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영난 심화 탓
납품대금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 많아
김해 조선·자동차부품업체 특히 심해

사업장 폐업해도 남는 것 없다고 판단
근로자들 체불임금 신고조차 꺼려
고용부, 해당업체 청산 독려 비상체제


설 명절이 다가왔지만 경기침체 탓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영세사업장이 많은 김해는 월급이 밀리고 사업이 존폐위기에 놓인 곳이 허다하다.
 
상동면에 있는 디에스지대동벽지㈜는 요즘 회사 안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 2011년 4월부터 공장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회사로 들어가는 문도 쇠사슬로 봉쇄됐다. 을씨년스러운 풍경 속에서 채권단이 고용한 경비원 2명만이 교대로 설비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디에스지대동벽지는 한때 잘 나가던 회사였다. 3대째 가업을 이어왔고 공장 부지만 2만 6천446㎡(8천 평)나 된다. 경영진은 건설경기 침체로 상황이 나빠지자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나 오히려 심각한 타격을 입고 말았다. 이제는 임금 체불액이 15억 원에 이르러 곧 파산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주촌면에 있는 용호산업개발은 경영악화에 따른 임금체불로 사업주가 구속기소까지 된 곳이다. 조선기자재를 생산하다 경영악화로 지난해 9월 31일 폐업 신고를 했다. 사업장은 오래 전에 인적이 끊겼다. 대부분 이주노동자인 기존 직원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 떠났다. 기자가 찾아가 보니 '입춘대길' 네 글자가 붙어 있는 사무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마당에는 녹슨 자재 옆에서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이처럼 영세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현실과 정비례해 관련기관에는 임금체불 신고가 빗발치고 있다. 요즘 고용노동부 김해고용센터 근로감독관들은 화장실 갈 시간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6시까지 전화상담과 신고 접수를 하고 있다.
 
김해고용센터를 찾은 강병학(46·삼계동·가명) 씨는 "주촌에 있는 건축자재 가공업체에서 일을 했는데, 월급이 나오지 않아 그만뒀다"며 "지난해 7월에 회사를 나왔는데 지금까지도 월급을 안 줘서 신고를 했더니 즉시 지급을 하더라. 사정이 어렵다는 건 다 거짓말이었다"고 하소연했다.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은 설날 연휴 2주 전부터 체불임금 청산 독려반을 꾸려 비상근무를 시작했다. 김해를 비롯해 양산, 밀양지역을 돌아다니며 체불 사업장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임금을 줄 형편이 못 되는 영세한 사업장이 많아 쉽지가 않다.
 
김해지역의 임금체불 실태는, 통계상으로는 개선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4년간의 1월 체불액과 신고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김해상공회의소 등 관련기관 관계자들은 '근로자들이 회사가 폐업하더라도 남는 것이 없다고 판단, 신고를 포기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로 풀이했다. 고용노동부 양산지청 관계자도 "양산지청은 김해, 양산, 밀양 세 곳을 담당한다. 그런데 김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1월 62.2%였는데, 올해 같은 기간에는 44.3%로 줄었다"며 "그렇지만 김해만 경기침체가 덜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신고가 줄어든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형편이 어려워 임금을 못 주는 현상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조선업이나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특히 심하다. 조선기자재를 만들어 납품하는 조용석(34·장유면·가명) 씨는 "납품을 해도 제때 대금을 못 받으니 월급을 줄 수가 없다"며 "한국 사람을 고용할 돈이 없어 중국 사람을 쓰는데 이마저 한 명을 두 달 전에 내보냈다. 오늘도 언제 임금을 줄지를 물어왔는데, 확실한 답을 못했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지금 조선업계는 현상유지만 해도 다행"이라며 "지난해 월 매출이 1천만 원이 나왔는데, 월급을 주고 나면 40만 원이 남는다. 그런데 부가세 10%를 내야 하므로 당장 그만두지도 못하고 빚만 늘어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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