지 담당한다는 반가운 소문이 현실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임 씨와 반대로, 부산이나 창원 출신이고 직장도 그곳에 있지만, 비싼 부동산 가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김해에 사는 사람들도 많다.
 
석정환(42·장유면) 씨는 창원 팔용동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일한다. 10년 전에 창원에 직장을 구하면서 집은 장유로 정했다. 창원의 부동산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매일 자가용으로 집과 회사를 오가는데 출퇴근 비용이 월급에서 20%를 넘게 차지한다. 석 씨는 "주택 문제로 장유에 살다 보니 솔직히 김해가 어떤 곳인지 모르고 관심도 없다"며 "나 같은 사람이 창원에 많은데 한국지엠만 해도 400~500명이고, 삼성테크윈·LG전자 등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해시가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보다는 어떤 일자리를 만들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청년들이 첫 직장을 구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도시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금융연구원 임진 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가 경기침제기에도 고용률을 떨어트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대책이 요구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해시 기업지원과 안종현 과장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일을 가장 먼저 하겠다"며 "현재 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여러 정책을 펴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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